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사 前지휘관들 '전술핵 재배치' 갑론을박

임호영 "핵무장도 검토할 때", 스캐퍼로티 "확장억제로 충분"
정승조·브룩스 "한미동맹 넘어 일본과 협력 필요" 한 목소리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 2022.10.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미연합사령부를 이끌었던 양국의 예비역 장성들이 주한미군 내 전술핵 재배치 문제를 놓고 이견을 보였다.

우리 측 예비역 장성에게선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우리나라의 독자 핵무장까지 검토해야 할 때란 의견이 제시된 반면, 미국 측에선 자국의 '확장억제'력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임호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한미동맹 강화 및 한반도 평화정착 방안'을 주제로 25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역대 연합사 지휘관 포럼'에 참석, 북한의 최근 잇단 무력도발을 거론하며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임 전 사령관은 "그러나 미국은' 한반도 외에서도 동맹을 확장할 시기가 왔다'고 한다"며 "우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생존과 연결돼 긴박한데 (한미 간에) 온도차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한반도에 미군 전술핵을 다시 들여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식 핵공유' 체제를 운용하거나 △한국의 독자 핵무장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커티스 스캐퍼로티 전 연합사령관은 "우리(미국)이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은 충분하다"며 "우리가 뭘 더 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확장억제'란 미국이 적대국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능력과 재래식전력, 미사일 방어능력 등의 억제력을 미 본토 방위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제공한다는 개념이다.

즉, 한국에 대한 '확장억제'에 따라 북한의 핵위협에 맞서 미국도 핵을 사용할 수 있는 만큼 '굳이 한국 내 전술핵 재배치나 한국의 핵무장을 추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스캐퍼로티 전 사령관은 "미국이 제공하는 확장억제력은 굳건하고 안전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미군이 다른 해외 주둔지에 배치해둔 전술핵무기도 감축할 필요가 있단 견해를 제시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과거 나토처럼 한미도 핵 전략계획그룹을 통해 (확장억제에 관해) 많은 협의를 해야 한다"며 "한국 고위관료를 참여시켜 계획을 좀 더 구체화해야 할 단계다. 핵 억지력의 순서와 계획을 충분히 이해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 측이 '확장억제' 운용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미국의 노력이 필요하단 뜻으로 해석된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빈센트 브룩스 주한미군전우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그랜드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미동맹 평화 콘퍼런스' 참석 중 만나 대화를 나누고 있다. 2022.10.25/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이런 가운데 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낸 정승조 전 합참의장과 빈센트 브룩스 전 연합사령관은 이날 포럼에서 "북한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 한미동맹을 넘어 일본과도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브룩스 전 사령관은 "북한 때문에 한국에서 동맹이 피를 많이 흘렸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이 동맹 체제를 더 강화시킬지 (고민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호주·인도 등으로도 협력을 확대해야 한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정 전 의장도 "한미동맹이 제대로 힘을 받으려면 일본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한미일 전력이 동해상에서 함께 군사훈련을 실시한 사실을 둘러싼 정치권의 논란을 두고는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는 말도 했다.

이와 함께 최병혁 전 연합사 부사령관은 "미래에 북한과 비핵화 협상을 개시하더라도 한미연합훈련을 외교적 협상 조건으로 사용해선 안 된다"며 대북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 위해 연합훈련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 논의를 위한 2018년 남북·북미정상회담 이후 한미훈련이 대폭 축소되거나 줄줄이 취소된 사실을 염두에 둔 발언이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북한이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와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 간의 두 번째 회담이 결렬된 이후 핵·미사일 기술 고도화에 다시 집중했던 것으로 보고 있다.

2019년부터 대규모 야외실기동훈련(FTX) 없이 컴퓨터 시뮬레이션 위주로 대폭 축소된 한미훈련마저도 "북침연습"이라고 주장하며 반발했던 북한은 올 들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를 재개한 데다 현재 제7차 핵실험 준비까지 마무리한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북한은 2018년 '비핵화'를 화두로 한 정상외교를 본격화하기에 앞서 스스로 '핵·ICBM 시험 유예'를 선언했고, 당시 일부 당국자들은 이를 북한의 '진정성 있는 조치'로 평가하기까지 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전 연합사령관은 2019년 이후 일부 지역 주민 등의 반발 때문에 한국 내 사격장을 이용한 주한미군의 '아파치' 훈련이 중단됐던 점을 들어 "이는 우리(미군)의 역량, 신뢰를 억제하는 것이다. 한국의 범정부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날 포럼에선 중국의 대만 침공에 따른 주한미군의 역외 투사 가능성에 대한 논의도 이뤄졌다. 정 전 의장은 "미국은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끊임없이 생각해왔다"며 그 가능성을 열어뒀다.

이에 대해 브룩스 전 사령관은 "시진핑(중국 국가주석)이 군사적 측면에서 체면을 잃고 싶진 않을 것"이라며 "대만과 관련해 중국이 오판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pej86@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