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에 밀린 진중문고…軍, 전자책 비율 높인다
연간 보급권수 줄어드는 등 '종이책' 효용성 떨어져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 군이 진중문고의 종이책을 줄이고 이를 전자책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병사들의 스마트폰 사용이 늘어나면서 종이책 독서율이 떨어진 데 따른 조치다.
21일 군 당국에 따르면 국방부 정신전력정책과는 최근 '진중문고와 정기간행물 사업 개선 방안 연구용역'을 발주했다. 이 연구용역은 계약일로부터 5개월간 진행돼 올해 안에 그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진중문고는 1978년부터 장병들의 교양 증진과 정신전력 강화를 위해 국방부에서 양질의 도서를 선정해 군부대에 배포해 온 사업이다. 우리 군은 건전한 국가관 확립을 위한 도서는 물론 시중의 문학·비문학 '베스트 셀러' 상당수를 진중문고로 선정해 보급하고 있다.
이번 연구용역은 진중문고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인식에서 준비됐다. 과거에는 텔레비전과 컴퓨터(사이버정보지식방) 등이 진중문고의 경쟁자였다면, 이제는 병사들도 평일 일과 후와 공휴일에 자유롭게 스마트폰을 사용하면서 상대적으로 종이책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22년 9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성인 가운데 일반 도서를 단 한 권이라도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을 뜻하는 '종합독서율'은 43.0%에 그쳤다. 성인 연간 종합독서율은 처음 조사가 이뤄진 1994년까지만 하더라도 86.8%에 달했다.
국방부는 "군대 내 병사와 간부의 독서에 대한 관심과 흥미가 하락하고 있고, 종이책 대신 모바일로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고 있다"라며 "진중문고 사업의 현상을 파악하고 장병 설문조사 등을 통해 진중문고의 수량·분야, 적절성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진중문고 사업을 △현행유지 △개선 △폐지 등 다양한 관점에서 검토할 계획인데, 현재로선 전자책의 비율을 늘리는 개선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국방부는 장병 독서 접근성 향상을 위해 지난 2023년부터 진중문고에서 종이책 비중을 소폭 줄이고 '나라사랑포털'을 통해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도입한 바 있다.
진중문고 예산 확보의 어려움도 이번 연구의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2024 국방통계연보에 따르면 진중문고 예산은 △2020년 86억 원 △2021년 94억 원 △2022년 94억 원 △2023년 95억 원 등으로 동결 추세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예산이 감소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에 따라 연간 진중문고 선정 권수는 △2020년 85권 △2021년 94권 △2022년 95권 △2023년 100권으로 늘어났음에도, 총 보급 권수는 2020년 100만 6260권에서 2023년 96만 8625권으로 줄었다.
군 관계자는 "책 읽는 병영을 만들기 위해 장병 선호도가 높은 진중문고 보급량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으나, 예산 확보에는 어려움이 있다"라며 "장병들이 책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는 방향으로 사업의 미래 추진 방향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hgo@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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