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남북·북미 대화 '중재역' 자처 조짐…'재개 방정식' 복잡해질 듯
러 "한반도 정세 관련 北 지위 부정 시도 단호히 반대"
전문가 "사실상 중재자 선언…韓, 러 외교채널 열어야"
-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러시아 외무장관의 방북을 기점으로 향후 남북·북미 대화 재개에 있어 러시아가 '중재역'을 자처할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13일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정은 당 총비서는 전날 원산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을 접견하고 "조로(북러) 두 나라는 동맹관계 수준에 부합되게 모든 전략적 문제들에 대해 견해를 함께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김 총비서에게 국제무대에서 북러 간 전략·전술적 협동과 공동보조를 보다 강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진다.
북러는 지난해 6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통한 정상회담에서 '포괄적 전략적 동반자 관계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고 군사·안보까지 포괄하는 동맹으로 격상시킨 바 있다.
해당 조약엔 '유사시 지체 없는 자동 군사 개입'이라는 조항이 명시됐는데, 북한은 이를 근거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대규모 군대를 파병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번 김 총비서와의 접견에 앞서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2차 전략대화'도 갖고 북러동맹을 더욱 공고히 다졌다.
이와 관련 노동신문이 이날 공개한 '공보문 전문'에 따르면 러시아 측은 "조선반도(한반도) 정세와 관련해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현 지위를 부정하려는 임의의 시도에 대해 단호히 반대한다"라며 "국가의 안전과 주권적 권리를 수호하려는 조선 측의 정당한 노력에 대한 확고부동한 지지"를 표명했다.
2022년 러우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등 국제무대에서 '북한 뒷배'를 자처해 왔다. 이에 이번에 재확인된 러시아의 '북한 두둔' 행보는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외무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일종의 문서로 공식화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는 지적이다.
특히 북러 간 밀착이 더욱 견고해질수록 남북·북미 간 대화 재개에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의 '개입' 범위가 넓어질수록 우리 정부가 남북 소통채널 복원 등 향후 대화 재개를 위한 행보에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판단에 있어 남북 간 직접적 소통이 아닌 러시아의 '입김'이 작용할 수도 있다.
두진호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유라시아연구센터장은 이번 러시아 측 입장 표명과 관련해 "향후 남북관계에 있어 북한의 이익을 우선 고려하는 러시아의 적극적인 역할을 시사한 것"이라며 남북·북미대화 재개에 있어 "사실상 중재자 선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가 한러관계 정상화를 염두에 둔 '관리 외교'를 적극 가동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러시아는 러우전쟁 이후 서방 주도의 대러 경제제재에 한국이 동참하자, 우리를 '비우호국'으로 지정했고 현재까지 '경색' 구도가 이어져 오고 있다.
한러는 지난달 7년 만에 영사협의회를 여는 등 낮은 단계의 소통은 이어져 오고 있지만, 외교 고위급 간 소통은 사실상 없는 상황이다.
두 센터장은 "한국도 러시아를 직접 상대하면서 북한을 견인할 수 있는 외교 채널을 열어야 할 때"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yoong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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