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여정의 '젤렌스키 비판' 왜?… "美 확장억제 강화에 대한 경고"
金 "미국 핵우산 구멍 숭숭 뚫려… 능력도 없이 핵참화 자초"
전문가 "'우크라 침공' 러시아 지지 표명하며 한미동맹 견제"
- 이창규 기자
(서울=뉴스1) 이창규 기자 =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부장이 1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난하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해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 부부장의 이번 담화는 표면적으론 미국 핵무기의 우크라이나 배체 또는 우크라이나의 독자 핵무장 필요성을 주장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겨냥한 것이지만,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및 도발 위협에 맞서 '확장억제 강화'를 강조하는 우리나라와 미국 등을 향한 우회적 경고 메시지도 함께 담았단 해석이 나오고 있다.
김 부부장은 1일 오후 늦게 발표한 담화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롯한 우크라이나 당국자들이 "여러 계기들에 핵야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젤렌스키 당국이 이미 구멍이 숭숭 뚫린 미국 핵우산 밑에 들어서야만 러시아의 강력한 불벼락을 피할 수 있다고 타산했다면 그들은 분명코 잘못된 길, 마지막 길을 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작년 2월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 대한 무력침공을 개시한 이래 현재도 계속 전쟁을 이어오고 있다. 이에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경제·금융제재와 더불어 우크라이나엔 각종 무기와 물자 등을 지원하며 돕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러시아 측은 한때 우크라이나 전장에 대한 핵무기 사용 가능성을 언급해 파장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김 부부장은 "러시아를 타승할 수 있다는 치유불능의 과대망상증에 걸린 우크라이나 당국이 뒷일을 내다볼 초보적 의식도, 그 후과(결과)를 감당할 아무런 능력도 없이 자기 생존을 위협하는 핵참화를 자초하고 있다"며 젤렌스키 대통령의 작년 2월 독일 뮌헨안보회의 당시 '핵보유국 지위 회복' 발언과 최근 우크라이나 대통령실 홈페이지 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핵무장' 관련 글 등을 문제삼았다.
이에 대해 임을출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김 부부장이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언급한 내용의 담화를 낸 건 러시아에 대한 지지 입장을 공개적으로 표명하면서 확장억제와 핵우산 등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분석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방어능력 등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을 뜻한다. 미 정부는 현재 유럽 지역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과의 '핵공유'를 통해 러시아로부터의 핵위협에 대비한 억제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한미·한일 등 또한 북한의 핵·미사일 기술 개발 고도화와 그에 따른 도발 위협을 이유로 확장억제 실행력 제고와 더불어 한미일 3국 간 안보협력 강화를 모색 중이다.
특히 한미 양국 군은 올해 전반기 연합연습 '자유의 방패'(FS·3월13~23일)와 연계해 전구(戰區)급 야외 실기동훈련(FTX)을 2018년 6월 이후 처음 실시하기도 했다. 이번 주 초엔 미국 해군 원자력추진 항공모함 '니미츠'가 참여하는 한미일 3국 해상전력 간의 대잠수함훈련이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실시될 예정이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김 부부장 명의 담화 발표 다음날인 2일 오전 '전쟁광들의 망동엔 대가가 따를 것'이란 논평을 통해 "미국과 그 추종무리들은 저들이 상대하는 국가(북한)가 실제에 있어 핵공격력을 갖추고 있단 사실, 그리고 빈말을 모르는 우리 인민과 군대의 특질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미국과 괴뢰들이 우리 공화국(북한)을 향해 노골적인 군사적 도발을 걸어오는 이상 우리 선택도 그에 상응할 것"이라며 연이은 한미훈련 등을 자신들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하고 그 대응에 나설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명현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 김 부부장이 젤렌스키 대통령을 비판한 건 궁극적으로 한미 간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유도하기 위한 외교적 수사로 보인다"며 "이는 젤렌스키 대통령이 아닌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서 한미동맹의 확장억제 무용론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일각에선 최근 미 정부 발표를 통해 북한과 러시아 간의 '무기-식량 거래설(說)'이 재차 불거진 점을 들어 "북한이 러시아와의 관계 강화 차원에서 우크라이나를 비난하는 내용의 김 부부장 명의 담화를 발표한 것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이자 북한의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는 북한이 작년 한 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8발(개발시험 및 실패 사례 포함)을 발사하는 등 전례 없는 빈도와 수위의 무력도발을 벌였음에도 중국과 함께 안보리 차원의 공동 대응 논의에 번번이 제동을 거는 등 북한의 '뒷배'를 자처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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