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성전환자 軍 복무 '길 열릴까'… "허용한다면 입대 전 수술 마친 사람만"
KIDA, 국방부에 '성전환자의 군 복무' 연구용역 결과 제출
'허용' '불허'에 대한 정책 제언 담아… 軍 후속 연구 예정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트랜스젠더(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할 경우 입대 전 수술을 마치고 법적 성별을 정정한 사람으로만 한정해야 할 것이란 국책연구기관의 정책 제언이 나와 주목된다.
7일 뉴스1 취재를 종합하면 한국국방연구원(KIDA)은 지난 2021년 국방부가 발주한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연구를 최근 종료하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제출했다. KIDA는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이다.
KIDA는 이번 연구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찬반 의견을 명시하진 않았다. 대신 KIDA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는 경우와 인정하지 않는 경우 등 2개 상황을 가정해 국방부에 정책 선택지를 제공했다.
이 가운데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는 경우와 관련해선 '입대 전 성전환 수술을 완료하고 법적 성별을 정정한 사람에 한해 군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KIDA로부터 제시됐다.
이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대한 △장병들의 부정적인 인식과 △법적 문제 발생 소지를 감안한 것으로서 '군 복무 중 성전환한 경우엔 더 이상 복무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KIDA는 이번 연구과정에서 작년에 현역 병, 간부, 국민들을 대상으로 각각 여론조사를 실시했으며, 평균 약 7대 3의 비율로 성전환자의 군 복무 '반대' 의견이 많았다고 한다.
다만 국민 대상 여론조사에선 '군 복무에 지장이 없다면 성전환자의 복무를 제한적으로 인정하자'는 의견이 '인정하면 안 된다'보다 우세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KIDA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기로 한다면 그 범위를 '입대 전 성전환 완료'에서부터 '군 복무 중 성전환' 등으로까지 점차 넓혀가는 방안도 함께 제시한 것으로 파악됐다.
KIDA는 또 군내 성 관련 범죄의 예방을 위해 성전환 장병들이 사용할 샤워실·화장실 등을 별도로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할 것을 국방부에 제언했다.
아울러 KIDA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인정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경우엔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더라도 자신의 성별과 다른 성 정체성을 가진 이른바 '성별 불일치' 장병들에 대한 관리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이번 연구 결과 보고서에 담았다.
KIDA는 또 현재는 성전환자의 군 복무 인정 여부를 결정할 법·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단 점에서 추후 그 분기점이 될 수 있는 '차별금지법'의 국회 입법 과정 등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런 가운데 군 당국은 올 연말쯤엔 '성전환자의 군 복무 인정'을 전제로 후속 연구에 착수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군 당국은 또 성전환자의 군 복무에 관한 해외 사례를 살펴보기 위해 이미 미국에 출장단을 파견했던 데 이어, 하반기엔 이스라엘 출장도 계획 중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성전환자의 군 복무를 허용하고 있는 나라는 미국·이스라엘을 포함해 영국·독일 등 20여개국 정도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제한한다'는 행정명령을 내렸다가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해당 명령을 취소했다. 같은 해 10월엔 미 보건부의 레이철 레빈 차관보가 공중보건서비스단(PHSCC) 단장을 맡으면서 미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 젠터 '4성 장군'이 됐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군 내 일각에서도 저출산에 따른 병역자원 감소와 더불어 '성전환자의 군 복무 기회 박탈은 헌법상 기본권 침해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으나, 군에 대한 사회적 인식 등을 이유로 이를 공론화하는 건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방부 중앙전공사상심의위원회는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전환 수술을 했단 이유로 강제전역 조치된 뒤 결국 극단적 선택에 이른 고(故) 변희수 하사의 순직 비해당 결정에 대한 재심사를 앞두고 있다.
다만 위원회의 재심사는 접수 순서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변 하사 건의 경우 연내 재심사가 이뤄지긴 어려울 전망이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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