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IRBM '화성-12형' 개발 5년… 이젠 괌 타격도 빈말 아니다
일본 넘어 4500여㎞ 비행… '최대 사거리' 시험한 듯
김정은, 1~6차 발사 직접 챙기며 '핵무력 증진' 지시
- 허고운 기자
(서울=뉴스1) 허고운 기자 = 북한이 4일 오전 일본 상공을 넘겨 태평양으로 날려 보낸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은 '화성-12형'(KN-17)인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지난 2017년 '화성-12형'의 첫 시험발사를 시도한 이래 이번에 최대 사거리로 추정되는 약 4500㎞를 비행토록 했다. 이 때문에 이 미사일이 사실상 개발 완성 단계에 이른 것으로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우리 군은 이날 오전 7시23분쯤 북한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동쪽으로 발사한 IRBM 1발을 포착했다. 이 미사일의 비행거리는 4500여㎞, 정점고도는 970여㎞, 그리고 최고속도는 마하17(초속 약 5.78㎞) 수준으로 탐지됐다.
북한의 이날 미사일 발사지점으로 지목된 무평리는 올 1월 '화성-12형' 검수사격시험이 이뤄진 곳이다. 북한의 이번 미사일 제원 역시 화성-12형과 유사한 점이 많아 같은 계열 미사일로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화성-12형'은 액체연료 1단 추진체를 이용하는 IRBM으로서 길이 17.4m, 지름 1.65m, 탄두 중량은 500㎏ 정도로 추정된다. '화성-12형'엔 재래식 탄두 또는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으며 최대 사거리는 4500㎞에 이를 것으로 평가된다. 사거리 4500㎞면 북한에서 쐈을 때 유사시 미군의 전략폭격기가 출격하는 태평양 괌을 타격하는 데 충분하다.
북한은 '화성-12형'의 추진체로 옛 소련이 개발한 RD-250 로켓엔진의 개량형인 '백두산' 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소련은 1965년 RD-250 엔진을 탑재한 발사체 발사에 처음 성공했고, 이 기술은 이후 우크라이나를 거쳐 북한으로 밀수출됐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RD-250을 기반으로 만든 로켓엔진을 사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북한은 2017년 이후 이날까지 최소 8차례에 걸쳐 화성-12 시험발사를 실시한 것으로 파악된다. 북한이 이 무기 개발 사실을 공식 발표한 건 2017년 5월14일 평안북도 구성시에서 고각발사(비행거리를 줄이기 위해 발사 각도를 의도적으로 높이는 것) 방식으로 진행된 4차 시험발사 이후다. 당시 시험발사는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참관하기도 했다.
북한은 발사 다음날인 2017년 5월15일 관영매체를 통해 "새로 개발한 지상대지상 중장거리 전략탄도로켓 '화성-12형' 시험발사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며 "발사된 로켓은 예정된 비행궤도를 따라 최대 정점고도 2111.5㎞까지 상승 비행해 거리 787㎞ 공해상의 설정된 목표수역을 정확히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화성-12형 개발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배경으로 1~3차 시험발사 '실패'를 꼽고 있다.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에 따르면 북한은 2017년 4월5일 함경남도 신포에서 '화성-12형'의 첫 시험발사를 시도했으나, 이땐 발사 후 '통제 불능' 상태에 빠져 9분 만에 추락했다. 이때 비행거리는 약 60㎞, 정점고도는 189㎞였다.
이후 같은 해 4월16일 신포에서 실시된 2차 시험발사 땐 발사 후 4~5초 만에 폭발했고, 4월29일 평안북도 북창에서 진행된 3차 시험발사 역시 미사일이 비행 중 폭발 또는 파손돼 실패했다. 3차 시험발사 때 화성-12형은 15분 간 약 35㎞를 날았고, 최고 고도는 71㎞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김 총비서는 실패한 1~3차 시험발사를 모두 참관했다. 이는 화성-12형이 그만큼 북한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무기란 뜻으로 풀이된다.
북한은 통상 무기체계 실험에 성공하면 선전하고 실패하면 숨기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북한은 4차 시험발사 성공 이후 미사일 제작과정을 담은 선전영상을 통해 앞서 1~3차 시험발사가 이뤄진 사실을 공개했다.
화성-12형의 두 번째 성공적 시험발사는 2017년 8월29일 이뤄졌다. 당시 발사는 북한이 최근 미사일 발사장소로 애용하는 평양 순안국제공항에서 진행됐고, 이번에도 김 총비서가 참관했다.
화성-12형은 5차 시험발사 때 고도 550㎞까지 치솟으며 2700㎞를 비행했다. 이 미사일은 당시 일본 홋카이(北海)도 상공을 지나 북태평양에 떨어졌다.
북한은 화성-12형 5차 시험발사를 앞둔 8월9일엔 "미국에 대한 엄중경고" 차원에서 "'화성-12형' 4발의 동시 발사로 진행하는 괌 포위 사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위협하기도 했다.
김략겸 당시 북한 전략군 사령관은 "우리가 발사하는 '화성-12'는 일본 시마네(島根)·히로시마(廣島)·고치(高知)현 상공을 통과할 것"이라며 "사거리 3356.7㎞를 1065초(17분45초)간 비행한 후 괌 주변 30~40㎞ 수역에 탄착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북한은 2017년 9월15일 화성-12형의 6번째 시험발사를 했다. 이때도 발사장소는 순안공항이었고, 미사일은 다시 한 번 일본 상공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비행거리는 3700㎞로 이전보다 늘었고 정점고도는 770㎞로 파악됐다.
이때 화성-12형 발사는 이동식 발사대(TEL) 차량에서 이뤄졌다. 김 총비서는 TEL을 향해 손을 흔들며 여유를 보이기도 했다.
화성-12형의 7번째 시험발사는 올해 1월30일 자강도 전천군 무평리 일대에서 수직에 가까운 고각발사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에 따라 정점고도는 약 2000㎞, 비행거리는 약 800㎞로 탐지됐다.
북한은 7차 시험발사 이후 관영매체를 통해 "생산 장비되고 있는 무기체계를 선택검열하고 전반적인 무기체계의 정확성을 검증하기 위한 목적"의 '검수사격'을 실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김 총비서는 당시 시험발사엔 불참했다.
이와 관련 전문가들 사이에선 북한이 화성-12형의 첫 시험발사로부터 5년의 시간이 흐른 데다 '생산 장비된 무기에 대한 검수사격'이란 표현을 사용했다는 점에서 '화성-12형'이 완성을 넘어 실전배치 단계에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북한의 4일 IRBM 발사을 두고는 지난달 초 '핵무력 법제화' 이후 진행됐다는 점에서 주요 핵투발 수단인 화성-12형의 실전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뤄졌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교수는 "북한이 '화성-12형'의 상승각도와 탄두중량을 조절해 정점고도와 사거리를 조정하고, 또 지난 5년 동안 액체연료 엔진의 성능 최적화를 통해 사거리 성능도 일부 증진했을 개연성이 있다"며 "(미사일의) 정상 궤적 발사는 그만큼 의도적으로 위협 수준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연구위원도 "북한의 4일 미사일 발사는 '화성-12형'의 최대 사거리 검증을 위한 시험이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상궤도로 비행하는 과정에서 재돌입체를 고각발사 대비 오랜 시간 고온·고압 환경에 노출시켜 정상 작동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동시에 고려했을 것 같다"고 분석했다.
류 위원은 "만약 (화성-12형의) 재진입체가 정상적으로 대기권에 재진입하는 데 성공했다면 이는 북한이 IRBM 뿐만 아니라 ICBM 개발 성공에 가까워졌음을 의미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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