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님, 신상필벌도 좋지만 안정화가 먼저입니다[한반도 GPS]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안규백 국방부 장관님, 취임하신 지 2주가 지났습니다. 1961년 이후 64년 만에 탄생한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라는 상징성에 많은 국민들이 기대를 갖고 있습니다.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15년간 활동한 준비된 국방장관인 만큼 당연히 잘하시리라 믿지만, 취임 후 행보에 대한 군인들의 우려를 조금 전해볼까 합니다.
장관께선 취임사에서 "국방부와 군은 비상계엄의 도구로 소모된 과거와 단절하고 오직 국가와 국민만을 지키는 데만 전념하는 국민의 군대로 거듭나겠다"라고 다짐하셨습니다. "문민통제 원칙에 따라 제복의 명예를 되찾겠다"라고도 하셨습니다. 12·3 비상계엄 이후 시대적 요구를 반영한 지당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군 내부에선 묘한 불안감도 있습니다. 비상계엄 신상필벌의 기조 때문입니다. 과거를 바로잡겠다는 의도는 이해하지만, 다소 파격적인 포상과 처벌 예고가 오히려 장병들의 긴장감을 높이고 조직 안정에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처벌과 포상의 기준을 명확하게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한 방에서도 포상자와 처벌 대상자가 갈릴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계엄에 소극적으로 가담한 포상 대상자들조차 "부담스럽다"라며 상을 꺼리는 기류가 감지될 정도입니다. 국방부가 철저한 상황 조사를 거쳐 형평성 있고 국민과 군이 모두 이해할 수 있는 신상필벌을 할 수 있는 기준을 국민들에게도 제시하면 어떨까 합니다.
지금 현역 군인들이 가장 원하는 건 정의 구현이 아니라 정상화라는 의견도 들립니다. 비상계엄 여파로 수많은 공석이 발생했고, '직무대리' 체제로 운영되는 부대가 한둘이 아닙니다. 당연히 장병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나고, 일상적 지휘체계가 작동하는 데도 한계가 있습니다.
안정화를 위해서는 장군 인사가 시급하다는 의견도 자주 나옵니다. 장군 인사는 단순히 빈자리를 채우는 문제가 아니라 향후 군의 작동 원리와 방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일입니다. 다행히 조만간 장군 인사를 단행한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국민의 군대에 부합한, 헌법 수호 정신이 투철한 능력 있는 장군이 선택받길 국민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군에 대한 문민 통제는 민간인 출신이 장관 자리에 앉았다는 사실만으로 완성되는 게 아닙니다. 군의 무력 사용을 민간이 통제하겠다는 원칙, 민주적 리더십의 진정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군과 국민은 장관님이 어떤 원칙으로 지휘권을 행사할지를 지켜보고 있습니다.
장관께선 "국방 가족 여러분이 언제나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친구가 되겠다"라고 하셨습니다. 그 약속은 국방부를 '심판'하는 모습만으로 이뤄지진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군의 '수장'으로서 군심을 얻는 것도 중요하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군을 외풍으로부터 보호하고, 안정을 도모하며, 사기를 관리할 책임도 문민 장관의 중요한 역할이라는 뜻입니다.
군은 장관께서 보여주실 안정과 리더십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흔들리는 군심을 다잡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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