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잇단 무력 도발에 끈끈해지는 '한미일 군사협력'
동해 공해상서 지난달 30일 이어 6일에도 3국 간 훈련 실시
北핵·미사일, 美·日에도 '위협'… 한일 양자 간 협력은 '아직'
- 박응진 기자
(서울=뉴스1) 박응진 기자 =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에 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최근 북한이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을 포함한 연이은 탄도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 일대의 긴장을 끌어올리면서다.
군 당국에 따르면 한미 해군과 일본 해상자위대는 6일 오후 동해 공해상에서 각각 구축함·호위함 등을 동원해 북한의 탄도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실시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동해 공해상에서 실시된 북한 잠수함 침투를 상정한 한미일 3국 간 대잠수함 훈련이 이뤄진지 불과 6일 만에 다시 3국 해상전력이 뭉친 것이다.
한미일 미사일 방어훈련을 위해 미 '도널드 레이건' 항모강습단이 뱃머리를 돌려 동해상에 재전개된 것이나 한미일 해상훈련이 2주 연속 실시된 건 모두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북한이 지난 4일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쏜 '화성-12형' 추정 IRBM 1발이 일본 상공을 넘어 4500여㎞를 비행한 뒤 북태평양에 떨어진 것과 연관이 있다.
북한이 올해 들어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위반하면서 발사한 탄도미사일 22발의 상당수는 우리나라 주요 지역은 물론, 바다 건너 주일미군기지 등까지도 사정권에 넣는다. 북한이 4일 쏜 IRBM의 경우 미국령인 괌도 충분히 타격 가능한 거리를 날았다.
더구나 북한은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언제든 제7차 핵실험을 감행할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지난달 8일엔 '핵무력 정책'을 법제화까지 한 북한이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옆나라 일본, 태평양 너머의 미국 모두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으로부터 안전하지 못한 상황이 3국의 군사협력에 속도를 더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이와 함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대만 문제 등을 둘러싸고 '북한·중국·러시아 대(對) 한국·미국·일본' 등 신(新)냉전 구도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점도 한미일 3국의 밀착 수준을 높이는 요인으로 거론된다.
그동안 '빗장'이 처져있던 한미일 군사협력의 문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5월 첫 정상회담을 할 때부터 조금씩 다시 열리기 시작했다.
한미 정상은 당시 공동성명에서 "북한의 진화하는 위협을 고려해 양 정상은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 연합연습 및 훈련 범위·규모를 확대하기 위한 협의를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한반도와 그 주변에서'란 문구를 놓고 한미가 일본과 함께 하는 연합훈련을 실시하기 위한 포석이란 관측이 나왔던 상황이다.
이후 한미일 3국 해상전력은 7월부터 미 하와이 근해에서 환태평양훈련(RIMPAC·림팩)과 미사일 탐지·추적훈련 '퍼시픽 드래건'을 실시한 뒤 8월엔 괌 근해에서 연합 해상훈련 '퍼시픽 뱅가드'를 진행했다.
그 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계기로 지난달 30일과 이달 6일 동해 공해상에서 한미일 3국 간 해상훈련이 잇달아 실식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승겸 합참의장과 마크 밀리 미군 합참의장은 지난 5일 통화에서 북한의 IRBM 발사를 규탄하며 "북한의 핵·미사일 등 군사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안보협력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북한은 앞으로 7차 핵실험을 감행하기 전까지 무력도발을 거듭하며 긴장 수위를 높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인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연합훈련 등을 통한 한미일 3국의 군사협력 수준도 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류성엽 21세기 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은 "북중러와 이란은 이제 서로 하나로 묶인 '블록'으로 볼 수 밖에 없다. 그에 대응하려면 우리도 어느 정도 블록화가 필요하다"며 한미일 군사협력 필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윤석열 정부의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 개선' 흐름 속에서 한일 국방당국 간 접점 찾기도 계속될 전망이다.
우선 한일 국방당국은 2018년 12월~2019년 1월 우리 해군함에 대한 일본 해상자위대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사건의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물밑 접촉을 활발히 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 해군 함정의 11월 일본 해상자위대 주관 국제관함식 참가와 한일 양국만의 탐색·구조훈련(SAREX) 등 비(非)군사적·인도주의적 성격의 연합훈련 실시 등도 예정된 수순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일본 측도 최근 북한의 잇단 도발을 계기로 그동안 소극적이었던 우리나라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6일 오후 진행된 윤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 간 통화는 일본 측 요청에 의해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정상은 이번 통화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를 규탄하는 한편, 한미일 3자간 안보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북한에 대해 엄정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한일 양국이 협력해 나가자'는 데 뜻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당분간 한일은 양국 간 연합훈련 등 직접적 군사협력을 추진하기보단 지금처럼 미국과 함께하는 방식의 대북 군사 대응체계를 우선 강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란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한일 간엔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및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등 과거사 문제를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한일 양국이 현 수준의 안보협력 수준을 높이는 건 윤석열 정부에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류 위원은 "초계기 사건은 일본의 의도적인 도발이고 굉장히 위협적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사과 없이, 한일 간 묵은 감정이 정리가 안 된 상태에서 협력관계가 마냥 지속될 순 없다"며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일본 측의 전향적인 조치들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pej86@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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