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과거 직시하되 미래 지향"·日은 "전쟁 반성"…한일 훈풍 이어진다

李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서 "日, 아픈 역사 직시해야"
日 총리는 13년 만에 '전쟁 반성' 언급

이재명 대통령.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5.8.14/뉴스1 ⓒ News1 이재명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15일 "과거를 직시하되 미래로 나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때"라며 대일 외교 '투 트랙' 접근법 기조에 기반한 한일관계 비전을 재확인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라며 13년 만에 '반성'을 언급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이어진 한일의 훈풍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은 이날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제80주년 경축식 경축사를 통해 "한일 양국은 오랫동안 굴곡진 역사를 공유해 왔기에 일본과 관계를 정립하는 문제는 늘 중요한 과제"라며 "우리 곁에는 여전히 과거사 문제로 고통받는 분들이 계신다. 입장을 달리하는 갈등도 존재한다"라고 강조했다.

특히 "일본 정부가 과거의 아픈 역사를 직시하고 양국 간 신뢰가 훼손되지 않게 노력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라며 "그럴 때 서로에게 더 큰 공동의 이익과 더 나은 미래가 펼쳐지리라 생각한다"라고 일본이 과거사 문제에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것을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일본은 마당을 같이 쓰는 우리의 이웃이자 경제 발전에 있어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중요한 동반자"라며 한일이 앞으로 정치·외교적 관계를 넘어 '경제적 동반자'로 안정된 관계를 추구하며 공동의 이익을 얻어내야 한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산업 발전 과정에서 함께 성장해 왔던 것처럼 우리 양국이 신뢰를 기반으로 미래를 위해 협력할 때 초격차 인공지능 시대의 도전도 능히 해체 갈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2025.08.09 ⓒ AFP=뉴스1 ⓒ News1 김지완 기자
이시바 총리, 일본 총리로 13년 만에 '전쟁 반성' 언급…과거사 문제 한 발 진전

이 대통령의 광복절 연설 직후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는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전쟁 패전 80년을 맞아 진행된 전몰자 추도식에서 전쟁에 대한 '반성'을 언급했다. 일본 총리가 패전일 추도식에서 반성을 언급한 건 13년 만이다.

이시바 총리는 "전쟁을 모르는 세대가 대다수가 됐다"라며 "다시는 길을 잘못 가지 않겠다. 전쟁의 반성과 교훈을 다시 한번 가슴 깊이 새겨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의 '소통'이 있었는지는 불확실하지만, 이 대통령이 일본에 '과거사를 직시해야 한다'라고 요구하자마자 이시바 총리가 '전쟁을 반성한다'라고 언급하며 한국의 메시지에 일본이 호응한 듯한 상황이 연출됐다. 오는 23~24일 한일 정상회담을 앞둔 양국이 정상회담을 한층 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특히 일각에서 이재명 정부가 일본에 손을 내미는 것에 상응하는 일본의 호응은 없었다는 지적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나온 이시바 총리의 행보는 이 대통령의 대일 외교, 실용외교에 힘을 실어줄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이시바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한국에 대한 침략과 강제동원 등의 과거사에 대해 사과하거나 사과에 준하는 '행동 조치'를 직접 언급할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지난 2023년 3월 우리 정부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안'을 마련해 일본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다만 이후 일본 기업의 실질적인 참여가 없어 '반쪽 합의'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강제동원의 현장인 일본 사도광산에서의 추도식도 매년 7~8월에 열기로 합의했는데, 지난해엔 일본 측의 무성의로 행사가 파행됐고, 올해 일정도 합의하지 못하고 있다.

이시바 총리가 한일 정상회담에서 그간의 미진한 조치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구체적인 후속 조치를 약속한다면 한일관계에 대한 한국 여론의 지지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이 대통령이 신뢰를 훼손하지 않게 일본 정부가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고, 이시바 총리가 13년 만에 다시 '반성'을 얘기한 건 일종의 호응인 셈"이라며 "이달 말 한일 정상회담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이시바 총리의 진보적인 성향이 더 구체적으로 드러날지 지켜볼 부분"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