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산 찍고 베이징 찾은 러 외교수장…'북중러 3각 연대' 그림 만들기
북중러 협력 공들이는 러시아…中도 '전략적 활용' 조짐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러시아 외교장관이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다자회의 참석 후 북한을 방문했다가 곧장 중국을 찾는 '광폭 행보'를 보였다. 러시아가 국제사회에 '북중러 3각 연대'가 이뤄지고 있음을 과시하기 위한 전략적 행보로 보인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인 13일 베이징에서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만났다. 이번 중국 방문은 중러가 주도하는 정치·경제·안보 협의체인 상하이협력기구(SCO) 외교장관회의 참석을 위해 이뤄졌다.
중국은 이번 회동에서 "한반도 문제, 우크라이나 위기, 이란 핵 문제 등의 문제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라고 설명했다. '한반도 문제'의 구체적 내용은 밝히지 않았지만, 라브로프 장관의 방북 및 북러 밀착에 대한 러시아의 설명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라브로프 장관은 중국 방문에 앞서 11~13일 북한을 방문해 강원도 원산에 머물면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를 예방하고, 최선희 외무상과 '제2차 전략대화'를 가지는 등 북한과 밀착 행보를 보였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13일 공개한 '제2차 전략대화에 관한 공보문'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북한의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단호히 반대한다'거나 '북한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 등을 표명하며 현재 북한의 가장 큰 우방국이 러시아임을 부각했다.
김 총비서 역시 라브로프 장관에 "조로(북러) 두 나라는 동맹 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 하고 있다"라는 메시지를 전달하며 러시아에 대한 강력한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
러시아는 지난 2022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발발 중국과 북한은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공을 들였다. 그러나 중국은 러시아, 북한을 적극적으로 관리하면서도, 3각 협력의 틀로 묶이는 것에는 호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 중국 외교부가 먼저 러시아와 북러 밀착이 중점 의제일 수밖에 없는 '한반도 사안 논의' 사실을 밝히면서 이전보다는 3각 밀착에 한발 다가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중국을 미국의 최대의 적으로 규정해 관세와 안보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중국도 미국에 대항력을 갖춘 우군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전략적 행보를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러시아 역시 미국과의 기싸움을 위해 중국이 필요하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전 종전 협상에 순순히 따르지 않는 러시아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면서 다시 러시아에 대한 강경 행보를 재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14일에 러시아와 관련이 있는 '중대 발표'를 하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중국이 당장 3각 협력에 적극적이지 않아도, 물이 흐르다 보면 결국 하나의 강에서 만나는 모습이 연출될 수 있다"라고 예상했다.
한편으론 중국이 한중관계 개선을 바라는 이재명 정부의 입장을 활용해 한미일 협력에 균열을 내는 시도를 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중관계 개선의 대가로 한국이 미국의 '대중 견제'에 동참하지 않을 것을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를 통해 북한과의 접점을 찾는 '중개 역할'을 중국이 자처할 수도 있다. 두진호 센터장은 "북미대화 재개, 남북관계 개선에 있어 러시아의 건설적인 역할이 중국 등 주변국보다 우위에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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