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때 설악산서 산화한 18세 청년…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국유단, 故 허창식 하사 유해 신원 확인… 형도 참전해 전사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한국전쟁(6·25전쟁) 당시 '설악산 부근 전투'에서 만 18세 나이로 산화한 청년 장병의 유해가 72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국유단)은 지난 2011년 강원도 인제에서 발굴한 6·25전쟁 전사자 유해의 신원이 고(故) 허창식 하사로 확인됐다고 30일 밝혔다. 국유단이 유해 발굴을 시작한 2000년 4월 이후 207번째로 신원이 확인된 사례다.
허 하사는 1933년 4월 제주도 서귀포시 대정읍 일대에서 3남1녀 중 둘째로 태어나 어린 나이 때부터 부모님과 농사를 지으며 생계를 이어가던 중 1950년 6·25전쟁 발발에 따라 같은 해 9월 제주 훈련소를 통해 입대했다.
그러나 허 하사는 이듬해 5월7~13일 인제 저항령에서 벌어진 '설악산 부근 전투'에 참전 중 장렬히 산화했다.
'설악산 부근 전투'는 전쟁 당시 국군 제11사단이 동해안으로 진격하는 과정에서 북한군 6사단과 벌인 전투다.
국유단은 "저항령은 해발 1100m 이상 험난한 산악지역으로 전사(戰史)에서도 당시 탄약과 식량 보급에 제한이 많았다는 기록을 확인할 수 있다"며 "후배 장병들의 유해 발굴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은 곳"이라고 설명했다.
국유단에 따르면 고인의 유해는 육군 제12보병사단 장병들과 함께 2011년 5월 실시한 기초 발굴 도중 저항령 정상 바위틈에서 넙다리뼈를 처음 식별됐다. 이후 바위를 치워가며 주변을 지역을 발굴한 결과, 바위 틈새에 산발적 형태로 분포돼 있던 발가락뼈, 발목뼈 등 유해를 추가로 수습할 수 있었다고 국유단이 전했다.
국유단은 "해당 유해를 정밀 감식한 결과 일부 골격에선 불에 노출돼 수축·손상된 흔적이 확인됐다"며 "M1 카빈총 실탄과 철모 등 유품도 함께 발견돼 당시 치열했던 전투상황을 짐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번 신원 확인은 고인의 남동생 허창화씨(87)의 아들이 국유단의 유해 발굴 사업을 알게 돼 부친과 함께 제주 서귀포시 서부보건소에서 유전자 시료 채취에 참여한 게 결정적 계기가 됐다. 국유단은 2021년 채취한 유가족의 유전자 시료와 고인의 유해 유전자를 정밀 분석해 형제 관계를 확인했다.
고인의 유해 신원이 확인됐단 소식에 허창화씨는 "죽기 전에 찾아 정말 다행"이라며 "형님을 찾기 위해 고생한 모든 분에 정말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허 하사의 형인 고(故) 허창호 하사도 6·25전쟁 당시 11사단 소속으로 전북 순창지구에서 참전했다가 1951년 1월30일 동생보다 먼저 전사했다.
허 하사의 유해를 가족 품에 전하는 '호국의 영웅 귀환 행사'는 이날 제주 서귀포시 소재 유가족 자택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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