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연합훈련 연기, '네 번째 대북 조치' 될 가능성 제기
국방·통일 장관 임명 후 결정 예상…'주한미군 역할 변화' 美 입맛에도 맞아
- 허고운 기자,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정윤영 기자 =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가 북한과의 대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해 한미 연합훈련의 축소 또는 연기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새 통일장관 및 국방부 장관이 임명되면 오는 8월 예정된 하반기 한미 연합연습 '을지자유의방패'(UFS)의 연기 등과 관련해 미국과 협의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정 후보자는 전날인 14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2018년 '한반도의 봄'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문재인 전 대통령이 한미 군사연습의 연기를 미국에 제안하겠다고 밝히면서 물꼬를 튼 것"이라며 한미 연합훈련에 관해 "정부 내에서 (축소 또는 연기를) 논의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정 후보자의 발언은 문재인 정부 시절 남북·북미 대화가 열리기 전 취했던 조치를 상기시키며, 이재명 정부 역시 이와 유사한 접근이 가능하다는 시그널로 해석된다. 정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당시 통일부 장관과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지냈고, 이재명 대통령과도 친분이 두터운 점을 고려하면 이번 발언을 가볍게 볼 수 없다는 게 정부 안팎의 평가다.
이날은 국회에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다. 연합훈련의 연기와 관련한 결정의 주체가 될 두 장관이 공식 임명되면 곧바로 8월 말로 예정된 UFS와 관련한 논의를 시작할 가능성이 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 △대북전단 살포 통제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 △북한 주민 해상 송환 등의 대북 유화 조치를 신속히 시행했고, 북한도 이들 조치에 대체로 호응하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을 '북침 전쟁연습'이라고 규정하며 지속적으로 강하게 반발해 왔다. 실제로 연합훈련은 남북 대화와 도발의 변곡점이 되곤 했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KODEF) 사무총장은 "(연합훈련 조정을) 정말 추진할 가능성은 있다고 본다"라며 "남북관계에서 우리가 앞서나가는 조치에 대한 우려는 있지만 어느 정도 관계 개선이 가시화됐을 때 선택 가능한 카드일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정 후보자의 구상이 미국과의 전략적 조율 없이는 실행되기 어렵다고 본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의 역할 변화와 감축, 방위비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을 압박하고 있는 현 상황을 감안하면 실현 가능성이 없진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부터 미국이 한미 연합훈련에 너무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엄 사무총장은 "미국의 입장에서는 김정은과 관계 개선을 시도하면서 관련 조치를 한국 정부가 주도하는 것보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이 빛나는 쪽으로 선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승기 한국국방연구원(KIDA) 연구위원은 "미국과의 조율이 필요하기 때문에 무조건 밀고 나갈 수 있진 않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보지는 않는다"라며 "남북·북미 간 긴장 수준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라고 평가했다.
정 후보자의 발언이 다소 급진적이며, 아직까지는 정부와의 조율을 거치지 않은 개인 차원의 의견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도 나온다.
김정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전격적으로 한미 연합훈련을 연기·유예해야 한다는 말은 미국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라며 "사전에 공을 들여 미국을 설득해야 하고 반대급부로 북한으로부터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나와야 하는데 현재로선 시야에 잡히는 게 없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또 "2018년에는 평창올림픽이라는 이벤트가 있었고 미국과 북한 사이에 험악한 말의 전쟁이 오가던 상황으로 지금과 다르다"라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에 공동으로 발표하는 형식 등을 생각하는 게 더 좋은 그림"이라고 말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한미가 만든 핵협의그룹(NCG)가 여전히 유효하고 그에 따라 연합훈련을 공개하고 진행해 왔는데 이걸 중단한다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을 받을 가능성은 있지만 그를 제외한 국방부 등 한미 안보를 책임지는 쪽에선 당황스러운 얘기가 될 수 있다"라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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