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의 관세 협상 타결…李 대통령 '실용외교'에도 탄력

가장 큰 외교 상대인 미국 상대 '전례 없는 협상' 선방
한미 정상회담 곧 개최…광복절 메시지로 대일, 대북 '제스처'도 이어질 듯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뉴스1 ⓒ News1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외교'가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을 조짐이다. 한국의 가장 큰 외교 상대인 미국을 상대로 한 전례 없는 방식의 협상에서 '선방'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상황에서다.

특히 관세 협상 타결과 동시에 새 정부의 숙제였던 한미 정상회담 개최에도 합의하면서, 이 대통령의 외교적 부담도 크게 덜었다는 분석이 31일 제기된다.

트럼프 입맛 맞췄다…가장 큰 숙제 푼 이재명 정부

한미는 이날 관세 협상을 타결하며 미국의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데 합의했다. 이는 일본과 유럽연합(EU)이 미국과 체결한 수준과 동일한 조건이다.

정부는 미국이 요구한 투자와 협력 조건을 충족시키며 타협점을 찾았다. 한국은 약 3500억 달러(약 490조 원) 규모의 대미 투자를 추진하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는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투자처는 대통령인 내가 선택할 것"이라며 성과를 과시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부 장관도 "한국의 투자 수익의 90%는 미국이 가져간다"라며 이번 합의가 '미국의 국익'에 맞춰 이뤄졌음을 부각했다.

이같은 미국 측의 발언이 협상 타결과 동시에 빠르게 공개된 것은, 미국이 이번 합의에 만족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SNS에 올린 발표문에서 새삼 이재명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립 서비스'도 던지며, 한미 정상회담이 2주 안에 열릴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이 대통령 역시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여건을 마련했다"라며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라고 평가했다.

구체적 합의 내용을 떠나 외교적 관점에서 미국과 상호 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하고, 정상회담까지 합의한 것은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 추진에 강한 추동력을 불어 넣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비 인상이나 주둔군의 역할 변화라는 안보 과제가 남긴 했지만, 관세 협상의 '좋은 결과'가 안보 협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벌써부터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 (이재명 대통령 SNS.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31/뉴스1 ⓒ News1 허경 기자
"대미 현안 해소, 대북·대일 외교 추진에도 긍정 영향"

한미 정상회담이 트럼프 대통령의 공언대로 2주 안에 열린다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국민 임명식'과 대일, 대북 메시지 발신이 예상되는 광복절 80주년까지 이 대통령의 행보에 큰 힘이 실릴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은 광복절을 계기로 일본을 향해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재차 부각하고, 북한에 대해서도 한층 강화된 유화 제스처를 보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관세 협상 타결, 한미 정상회담, 대일·대북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는 상황은 이 대통령이 '실용외교'를 주도적으로 실행하고 있다는 이미지를 부각할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일본과 EU가 미국과 맺은 조건과 동일하게 관세율을 15%로 낮추는 데 합의한 것은 늦은 감은 있지만, 의미 있는 성과"라며 "대미 관계의 가장 큰 현안이 해소된 만큼, 이제는 대북·대일 외교 등 다른 과제들에 추동력이 생겼다"라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일본의 이시바 정권의 불안정성이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지만, 이 대통령의 대일 외교는 계속 실용적인 접근을 유지할 것"이라고 짚었다. 대북 제스처와 관련해선 "광복절 연설에서 보다 전향적인 메시지가 나올 수 있고, 정동영 통일부 장관도 한미 연합훈련 조정 문제를 언급한 만큼 조율이 이뤄질 수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북한의 호응"이라고 관측했다.

홍석훈 국제관계학과 교수는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은 좋은 출발이며, 실용외교가 제대로 된 효과를 내기 위한 첫 번째 관문을 넘은 것"이라면서도 "실용외교는 전략이자 전술일 수 있지만, 그 자체로 목표가 될 수는 없다. 이제는 실용외교의 구체적인 방향성과 외교 목표치를 분명히 제시할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미국 입장에서는 이번 관세 협상이 중국을 압박하겠다는 전략과 연결돼 있는 만큼, 한국이 대중 관계에서 어떤 실용적 태도를 보일지도 주시할 것"이라며 "광복절 연설에서 실용외교의 균형 감각을 어떻게 조율할지가 매우 중요하다"라고 제언했다.

yoong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