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협치 없이 '네 탓' 뿐인 정치권…이러다 진짜 '패싱'된다

美 '민감국가' 지정에 서로 화살만 돌리는 여야…'해법 제시'는 없다
외교·안보 사안은 '공동 대응'이 우선…흩어진 외교력 어쩌나

자료사진. 2023.10.13/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미국이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한 사건으로 확인된 것은 흩어진 한국의 외교력이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비대위 회의에서 "탄핵에 탄핵을 거듭하는 친중반미 노선의 이재명 대표와 더불어민주당이 국정을 장악한 것이 이번 사태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이 대표와 민주당 때문에 한국을 민감국가로 지정했다는 것인데, 이는 미국이 한국의 야당을 더 영향력 있는 세력으로 보고 대응 기조를 정했다는 뜻이 된다. 자칫 미국이 한국 정부와 여당을 외교 상대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결론으로 귀결될 수 있는 위험한 주장이다.

민주당도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의 원인이 정부와 여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의 '핵 무장론' 발언과 비상계엄 선포가 미국의 불신으로 이어져 민감국가 지정이라는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모든 문제가 대통령 탓이라는 식의 주장 외에, 이를 뒷받침하는 '사실'은 없었다.

여야 모두 여론을 증폭시켜 '내 편 만들기'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일단 화살을 돌리면 된다는 식이다. 지난 10일 한미의원연맹 출범일에 여야 의원 160명이 모여 '협치'의 성과를 부각할 때와는 딴판이다.

민감국가 지정에 따른 미국의 조치는 한 달 뒤인 4월 15일 발효된다. 이때까지 우리가 할 일은 싸움이 아니라 '원인 분석과 대책 마련'이라는, 정치권이 평소에 즐겨하는 말을 실제로 행동에 옮기는 것이다.

내치 외치를 가리지 않고 '네 탓'이 앞서는 정치권을 보며 한 전직 외교관은 "미국에게 이제 한국은 전혀 신경 쓰이는 존재가 아닐 것"이라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거침없이 파괴적 외교를 선보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첩에 '한국은 패스하자'라는 말이 진짜로 적힐까 걱정이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