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짭코리아"…병영 괴롭힘 시달린 탈북민 출신 병사 투신

생활관에서 투신…척추에 큰 부상으로 두 차례 수술
軍 "사건 파악 후 수사 시작…병사 1명 군 검찰 송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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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지난 4월 경기 고양시의 한 부대에서 탈북민의 자녀인 병사가 동료들의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투신한 사건이 발생했다. 군 당국은 수사 후 혐의가 식별된 동료 병사 1명을 검찰에 송치했으며,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29일 피해자인 A 씨 및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A 씨는 탈북민 어머니와 중국 국적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중국에서 성장한 '제3국 출생 탈북민'이다. 어머니를 따라 한국에 입국 후 대안학교 등을 거쳐 초중고 검정고시를 합격해 학력을 인정받았다.

A 씨는 2024년 12월 포병부대에 배치돼 군 생활을 시작했는데, 인사를 똑바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혼나거나 중국 출신이라는 이유로 '짱깨', '짭코리아' 등으로 불리는 등 괴롭힘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견디다 못한 A 씨는 올해 4월 23일 생활관 내 2층 다목적실에서 투신, 척추에 큰 부상을 입고 지금까지 국군수도병원에서 두 차례 수술을 받는 등 입원 치료를 이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 씨와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피해자는 언어 장벽으로 적절한 의사소통이나 도움 요청이 어려운 상태였다. 그럼에도 보직 변경 및 상담 등 상황 해결을 위한 여러 노력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군인권센터는 29일 낸 보도자료에서 "(A 씨가) 포대장을 통해 중국어가 가능한 선임이 있는 보직으로 갈 수 있도록 보직 변경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라며 "상담도 수차례 진행했지만 포대장과 행정보급관은 '이 정도론 처벌이 어렵다', '가해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자기가 더 힘들다고 한다' 등 회유를 했다"라고 말했다.

인권센터는 또 군이 투신 원인을 은폐하려 했다고도 비판했다. 지난 4월 발병 경위서엔 '창문으로 뛰어내려 낙상 피해를 입었다'고만 표현해 피해자 가족이 항의했지만 포대장이 발병 경위서를 수정해 주지 않았으며, 피해자 가족이 대대장과 소통한 7월이 되어서야 '부대 생활 간 한국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어 적응이 더딘 상태'라는 맥락이 추가됐다는 것이다.

다만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4월 작성본은 군 병원 입원 행정 절차를 위한 것이고 7월 작성본은 전공 상 심의를 위한 것으로 제출 용도가 다르다"라며 "내용을 수정한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현재 육군은 사건 발생 직후 관련 수사를 진행해 모욕 등 혐의가 식별된 동료 병사 1명을 군 검찰에 송치한 상태다. 추가 고소 등 조치가 이어질 경우 이에 대한 재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며, 다문화 장병에 대해 보다 면밀한 신상 관리와 관리 대책을 국방부와 연계 보완, 발전시키겠다고 밝혔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