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APEC 초청' 선 그은 北…동력 잃어가는 '희망론'
北 김여정 "헛된 망상"…전문가 "실현 불가한 일, 오히려 北 자극"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최근 국내 일각에서 오는 10월 말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를 초청해야 한다는 이른바 '희망론'을 제기했지만, 북한의 '선 긋기'로 동력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28일 담화에서 이재명 정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등 '대북 유화책'을 평가 절하하며, APEC 정상회의에 김 총비서를 초청하는 안에 대해선 "헛된 망상을 키우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 출범을 전후로 APEC 정상회의가 '남·북·미·중 대화의 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일부 정치권 등을 중심으로 제기돼 왔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APEC 정상회의에 북한을 초청하는 것과 관련해 "논의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의장국 주도로 비회원국을 초청할 수 있다는 설명도 동시에 내놔 가능성을 완전히 닫지 않는 모습을 보여왔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역시 인사청문회 당시 "APEC이 한반도 평화의 테이블이 된다면 경사스러운 일"이라며 초청 구상에 긍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희망 섞인 관측을 두고 외교가 안팎에선 그간 현실성이 떨어지는 주장이라는 지적을 제기해 왔다.
먼저 북한은 APEC 회원국이 아닌 만큼, 북한을 초청하기 위해선 의장국인 한국의 제안과 함께 21개 회원국 중 반대가 없어야 한다. 우리 정부가 김 총비서 초청을 추진하려면 회원국들의 사전 동의가 전제돼야 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결의 위반 및 북러 불법 군사협력 등을 감안한다면 '찬성표'를 얻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다자무대 경험이 전무한 김 총비서가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가능성도 낮다는 분석이다.
북한 최고지도자가 다자외교 무대에 참석한 건 김일성 주석 집권 당시인 1950~1960년대 이후로는 전무하다. 김 주석은 1957년 '소년 10월 혁명 40주년' 기념식 등에 참석한 바 있다.
전문가들도 김 총비서 초청 얘기 자체가 처음부터 현실성이 결여된 '희망 섞인 주장'이었다고 지적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김 총비서가 다자 외교 무대에 나설 수 없는 건 북한 체제의 구조적 한계 때문"이라며 "수령 체제는 '여럿 중 하나'가 되는 순간 무너진다. 이번 초청이 실현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서도 시도하는 건 오히려 북한을 자극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북한은 이미 지난해 말 한국을 적대 국가로 규정했고, 진보·보수 정권을 가리지 않고 상대하지 않겠다는 노선을 확정지었다"라며 "보통은 한국에 새 정부가 들어서면 두세 달은 지켜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번엔 이례적으로 빠르게 입장을 정리했다는 점에서 APEC 참석 가능성에는 이미 선을 그은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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