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용외교' 내세운 이 대통령, 외교 1·2차관 '파격 인사' 숨은 뜻은?

외교부서 전례 없는 '기수 파괴' 인사 단행
"엄중한 시기, '조직 문화'보다 '실용' 따져 인선"

박윤주 외교부 1차관(왼쪽)과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2025.6.11/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단행한 파격적인 외교부 차관 인사로 11일 외교부가 술렁이고 있다. 전례 없는 수준의 '기수 파괴' 인사는 외교부의 조직 문화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이례적인 일이다.

전임 차관보다 11기수 후배를 전격 기용…'미국통' 박윤주 1차관

이 대통령이 전날 임명한 박윤주 외교부 1차관(1970년생)은 외무고시 29회로 전임 김홍균 1차관보다 외무고시 11기수 후배다. 나이도 9살 어리다.

현재 외교부 실장급도 외무고시 27회 전후로 박 차관보다 2~3기수 선배인 경우가 많다. 외교부에선 박 차관이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발탁 인사라는 점에서 더 파격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외교부 1차관은 양자외교를 담당하는 자리로 한국 외교의 핵심 국가 관련 업무를 모두 관리하는 자리다. 동시에 외교부 인사와 예산 등 조직을 관리하는 업무의 비중도 크다. 장관 부재 시, 업무를 대행하기도 한다.

박 차관은 외교부에서 북미 2과장과 북미국 심의관을 거치는 등 미국 관련 업무에 경험이 많다. 조지워싱턴대학에서 국제무역투자과정 석사를 졸업했고 주애틀랜타 총영사를 지낸 뒤 주아세안 대표부 공사로 근무하다 차관에 발탁됐다. 현재 관세 및 안보 관련 대미 외교가 최대의 과제인 상황에서 박 차관의 이력이 시사하는 바가 있다.

그는 외교부 인사기획관을 거치면서 적절한 인사 배치와 조직 장악에 대한 경험도 쌓으며 나름의 노하우도 쌓았다. 평소 차분한 성격으로 알려졌지만 업무 능력은 탁월해 외교부 내에서 '조용한 리더십'을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차기 장관 임명 때까지 조직을 안정화할 능력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외부 영입 2차관도 젊은 피 수혈…김진아 교수 발탁

이 대통령은 다자외교와 경제외교 분야를 담당하는 2차관에 비(非)외시 출신인 김진아(1979년생) 한국외대 교수를 임명했다. 김 차관 역시 박 차관과 마찬가지로 70년대생이다. 심지어 외교부 국장급 중에 김 차관보다 나이가 많은 경우도 여럿이다.

김 차관은 한국인으로선 세 번째로 유엔 사무총장 직속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한국국방연구원 북한군사연구실장·연구위원, 외교부 과제평가위원 등도 거쳤다.

김 차관은 21대 대선에선 더불어민주당의 글로벌책임강국위원회 산하 국익중심 실용외교위원회의 상임공동위원장을 맡아 이 대통령의 외교 정책 구상에 기여했다. 이를 통해 다자외교에 대한 식견과 감각을 인정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그 때문에 이 대통령의 '실용외교' 구상 이행 과정에서 가장 정책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적임자 중 한 명이 김 차관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인사도 실용주의?…'파격' 평가 속 우려보단 기대감

외교부 내에서는 박 차관의 기수, 김 차관의 나이를 봤을 때 이번 인사가 '파격적, 이례적이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바뀔 때가 됐다'는 시각도 상당하다.

전반적으로 새 차관들의 능력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은 두드러지지 않고 있다. 또 다양한 국가에 공관이 있고, 업무 노하우가 중시되는 외교부의 문화로 인해 후배 기수가 '역전 승진'을 할 경우 선배 기수들이 대거 퇴사하는 관례도 없어, 이번 인사로 인한 내부 반발이나 혼란도 크게 감지되진 않는다.

한 외교 소식통은 "외교부 내에서도 관례를 깨고 젊은 피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다"라며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다. 엄중한 시기에 외교부의 조직 문화를 고수하기보다 '실용적' 인사가 중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결과라는 시각도 있다.

두 차관 중 한 명은 오는 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 참석해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조태열 장관을 대신해 이 대통령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