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미대사 강경화 깜짝 발탁 이유는…'트럼프 경력직' 전면 배치

"트럼프 1기 때 북미 모두 상대했던 외교 경험이 인선 배경"

강경화 주미 한국대사 내정자.(전 외교부 장관) 2023.2.27/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한미 정상회담을 일주일 앞둔 상황에서 이재명 정부의 첫 주미대사로 강경화 전 외교부 장관이라는 중량급 인사가 내정된 것으로 19일 파악된다. 전직 장관이 이례적으로 주미대사로 낙점된 데에는 그가 장관 재직 당시 트럼프 1기 행정부와 북한을 직접 상대해 봤다는 경험의 힘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강 전 장관은 당초 한 차례 주미대사직을 고사했다고 한다. 이후 외교가에서는 주미대사는 임성남 전 외교부 1차관과 조병제 전 국립외교원장의 2파전 구도라는 이야기가 나왔다. 그 때문에 강 전 장관의 낙점은 이례적, 파격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강 전 장관은 문재인 정부의 첫 외교장관을 지냈다. 지난 2017년 6월 장관에 임명된 그는 3년 반 동안 재직하며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이뤄진 북미 정상회담과 남북 정상회담을 모두 현장에서 대응한 경험이 있다. 북한과 미국이 '핵 단추' 논쟁으로 전쟁 위기까지 갔다가 돌연 비핵화 대화로 급선회한 정세를 모두 경험한 것이 그의 가장 큰 자산이다.

이런 맥락에서 몇 년째 닫혀 있는 북미, 남북 대화의 재개를 준비하고 이 과정에서 한미의 긴밀한 소통을 담당하는 데 가장 적격이라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인사는 미북관계와 남북관계를 동시에 고려한 측면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짚었다.

강 전 장관에 대한 미국의 아그레망 절차 등이 빠르게 진행된다면 그가 오는 25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 배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그가 정식 임명되지 않더라도 정상회담에 동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복수의 외교부 당국자는 "국회의원뿐 아니라 민간인도 정상회담 대표단에 합류할 수 있다"며 "강 전 장관도 이론적으로는 내정자 신분으로 회담 협상에 배석할 수 있다. 관건은 미국 측이 이를 수용하느냐 여부"라고 전했다.

강 전 장관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출국할 경우 이재명 정부의 대미, 대북 정책 기조를 다시 한번 부각하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을 경험한 전직 장관이 대사로 온다는 점에서 중량감 있는 인사로 받아들일 것으로 보인다. 강 전 장관은 외교장관 임명 전엔 유엔 활동에 특화된 인사로, 폭넓은 인맥을 확보하는 업무 능력이 탁월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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