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국군 45만명의 위기, 기회로 전환해야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 교수 = 국군 병력이 급감하고 있다. 지난 10일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방부와 병무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우리 군 병력은 2019년 56만 3000명에서 2025년 7월 45만명으로 6년 만에 11만 3000명이 줄었다.
국방 개혁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이른바 부대구조 개편도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2006년 59곳이던 사단급 이상 부대는 현재 42곳으로 17개 부대가 해체되거나 통합됐다. 11월에는 경기도 동두천에 주둔하는 육군 제28보병사단이 해체된다. "나라를 누가 지키나", "부대 해체와 통폐합으로 작전 효율성과 대응능력이 저하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편 저출산의 영향으로 현역병 입영자는 지속해서 줄어들고 있다. 병역판정검사에서 현역 복무를 결정하는 이른바 현역 판정 비율은 2020년 81.2%에서 2025년 6월 86.7%로 증가하고 있지만, 저출산에 따른 병력 부족을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간부의 경우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선발계획 대비 선발인원은 2019년 94.1%에서 2024년 64.9% 수준으로 하락했다. 특히 부사관 선발률은 같은 기간 93.5%에서 51.2%로 급락했다. 군의 중추인 간부의 모집이 50~60%대에 머무르고 있으니 심히 우려스럽다.
양적 경쟁률의 하락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질적 수준의 하락이다. 이미 수도권 주요 대학의 학군단 정원 미달 사태는 오래된 이야기다. 현재 상황은 역량과 리더십을 갖춘 우수한 초급간부는 고사하고, 어떻게든 필요한 숫자만을 채우는 데에만 전전긍긍하는 형편이다. 이조차 쉽지 않아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군 복무 중인 간부의 희망 전역, 다시 말해 중도 이탈 현상이 증가하고 있다. 육군의 경우 희망 전역자 중 중사는 2020년 480명에서 지난해 1140명으로, 상사는 2020년 290명에서 지난해 810명으로, 대위는 2020년 220명에서 지난해 360명으로 급증하고 있다.
초급간부 모집이 어려워지고 중견간부들의 이탈이 증가하는 현상은 직업군인에 대한 매력, 직업군인의 자부심, 군 복무의 만족도가 심각한 수준임을 방증한다. 해법으로 국방부는 간부 처우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처우 개선만으로 해결될 사안이 아니다. 인력·인사의 문제와 복지 및 군대 문화를 포함한 포괄적인 개혁과 혁신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인구 위기가 초래하는 병력 감축의 문제를 '국방 개혁'의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 위기를 기회로 전환할 수 있다. 군은 지난 20여년간 국방 개혁을 추진해 왔다. 그 핵심은 '양적 군 구조'를 '질적 군 구조'로 전환하는 데 있다. 2005년 '국방개혁 2020'을 시작으로 지금의 '국방혁신 4.0'에 이르기까지 6차례에 걸친 국방개혁 계획은 모두 '기술집약적 미래 군 구조 개편과 국방인력 정예화'에 방점을 두고 있다. 이 관점과 맥락에서 인구 위기의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 핵심은 과학기술 강군 육성과 국방인력의 정예화에 있다.
먼저 국방인력체계의 틀을 바꾸어야 한다. 육군 기준 18개월의 징집병과 다수의 초급간부를 포함한 단기 복무 현역 위주의 현 국방인력체계를, 민간 인력을 포함하는 숙련된 중장기 인력으로 구성된 총체적 국방인력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 숙련된 국방인력의 양성과 활용을 위해 선택적 모병제와 민간 인력의 확대를 검토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택적 모병제는 단기 복무 징집과 일정 기간의 모병 복무를 혼합해 개인·군·국가 차원의 인력 활용이 선순환되도록 인력 양성체계를 발전시켜야 한다.
민간 인력(군무원)의 확대도 불가피하다. 정부는 2025년까지 군무원 인력을 4.7만 명(군인 정원의 9.4%)으로 확대할 계획이지만, 미국, 영국 등 세계 주요국의 수준과는 거리가 멀다. 현재 민간 인력(군무원 등)의 비중은 현역의 병력 규모 대비 미국이 67%, 영국 41%, 독일 43%에 달한다. 미국의 경우 현역군인 133.6만 명 대비 민간 인력 규모는 88.9만 명으로 민간 인력의 비중이 67%로 상당하다. 민간 인력은 획득 및 계약, 행정, 사업관리 및 분석, 사이버 및 정보, 교육, 치안 및 안전, 보건위생, 군수, 정보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운영되고 있다.
여군의 비율도 더욱 높여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난해 창군 이래 처음으로 장교·부사관 중 여군의 비율이 10%대를 넘어 10.8%를 기록했으나, 더 확대해야 한다. 여군 인력의 확대는 부사관 및 장교의 여군 비중을 늘리는 방향에서 추진할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으로 장교 중 여군의 비율은 우리의 2배에 가까운 19.7%다. 여군의 확대는 병역자원의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우수인력의 확보와 운영의 관점에서 인사·인력 및 보직·진급을 포괄하는 차원으로 발전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나아가 초급간부의 신분과 위상을 정규직의 개념으로 전환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비정규직, 계약직 신분의 초급간부의 위상으로는 장교 및 부사관의 모집이 향후 더 어려워진다. 장기 복무 선발은 사관학교 출신자를 제외하고는 중·대위 때, 부사관의 경우 주로 하사 때 이뤄진다. 장기 복무 선발이 되지 않으면 제한된 의무복무를 마치고 강제 전역해야 한다. 장기복무가 불확실하고 정년도 짧은 군 직장은 사회에 비해 취약할 수밖에 없다. 계약직 인턴을 모집하는 것이 아닌, 정규직 직업군인을 선발한다는 인식과 접근으로 전환해야 한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초급간부 지원율을 높이는 방안으로 '장기 복무 보장'은 가장 선호도가 높은 대안이다. 초급 간부들은 급여와 복지 같은 처우의 개선보다 장기 복무 보장을 더욱 희망하고 있다. 임관과 동시에 장기 복무를 확정하고, 복무 중 희망자에 한해 전역할 수 있도록 인력구조를 혁신해야 한다. 이 관점에서 사관학교는 장기 복무 직업군인, 3사관학교는 중기 복무, 학군 및 학사는 단기 복무로 활용한다는 암묵적 인식과 구조, 패러다임을 쇄신해야 한다.
국방에서 인구 위기는 더 이상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근본적 개혁을 요구하는 현재의 시급한 과제다. 군의 구조와 운영체계를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단순히 병력을 감축하는 소극적 대응을 넘어, 감축된 인력으로도 더 강력한 전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전력 및 부대 구조를 최적화하고, 국방 운영 전반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선택과 집중'의 국방 혁신을 추진해야 한다. 무엇보다 인구감소의 위기가 국방 혁신의 새로운 기회라는 인식의 전환, 주도면밀한 준비, 실질적 변화를 수반하는 혁신적인 실행이 필요하다.
kimyewon@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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