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승주 전쟁기념회장 "아카이브 사업, 잊힌 참전용사 기억하는 마중물"

[6·25 한국전쟁 75주년] ③25개국 전문가 57명과 자료 수집…총 6만여 건 보유
연합군 소속 '비공식 참전국' 참전용사 발굴 성과도…동유럽·중국과도 협업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6.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한국의 편에 서서 자유를 위해 싸운 용사들을 기릴 것."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은 '6·25전쟁 아카이브' 사업의 일환으로 진행 중인 '보이지 않는 참전용사 찾기' 사업의 의미를 이같이 설명했다.

백 회장은 지난 21일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건을 연구하고 추모하기 위해선 관련 사료를 한 곳에 집대성하는 자료 수집이 가장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라며 아카이브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2022년 시작된 아카이브 사업은 처음엔 국내 학자들과 연구 용역을 맺고 이들을 통해 각국의 6·25전쟁 사료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각국의 정보 보안 시스템이 발목을 잡았다.

제약이 생기자 백 회장은 사업회가 직접 현지 전문가들과 계약을 맺고 자료를 받아보는 방식으로 전환했다. 백 회장은 "보안 관련 제약이 덜한 현지 전문가들을 통하니 좀 더 생생하고 역사적 가치가 높은 자료들을 확보할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작년엔 미국 국립문서기록관(NARA)에 있는 국내 미수집자료, 멕시코 용사들의 6·25전쟁 참전 기록, 호주 참전용사의 구술 영상 등을 모으는 성과도 거뒀다. 올해는 전체 자문위원을 대상으로 각국 기관의 자료와 보유 자료에 대한 전문적 자문을 수집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백승주 전쟁기념사업회장이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내 집무실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6.21/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다음은 백 회장과의 일문일답.

-아카이브 사업에 참여하는 해외 전문가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되나.

▶각국 국방무관(외교관 신분의 군인)이나 주한 대사관들에 주로 추천을 부탁한다. 해외 세미나 및 발표 논문을 검색해 눈에 띄는 학자들에게 직접 연락하기도 한다. 자료 제공에 대한 보수를 지급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검증을 거친다. 올해 6월 21일 기준 25개국의 전문가 57명을 통해 지금까지 1만 1200여 건 이상의 자료를 수집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포함해 현재 사업회가 보유한 자료는 총 6만 3500건 이상이다.

-해외 전문가들을 통해 받는 6·25전쟁 자료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에 없는 구체적이고 정확한 기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념, 국제 정세 등을 이유로 6·25전쟁 당시 한국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았던 국가들이 많다. 그런데 멕시코의 경우를 보면, 공식 참전국은 아니지만 미국과 맺은 병역 협력 협정에 따라 10만 명이 넘은 멕시코 병사들이 미군 소속으로 참전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파나마, 아일랜드의 경우도 유사한 사례에 해당한다. 참전을 공식 선언하진 않았지만 기록을 통해 6·25전쟁 당시 한국의 편에서 맞서 싸워 준 나라들의 용사를 확인하고 이들을 기릴 수 있다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라트비아 용사들의 참전은 어떻게 공식적으로 확인했나.

▶미군 참전자 명부에서 라트비아계 병사들의 참전 사실이 확인된 것이 계기였다. 2015~2019년 주미 라트비아대사관에서 근무했던 아리스 비간츠 라트비아 외교부 제재담당특별대사가 명부를 전수조사해 발견한 큰 성과였다.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겪은 한국처럼 라트비아도 1·2차 세계대전, 소련의 지배 등으로 수난을 많이 당해 정서적 공감대가 컸다는 것도 이들의 참전 확인을 위한 협력이 빠르게 추진될 수 있었던 이유다.

-6·25전쟁 아카이브 사업의 올해 목표는?

▶폴란드, 헝가리, 체코 등 동유럽 국가와 중국, 러시아 등 상대적으로 6·25전쟁 관련 사료가 부족한 국가들과의 접촉을 늘릴 계획이다. 전쟁 당시 이뤄졌던 정책 결정에 대한 원자료를 입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데, 사안을 입체적으로 보려면 한국을 도왔던 유엔 회원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의 자료도 확보할 필요가 있다. 중국 국방부 및 연구기관 등과도 접점을 늘릴 계획이다. 아카이브 사업이 외국 학자들의 연구와 교류를 위한 주요 플랫폼 중 하나로 자리 잡길 기대하고 있다.

-이 기록사업이 미래세대에게 줄 함의는 무엇일까.

▶6·25 전쟁이 일어난 지 이미 많은 세월이 흘렀다. 미래세대는 우리가 임진왜란, 병자호란 등을 바라보는 것과 비슷한 느낌으로 6·25전쟁을 지나간 역사 속의 어떤 순간으로만 기억할 것이다.

그래서 사료와 당시 생활상을 제대로 기록해 전쟁이 야기하는 고통이 얼마나 큰지, 어떻게 전쟁을 막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기억하도록 하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사전적 의미로만 역사를 인식하는 것과 실제 기록을 보는 것은 아주 다른 일이다. 지금의 국제 정세를 보면 전쟁은 언제, 어디서든 일어날 수 있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아픈 역사가 반복되지 않도록 되새김질해야 한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