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성고충상담관 기 살린다…권한 늘리고 대우 개선

부대장 지휘 조치에 조언 가능…감정노동휴가 확대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각개전투훈련장에서 훈련병들이 훈련을 받고 있다. 2023.12.7/뉴스1 ⓒ News1 김기태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군 내 성범죄 예방과 사건 발생 시 피해자 보호 역할을 수행하는 성고충전문상담관의 권한과 대우가 상향된다.

5일 국방부에 따르면 국방부는 최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국방 양성평등 지원에 관한 훈령' 개정안을 마련했다. 이번 개정은 제도 운용 중 드러난 미비점을 보완하고, 현장 중심의 실질적인 성고충 대응체계를 구축하려는 취지라고 국방부는 설명했다.

현재 사단급 이상 부대에 배치된 약 150명의 성고충상담관은 성희롱·성폭력 피해자 상담, 고충 해소, 예방 교육 등을 맡고 있다. 이들의 규모는 지난해부터 큰 변동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군사경찰에 접수된 여군의 성폭력 피해 신고가 △2020년 135건 △2021년 366건 △2022년 673건 △2023년 867건 등 증가하고 있어 개인의 업무 부담은 커지고 있다.

개정안은 성고충상담관이 단순 상담을 넘어 지휘자의 조언자로 역할을 확대하도록 했다. 성폭력 사건 발생 시 상담관은 부대장의 지휘 조치에 대해 조언할 수 있으며, 직접 회의 참석이 어려울 경우엔 서면·유선 등을 통해 의견을 개진할 수 있게 됐다.

상담 내용 비밀 보장 조항도 새롭게 명시됐다. 상담 내용은 원칙적으로 외부에 공유할 수 없으며, 피해자 보호·군 지휘보고 의무 등 법령에 근거한 예외 상황에서만 정보가 공유된다. 민감한 사안으로 심리적 부담을 겪는 피해자들이 보다 안전하게 상담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조치다.

상담관의 업무 여건과 복지 개선도 이뤄졌다. 그동안 연 1일만 주어졌던 감정노동 휴가가 2일로 확대됐고, 자살한 장병을 상담한 경우엔 최대 4일의 심리안정휴가가 신설됐다.

또한 상담관의 불필요한 업무를 줄이기 위해 5년 차 이상 여성 인력에 대한 의무상담 규정이 삭제됐다. 현장 의견을 반영한 조치로, 실효성이 낮은 반면 내담자 부담이 크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인사 제도 측면에서도 변화가 있다. 기존에는 계약 연장 형식이었던 고용 형태를 개선해 2년 이상 근무한 상담관은 본인 희망 시 공무직으로 전화할 수 있도록 기준을 마련했다.

아울러 국방부는 현재 일부 부대에서 운용 중인 양성평등담당관 제도를 폐지하고, 성고충상담관으로 통합하는 제도 일원화도 추진한다. 기존 양성평등담당관이 수행하던 기능은 대부분 성고충상담관이 담당하게 되며, 상담 전문인력 중심으로 개편될 예정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이번 개정은 상담관을 단순한 고충 창구가 아닌 성폭력 예방과 대응을 위한 전문적인 역할 수행자로 자리매김시키려는 것"이라며 "장병들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상담 환경을 조성하겠다"라고 말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