'드론 전쟁' 강조하는 현대전인데…병력 급감 왜 문제일까[한반도 GPS]

국군 상비 병력, '대북 방어' 마지노선 붕괴…50만 한국군 시대 막 내려
우크라전 등에서 '재래식 병력' 중요성 재확인…효율적 인력 배치 시작해야

편집자주 ...한반도 외교안보의 오늘을 설명하고, 내일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 발 더 들어가야 할 이야기를 쉽고 재밌게 짚어보겠습니다.

재보급 물자를 아군부대가 회수하고 있다. (육군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16/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지난 7월 기준 대한민국을 지키는 국군 장병 수가 45만여 명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2023년에 47만~48만 명 규모를 기록하며 '첫 50만선 붕괴'를 알렸던 국군 상비병력 규모의 하락세가 가속화되는 모습입니다. 저출생 고령화로 인한 병사 수 급감, 간부 선발률 하락, 복무기간 단축 등 여러 요인이 배경으로 언급됩니다.

한국 사회에서 불문율로 여겨졌던 '국군 상비병력 50만 명' 시대도 막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상비병력은 한 국가가 유사시를 대비해 평상시 유지하는 병력을 가리키는데요. 현재의 기준이 한국에서 자리 잡게 된 건 2006년 국방개혁에 관한 법률(국방개혁법)에 '국군 상비병력 규모는 군 구조 개편과 연계해 2020년까지 50만 명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명시된 이후부터입니다.(2023년 '가용자원을 고려해 안보 위협에 대응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적정 수준을 유지하도록 한다'로 수정)

당시 정부는 인구 감소 및 군 현대화 등을 고려하면 68만 명 규모를 유지하던 군 병력을 50만 명 내외까지 줄여도 국가 방위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 점진적 단축에 합의했습니다. 한반도 분단 상황, 주요 강대국들의 병역 대비 인구수 등을 감안하면 한국군의 적정 상비병력 규모는 50만 명 내외가 적당하다고 본 학계 연구도 이를 뒷받침했습니다.

예고된, '계획된' 미래였던 병력 감소가 요즘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예상보다 빠른 감소세 때문입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이 2023년 발표한 '병역 자원 감소 시대의 국방 정책 방향'에 따르면 국군 45만여 명은 2033년에 찾아올 미래였지만, 실제론 불과 2년 만에 대한민국의 현실이 됐습니다. KIDA는 같은 보고서에서 현 제도를 유지할 경우 2038년이 국군 장병 수가 40만 명 아래로 떨어지는 첫해가 될 거라고 경고했는데, 추세대로라면 이 시점 역시 앞당겨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무인 드론이 폭탄을 투하하고 사이버·우주 공간에서 전파 공격까지 가능하다는 게 '요즘 전쟁'이라지만, 정작 실전에선 병력 자원의 중요성이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습니다.

막상 전투가 벌어지고 나니, 전장에서 첨단 전력을 운용하고 유지·보수할 인력이 필요할 뿐 아니라, 전장에서의 주둔 및 점령, 질서 유지 등의 상황 대응에 예상보다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처럼 장기전으로 이어질 경우 교대 및 보충 인력의 중요성은 더더욱 커집니다. 최근 독일 등 일부 해외 국가에서 징병제 도입을 논의하거나 복무 기간을 늘리는 등 일정 숫자 이상의 병력 확보에 힘을 쓰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50만 장병이 '목표'가 되어버린 지금, 한국군의 전력 손실을 막으려면 어떤 대책을 모색해야 할까요? 지금까지 나온 방안들을 살펴보면 △인력 이탈 방지(봉급 인상 등 군 처우 개선) △가용 인력 자원 동원(선택적 모병제·여성 징병제) △첨단기술로 인력 대체(유·무인 복합전투체계 추진) 등 크게 세 갈래로 구분됩니다.

하지만 모병제나 여성 징병제의 경우 해당 제도를 시행하는 국가들에 비해 아직 한국에선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고, 관련 인프라도 부족해 법적 제도화까진 갈 길이 먼 듯합니다. 군 장병 처우 개선과 첨단 과학 기술 방위 역량 구축은 중장기적 차원에서 접근이 필요해 당장 부족한 병력 자원의 채우는 방안으론 부족해 보입니다. 특히 첨단기술을 활용한 인력 대체 방안은 국방개혁 4.0등에서 꾸준히 추진되고 있지만, 경계·감시 등 일부 작전 수행 과정에서 보조적 역할에 그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입니다.

일각에선 50만 명이라는 숫자에 집중하기보단, 현재 인력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안부터 고민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인구 감소에 따른 병력 공백은 점차 확대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첨단 전력 및 민간 자원(군무원 등)이 대체 가능한 업무부터 서둘러 분류하고, 병력은 전투나 작전 등 직접적인 업무에만 전념할 수 있는 기반을 지금부터 마련해야 한다는 겁니다.

더 나아가선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단계별 군 교육기관 통합 추진',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등도 효율적 병력 활용의 차원에서 논의될 필요성이 대두됩니다. 감시·정찰 등 군이 기본적으로 전담하는 업무의 경우 첨단 장비가 활용된다는 전제하에 이를 공유하는 조직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투입되는 인력도 그만큼 줄어들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속담을 곱씹어볼 때입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