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웃으면서 입대해요"… 올해 13년차 맞은 '입영문화제'

버스킹부터 캐리커처까지… '새로운 도전' 응원하는 자리
'6전7기' 운전병·아버지 전역 부대서 복무 '이색사연'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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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경기도 고양 소재 육군 9사단 백마 신병교육대에서 펼쳐진 '입영 버스킹'.2023.6.1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고양=뉴스1) 박응진 기자 = "바람이 불어오는 곳, 그곳으로 가네. 그대의 머릿결 같은 나무 아래로~."

12일 경기 고양시 소재 육군 제9보병사단 '백마 신병교육대'에선 싱어송라이터 유주호씨의 '입영 버스킹'이 펼쳐졌다.

이날 입대하는 아들을 배웅하기 위해 대전에서 남편·딸과 함께 신교대를 찾았다는 김보경씨(54·여)는 유씨의 노래에 맞춰 어깨를 들썩였다.

김씨는 "30여년 전 연애하던 남편을 군대에 보낼 땐 조용하고 경직돼 있었는데 그때와는 (입영) 분위기가 다르다"며 "아들이 군대에 간다고 생각하니 침울했는데, 막상 와서 보니 축제 같아 즐겁다.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부산에서 왔다는 권유진씨(50·여)는 이날 입대하는 아들 오재혁씨(21)의 등에 업힌 채 '어부바길'을 지났다. 권씨는 "입영 문화가 많이 변한 것 같다. 아들을 군에 보내는 마음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아들 오씨는 어머니에게 "건강하게, 남자가 돼 돌아올게"란 말을 남겼다.

권유진씨(50·여)가 아들 오재혁씨(21)의 등에 업혀 '어부바길'을 지나고 있다.(병무청 제공)

임경아씨(48·여)와 황소은씨(23·여)는 각각 입대하는 아들과 남자친구에게 '사랑의 편지'를 쓰며 건강과 안녕을 바랐다. 황씨는 "입영식은 분위기가 어두워 눈물을 흘릴 줄 알았는데, 이렇게 추억을 만들어줘 좋다"며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병무청은 입영 현장을 이별의 순간이 아닌 새로운 도전과 시작을 응원하는 자리로 만들기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지자체·군과 함께 '현역병 입영문화제'(2020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에 따라 미실시)를 열고 있다.

입영문화제에선 군에 첫발을 내딛는 아들이 부모님 등을 업고 걷는 어부바길을 비롯해 사랑의 편지쓰기, 병무청 마스코트 '힘찬이'와 함께 사진 찍기, 캐리커처 등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또 입영 부대별로 버스킹과 군악·의장대 시범, 전투 장비·물자 전시, 성악·마술·댄스 등 다양한 행사를 함께 진행하면서 입영 가족 등에게 감동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영 부대에 따라선 세족식과 카네이션 증정, LED 응원영상 등 행사도 진행한다.

12일 경기도 고양 소재 육군 9사단 백마 신병교육대에서 입영식이 진행되고 있다. 2023.6.12/뉴스1 ⓒ News1 박응진 기자

병무청이 작년에 입영문화제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94.9%(매우 그렇다 32.7%, 그렇다 42.2%)가 입영문화제에 대해 '병역이행 자긍심 제고 및 부담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또 98.0%는 '입영문화제가 필요하다'(매우 필요 44.5%, 필요 39.4%)고 했다.

병무청은 올 한 해 총 60회의 입영문화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는 연간 기준 역대 최다 횟수다. 특히 외부 전문 업체 위탁을 통해 한층 수준 높은 대면 행사를 실시하고, 대국민 소통·홍보를 강화해가겠다는 게 병무청의 구상이다.

병무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청년층 병역 이행자가 선호하는 다채롭고 풍성한 행사를 마련해 자발적 병역이행 문화 조성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백마 신병교육대에 입영한 240여명의 훈련병 중엔 특이 사연을 가진 이들이 적지 않았다.

제주도에서 초등교사로 일하던 이경섭씨(27)는 운전병으로 복무하기 위해 작년 12월부터 공군·육군 모집병에 지원했다 6번 탈락한 뒤 7번째에 합격했다.

12일 경기도 고양 소재 육군 9사단 백마 신병교육대에 입영한 김태호씨. (병무청 제공)

그는 "정보를 잘 모르는 상태에서 급하게 지원했다가 점수가 모자라 탈락했다"며 "입영 시기가 미뤄지긴 했지만 원하던 운전병에 합격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직계가족복무부대병'이 된 김태호씨(22)는 "아버지와 같은 부대에서 같은 전통을 따른다는 게 굉장히 좋다"고 밝혔다. 9사단에서 포병 부사관으로 복무하다 상사로 제대한 김씨의 아버지는 '몸 건강한 게 제일 중요하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윤태웅씨(20)는 본인의 '인생 스케줄'에 따라 작년에 미리 입영일을 이날로 결정했다. 내후년 1학기 복학을 목표로 세운 윤씨는 "나라의 부름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자기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또 정지우씨(23)는 병역판정검사에서 체중 미달로 '4급'을 판정받아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할 수 있었지만 자진해서 현역병 입영을 결정했다. 정씨는 13일 55사단으로 입영한다.

정씨는 "처음엔 주변에 말리는 사람이 많았지만 현역영 입영 결정 후엔 격려를 많이 해준다"며 "군 복무 시간이 아깝지 않도록 많이 보고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