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 중단' 김여정 담화는 '테스트'…일방적 양보 피해야

"北, 연합훈련 조정을 남북관계 개선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할 수도"

자료사진. (한미연합군사령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5.22/뉴스1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8월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연합훈련 '을지 자유의 방패'(UFS·을지프리덤실드)를 앞두고 남북관계 개선책 중 하나로 한미 훈련의 일정 및 톤 조정 필요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북한의 호응이 보장되지 않은 일방적인 조정은 한국 정부에 대한 미국과 주한미군의 신뢰를 약화할 수 있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6일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이호령 책임연구위원과 전경주 한반도안보연구실장은 '김여정 담화를 통해 본 북한의 협상 전략과 우리의 대응 방향' 연구보고서를 통해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이 7월 말 한미를 향해 연달아 발표한 담화문은 한미 연합훈련 축소 및 중단 여부를 남북 관계 개선의 리트머스 시험지로 평가하겠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대북 확성기 철거 등 이재명 정부의 유화책과 무관하게, 북한은 2024년 1월 최고인민회의에서 선언한 '적대적 두 국가론'을 명백히 하면서 한국을 상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강조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남북관계가 통일을 지향하는 한민족의 특수관계가 아니라 대적관에 기반한 조선과 한국이라는 두 국가임을 부각한 것"이라며 "북한 입장에서 내부적으로 남북관계 개선 수요가 크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라고 해석했다.

특히 북한이 김 부부장의 연속적 담화를 통해 한미 정부가 대화 요청을 제기할 것이라는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와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남북 대화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의 조합이 대북 압박 기조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본 것이다.

보고서는 이재명 정부의 선제적 대북 조치들이 단기간에 선명성을 보이자, 북한이 바로 한미연합연습 중단 카드를 부각시켜 새 정부를 테스트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봤다. 또 북한이 7월 말을 담화의 시점으로 고른 것은, 한국 정부가 내부 인선 마무리와 관세 협상 타결을 기점으로 미국과 활발히 교류하기 전 메시지를 내 자신들의 입장을 확실히 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압박하기보단 대화로 위기 관리를 시도할 가능성이 큰 점, 트럼프 행정부가 안보 전략의 핵심을 중국 등 미국의 적대세력 간 협력 저지에 두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북미 회담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특히 한미연합훈련의 경우 선례에 따라 미북관계와 남북관계 개선의 첫걸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한미 간의 주요 의제에 오를 수 있는데, 보고서는 한국 측의 선 제안을 통해 안건이 조정되게 된다면 대북 억제에 대한 미국의 한국 정부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몇 년간 한미연합훈련의 확대 및 발전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뿐만 아니라 북·중·러 군사협력에 대한 한미 공조의 억제력 강화 차원의 성격도 있는데, 연합훈련 조정이 중국, 러시아를 상대로 한 억제력 강화에 대한 미국의 신뢰성을 한국 스스로 낮추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한미연합훈련을 조정하려는 시도는 북한을 변화시키려는 선의의 메시지보단 한국 정부의 대북 억제 의지 약화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지적했다.

또 보고서는 추후 진행될 대북 대화 국면에서 북한이 자세를 낮추기보단 한미의 양보를 요구하며 자신들의 전략적 우위를 누리려 할 것으로 보고, 한국 정부가 정권과 관계없이 대북 억제력 강화에 있어서 연속성이 있는 메시지를 던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보고서는 "국방에선 일방적 양보가 아니라 억제와 태세 강화를 전제한 '힘을 통한 평화'의 연속성을 가져가야 한다"라며 "한국 측의 대북 관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라도 억제의 비용을 높여야 할 필요가 있으며, 이는 바람직한 협상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