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게 시작한 육군 국감… '공무원 피격' 놓고 與野 공방만

국힘 "文 전 대통령이 월북 얘기", 민주 "비공개 회의록 공개하자"

20일 오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육군본부 국정감사. 2022.10.2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계룡=뉴스1) 허고운 기자 = 여아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의 육군본부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감사 대신 2020년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을 두고 공방을 벌였다.

여야 국방위원들은 사건 당시 군의 특별취급정보(SI) 보고가 담긴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의 공개 여부를 놓고 다퉜다.

국방위는 당초 이날 오전 10시부터 충남 계룡대에서 육본 등에 대한 국감을 진행할 계획이었으나,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위원들이 오전 9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긴급 의원총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여야 간사 간 협의 등을 거쳐 오후 2시로 개의 시간을 미뤘다.

그러나 여야 국방위원들은 뒤늦게 시작한 국감에서 육군과 직접 관련이 없는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에 대한 의사진행발언을 이어가며 설전을 벌였다. 사건 피해자인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에 대해 당초 '월북 가능성이 있다'고 했던 해경 등의 중간수사 결과가 올 6월 번복된 배경 등을 놓고 다시 진실공방을 벌인 것이다.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은 이씨가 2020년 9월21일 서해 연평도 인근 해상에서 어업 지도선을 타고 근무하던 중 실종됐다가 하루 뒤인 9월22일 북한 측 해역에서 북한군 총격에 사망한 사건을 말한다.

이와 관련 설훈 민주당 의원은 "국방위에서 과거 월북 추정으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기록으로 남아 있다"며 "그 기록을 모두 정리해 국민에게 내놓으면 누가 거짓말을 하는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김영배 의원도 "SI에 월북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게 포함돼 있는지 (확인해) 보기 위해 2020년 9월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을 공개하자"며 요구했다.

특히 민주당 의원들은 이 사건 당시 국방위 간사였던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이 언론브리핑에서 이씨에 대해 '월북의 정황이 있다'고 발언한 사실을 재차 문제 삼았다.

그러자 한 의원은 "비공개 회의에서 국방부는 SI를 들려준 적이 없다"며 "당시 기자들 질문에 '국방부 보고에 의하면 월북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 정황'이라고 답한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20일 오후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의 육군본부 국정감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리가 비어 있다. 2022.10.20/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또 임병헌 국민의힘 의원은 "서욱 당시 국방부 장관은 (이 사건에 관한) '대통령 지시가 무엇이었냐'는 질의에 '월북 가능성 여부를 잘 봐야 한다'였다고 답했다"며 "대통령이 자국민을 구할 생각을 하지 않고 월북 가능성을 담아 지시했고, 서 장관은 그에 맞게 조작해 비공개 회의에서 국방위원을 기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배진교 정의당 의원은 "책임 있게 진실을 확인하는 게 국민이 우릴 국회에 보낸 책무를 다하는 일"이라며 사건 당시 SI를 비공개로 확인할 필요가 있단 입장을 밝혔다.

현 국민의힘 간사인 신원식 의원은 "지금 각자 믿는 대로 싸워서 결론이 나겠느냐"며 "여야 간사가 (SI) 공개를 협의하면 내가 군 측에 물어보고, 또 미국 측에서도 '공개해도 좋다'고 한다면 그때 다시 논의하자"고 제안했다.

SI란 '적에 누설될 경우 군사작전·정보활동에 치명적인 위해를 초래할 우려가 있어 그 출처·내용을 은폐한 정보'를 말한다.

특히 북한군 동향 등에 관한 SI를 생성할 땐 우리 군뿐만 아니라 미군 자산을 이용해 확보한 첩보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아 우리 당국의 결정만으론 이를 공개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국방위 국감장에선 현직이 아닌 서 전 장관이 실명의 여야 의원들에게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기이한' 상황이 연출됐다. 서 전 장관이 과거 육군참모총장을 지낸 만큼 이날 육군 국감과 '서해 공무원 피격사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것이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는 지난 18일 서 전 장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 전 장관은 사건 발생 당시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정부 판단과 배치되는 내용의 감청 정보 등이 담긴 군사기밀을 군사통합정보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거나 합동참모본부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도록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허위 공문서 작성, 공용전자기록 손상 등)를 받고 있다.

그러나 안규백 민주당 의원은 "여기 있는 군 장성들은 서 전 장관이 국방위에서 허위보고하고 거짓말할 사람으로 보이는지 묻고 싶다"고 말했고, 같은 당 김병주 의원은 "2년 전과 바뀐 건 정권 밖에 없는데, 무슨 근거로 서 전 장관이 (보고를) 조작했다고, 군이 조작 집단이라고 말하느냐. 군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폄하한 데 대해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련 공방이 길어지면서 일부 여야 의원에게선 '명예훼손'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까지 나왔다.

민주당 설 의원은 "피살 공무원 가족은 (이씨가) 월북했을 리 없다고 믿는데, 그런 정서 상태를 가진 분과 윤석열 대통령이 만나 (수사결과를 번복하라는) 지침이 내려갔다"며 "윤 대통령의 무능으로 벌어진 일로서 (대통령이) 어리석으면 나라가 뒤집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국민의힘 한기호 의원은 "나보고 예의가 있네. 없네 하는데 김병주 의원은 내가 군단장 할 때 연대장하지 않았느냐"며 "후배들 보는 데서 그게 예의가 있느냐"고 쏘아붙이기도 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가열되자 이헌승 국방위원장(국민의힘)은 오후 3시30분쯤 국감 정회를 선포했다. 이후 국감은 오후 4시30분쯤 속개됐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