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권 전환하면 뭐가 달라지나…주한미군 감축 및 역할 변화 수순?

노무현 정부 때부터 추진했으나 아직 '기준' 충족 못해
트럼프, 중국 견제 위해 '한반도에 고정'된 주한미군 역할 변화 원해

경기 평택시 팽성읍 주한미군기지 캠프 험프리스에 군용 차량이 주차되어 있다. 2025.7.9/뉴스1 ⓒ News1 김영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0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환수와 관련한 국방부 보고를 받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이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한 전작권 전환 추진이 본격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리 군이 전작권을 가질 경우 '자주국방' 달성에는 가까워질 수 있으나, 한미 연합 방위태세에는 손상이 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대통령실과 국방부는 11일 "전작권 환수는 과거부터 한미 간 계속 논의돼 온 장기적 현안으로 새로운 사안이 아니고, 우리 신 정부의 공약사항이기도 하다"라며 "미국 측과 계속 긴밀히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때 '굳건한 한미동맹 위에 전작권 환수'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전작권 환수 문제는 동맹국의 적극적 역할을 원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대외 기조와도 맞물린다는 점에서 한미의 통상·안보 패키지 협상의 추동력을 높일 카드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현재 우리 군의 평시작전권은 합동참모본부가 갖고 있지만,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사령관을 겸직 중인 한미연합군사령관이 보유하고 있다. 전작권 전환이 이뤄질 경우 유사시 작전을 주도하는 '최고 통제권'이 한국군으로 바뀌게 된다. 그 때문에 한미관계에서 전작권 이양 시기는 민감한 현안으로 지속 논의돼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견제를 최우선 목표로 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주한미군에게도 대만 위기에 관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적 유연성'을 부여하고자 한다. 전략적 유연성의 확보를 위해 한국군에게 한반도 방어의 주도권을 주는 것은 미국의 입장에서 고려할 만한 방안이다.

대만 등 남중국해에 물리적인 개입을 원치 않았던 과거 미국의 행정부는 전작권 전환을 미루는 것이 동북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한 방안이라고 여겼다. 그런데 트럼프 행정부는 남중국해에 '물리적 개입'도 가능하다는 기조를 보이고 있어 주한미군의 대북 억지 임무를 줄이고 중국을 겨냥한 새로운 역할을 부여하기 위해 오히려 전작권 조기 전환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나온다.

전작권 전환이 논란이 되는 이유는 유사시 한반도 방어에 있어 미군의 개입 수준을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으로서는 현재의 주한미군 규모를 유지할 명분이 약해지며, 일본이나 괌 등에서의 전략자산 전개도 지금과 같은 '상시배치 수준'에서 '선택적 사항'으로 약화될 수 있다.

김명수 합참의장이 11일 서울 용산구 합동참모본부에서 열린 한·미·일 합참의장 회의에서 댄 케인 미국 합참의장, 요시다 오시히데 일본 통합막료장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합동참모본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7.11/뉴스1

또한 우리 군은 지휘 통제·감시 정찰 분야에서 아직까진 전작권을 받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평가된다. '425 사업'에 따른 군 정찰위성도 아직 4대만 띄운 상황으로, 평시에는 미국 측 감시자산에 크게 의존하고 있고, 미군의 힘을 빌리지 않을 경우 대북 경계에 필요한 추가 비용이 수십조 원에 달한다는 추정도 나온다.

군의 한 소식통은 "현재도 전작권이 완전히 미국에 있다는 것은 잘못된 표현으로, 연합사는 한미의 의견에 맞춰서 운용하는 것"이라며 "전작권 전환으로 동맹이 해체되진 않겠지만 방위비 분담금, 연합훈련 등에서 큰 변화가 있을 것이고, 단기적으론 대비태세가 약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일 우려도 있다"라고 말했다.

전작권 환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명실상부한 자주 군대로 거듭날 것"이라고 선언한 뒤 본격 추진됐다. 노무현 정부는 2007년 미국과 2012년 4월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으나,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이 단행되자 이명박 정부는 전환 시기를 2015년 12월로 늦췄다.

박근혜 정부 때인 2014년 한미는 '조건에 기초한 전작권 전환'에 합의했다. 전환 시기를 정하지 않고 △연합방위 주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동맹의 포괄적인 북한 핵·미사일 대응 능력 △안정적인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 등을 살피자는 것으로, 사실상 전작권 전환을 늦추기 위한 합의로 해석되기도 한다.

문재인 정부는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을 목표로 삼았다. 미래 연합사의 주요 과제를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군사능력 평가인 '기본운용능력'(IOC) 평가를 2019년 8월 완료했으나, '완전작전능력'(FOC)과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기준은 충족하지 않았다.

우리 군은 윤석열 정부 들어 전력 증강과 훈련 강화를 통해 FOC를 조건부로 통과했지만, FMC 기준은 충족하지 못한 상황이다. 다만 FMC의 구체적인 기준은 알려지지 않았으며, '한반도 및 역내 안보 환경'에 대한 판단 기준은 정세와 정권의 변화에 따라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 결국 '정치적 합의'가 전작권 전환의 핵심 기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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