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1뷰]軍 '킬웹' 적용해 北 효과적 타격… AI가 최적수단 실시간 파악
합참·각 군 간 촘촘한 네트워크 구축… '모자이크전' 대비
'한국형 JADC2' 마련… 미군과 연계로 상호운용성 높여야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북한의 탄도미사일 기술이 고도화되고 있다. 다종의 미사일을 섞어쏘며 우리 군의 미사일방어체계를 위협하는가 하면, 이동식발사차량(TEL)을 동원해 기동력을 높이고 있다. 원점 타격이 어렵도록 갱도나 터널, 저수지를 미사일 발사 장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에 맞서 우리 군도 '킬체인'(Kill Chain) 전력을 강화하고 있다. 킬체인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기 전 그 징후를 포착했을 때 해당 시설을 선제적으로 파괴·교란하거나 미사일 발사 후 원점을 타격하는 작전개념을 의미한다.
현재 우리 군은 미사일 시설을 탐지·식별해 지휘부가 결심을 한 뒤 타격하는 등 순으로 킬체인을 단계적으로 운용한다. 그러나 북한의 고도화된 미사일 기술과 '성동격서'(聲東擊西)식 전술 때문에 현재의 킬체인 운용 방식으론 긴급하고 효과적인 대응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국방부가 지난 3일 '국방혁신4.0' 기본계획을 발표하면서 '킬웹'(Kill Web) 개념을 적용하겠다고 처음 공식화한 것도 이 때문이다. 킬웹은 지휘통제체계를 거미줄처럼 구축해 북한의 미사일을 무력화할 수 있는 최적 타격수단을 찾아내도록 인공지능(AI)가 실시간으로 돕는 체계다.
군 관계자는 킬웹에 대해 "바둑판처럼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어 (북한의 위협을) 주요 탐지자산으로 탐지해 지휘통제체계를 통해 타격 명령을 내리고, 이게 막혔을 땐 다른 루트를 통해 지휘통제하는 것"이라며 "신속히 타격 목표를 분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킬웹이 적용되면 우리 군의 유·무인 전투비행체계, 우주자산, 작전사령부 등이 병렬적으로 연결하는 다층·다중의 네트워크 지휘통제체계가 구축된다. 이를 통해 북한의 공격으로 일부 타격수단이 파괴되더라도 실시간으로 그 정보를 공유하기 때문에 작전을 지속 수행할 수 있다.
또 표적을 무력화하는 데 보다 적합한 타격수단이 있다면 이미 작전이 시작됐다고 하더라도 그 수단을 신속하게 바꾸는 등 작전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는 다양한 표적에 동시에 적용할 수 있는 작전개념이기 때문에 합동참모본부와 육·해·공군 및 해병대 등 각 군의 합동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은 작년 3월 미국 하원 국방위 청문회 서면답변에서 북한의 위협에 대해 '재래식 무기와 탄도미사일'을 언급하면서 "패트리엇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등으로 유연성을 확보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무기 대(對) 무기'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전체 킬웹을 쫓아 북한의 (대응) 체계에 침투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은 현재 우리 군의 킬체인의 작전개념을 인식하고 있고, 킬체인 전력을 무력화하기 위한 능력도 어느 정도 갖추고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이런 상황에서 킬웹을 적용하면 우리 군의 기존 킬체인 요소 중 하나의 연결고리가 끊어질 경우를 대비할 수 있게 된다.
우리 군의 작전 유연성이 높아지면 반대로 북한 입장에선 불확실성이 커져 의사결정이 지연되는 등 군사작전에 어려움이 발생하게 될 수밖에 없다.
특히 킬웹이 적용되면 미래 전쟁수행 방식인 '모자이크전'(Mosaic Warfare)에도 대비할 수 있다. 모자이크화의 일부 타일이 빠져도 전체를 보면 어떤 이미지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일부 전력이 무력화되더라도 전체 작전은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게 모자이크전의 개념이다.
이 때문에 모자이크전에선 인간의 능력에 기초한 군사작전이 아니라, 적보다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지원하는 AI 등 첨단기술의 기계적 능력이 강조된다. 또 저가의 단일기능 다수 전력을 확보하고, 유·무인 복합전투체계를 발전시켜나가는 노력은 모자이크전에 대비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킬웹을 실전에서 활용하기 위해선 '한국형 합동 전 영역 지휘통제(JADC2) 체계' 구축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 JADC2는 4차 산업혁명의 초연결·초융합·초지능 기술의 집약체로서 미군이 2019년부터 전력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AI 기반의 차세대 지휘통제체계다.
우리 군은 합참과 각 군의 C4I(지휘·통제·통신·컴퓨터·정보) 데이터의 저장·분류·처리·통합하는 등 C4I 체계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한국형 JADC2를 구축하겠단 구상이다.
현재는 각 군 지휘통제체계가 격실단위로 구축돼 있는 반면, 한국형 JADC2에선 합참과 각 군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어 보다 빠른 '결심'을 도울 수 있다.
우리 군은 현재 미군과의 연합방위태세 하에 있기 때문에 장기적으로는 양측의 JADC2를 연계하는 등 상호운용성을 높이는 작업에도 나설 계획이다. 현재 미군은 '오커스'(AUKUS, 미국·영국·호주 안보 동맹)에만 JADC2 표준을 공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 군 타격자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킬웹과 JADC2가 도입되면 이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다"며 "보다 촘촘한 정찰능력과 빠른 정보 공유를 바탕으로 판단과 결심이 빨라져 타격을 보다 효과적으로 할 수 있다. 북한의 도발에 압도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미국이 세계에서 군사작전을 가장 잘하는 나라가 된 건 무엇보다 킬체인을 잘 운용하기 때문"이라며 "시간이 조금 걸리겠지만 우리나라도 킬웹 개념을 잘 발전시켜나간다면 군사적 역량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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