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표 15개 중 1개 입력 실수…'최악 오폭' 드러나는 조종사 과실

위도 좌표 1개 잘못 입력…수㎞ 오차 발생
버튼식 좌표 입력…교차 검증 절차도 없어

6일 오전 경기 포천시 승진훈련장에서 열린 '2025년 전반기 한미연합 수도기계화보병사단(수기사) 통합화력 실사격 훈련'에서 KF-16이 기동하고 있다. 2025.3.6/뉴스1 ⓒ News1 사진공동취재단

(서울=뉴스1) 김예원 기자 = 경기 포천에서 발생한 초유의 공군 전투기 오폭 사고의 원인이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에 따른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해당 조종사는 15개 좌표 숫자 중 1개를 잘못 입력한 것으로 7일 확인됐다.

7일 군 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폭 사고를 낸 KF-16 2대 중 1번기 조종사는 군용 WGS84 경·위도 좌표 체계의 위도 좌표 7개 중 1개를 오입력했다. 경도 좌표 8개는 정상적으로 입력된 것으로 파악됐다.

좌표 중 1개만 숫자가 달라져도 오차 범위는 수㎞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조종사가 지상 사무실에서 전투기에 삽입하는 저장 장치에 작전사령부에서 하달된 정상 좌표 중 1개의 숫자를 잘못 입력한 후 추가 확인 절차 없이 전투기를 운행해 오폭 사고가 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조종사는 저장 장치를 통해 전투기에 연동된 좌표를 2차로 확인하고, 목적지 즈음에서 최대한 육안으로 표적지를 확인하도록 돼 있지만 이런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KF-16에 사용되는 저장 장치에 좌표를 입력할 때 터치스크린식이 아닌 버튼식 기계를 사용하는 것도 좌표 입력 오류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F-35 스텔스 전투기나 F-15K 같은 신형 전투기는 터치스크린 방식으로 좌표를 입력하고, 기체 내부에도 표적지의 지도가 구현되는 스크린이 있어 상대적으로 실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또 좌표가 전투기에 연동된 뒤 통제소와 자동으로 데이터가 공유되는 시스템도 KF-16에는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종사와 통제소 간 구두 소통을 통한 2차 확인 절차도 없었다.

이같은 '구멍'이 모여 사상 초유의 오폭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이 군의 판단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을 본부장으로 하는 사고대책본부를 구성해 정확한 사고 원인 파악 및 재발방지책을 마련해 10일 발표하기로 했다.

군 당국에 따르면 이번 오폭 사고로 인한 부상자는 현재까지 총 29명이다. 민간인이 15명, 군인이 14명이다. 그중 20명은 간단한 치료를 받고 귀가했으며, 중상자인 민간인 2명은 각각 어깨 골절과 목에 파편으로 인한 상처를 입고 수술을 받은 후 중환자실에서 집중 치료 중이다.

kimyewo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