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속 맞이한 한중수교 30주년‥'변수·과제' 산적
[한중수교 30년-①] 미중 선택 '압박' 지속 관측…'대중 적극외교'가 해법될까
'한한령' 해제 등 中 태도 변화도 필요…"반중·반한 감정 관리도 시급"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오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를 맺은 지 30주년을 맞는다. 양국은 그간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속 경제·사회·문화 전 분야에 걸쳐 발전과 성장을 이어왔지만 요동치는 국제정세 속 '변수·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지적도 여전하다.
◇미중 사이 선택 '압박' 지속…'대중 적극·설득외교' 해법에 주목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국익중심' '상호존중' '가치외교'라는 3가지 키워드를 외교원칙으로 내세웠다. 특히 전 정부가 미중 사이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했다면 윤석열 정부는 이 같은 외교원칙을 기반으로 한 우리의 입장을 중국 측에 비교적 분명히 했다.
대표적인 예로 지난 9일 박진 외교부 장관이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간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공자의 '화이부동'(和而不同·남과 사이좋게 지내긴 하나 무턱대고 어울리진 아니함)을 언급한 것을 들 수 있다.
박 장관은 이러한 우리의 외교원칙을 강조, 미국 정부 주도의 '반도체 공급망 협력 대화', 이른바 '칩4' 참여와 관련된 예비회의에 참석할 것임을 중국 측에 알리며 '이해'도 구했다.
다만 '한미동맹 강화·발전' 기조를 내세운 우리 정부가 지난 5월 미국 정부 주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 가입한 데 이어 '칩4'에도 창립멤버로 가입할 경우 중국 측의 견제는 더 심화 될 가능성이 제기진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 측은 즉각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칩4'의 중국 견제 색채가 뚜렷해지거나 '제2의 칩4'와 같은 소규모 협력체가 계속 늘어날 경우 중국과의 마찰이 표면적으로 불거진 것이라는 관측마저 나온다.
더욱이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 국가 간 충돌 양상이 경제안보를 비롯해 전방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선 향후 한중관계 30년을 대비하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외교원칙을 다듬고 미중 사이 선택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분담할 각오가 돼 있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국가가 아닌 중국과는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며 "앞으로 미중 간 선택을 해야 하는 '제로섬 게임'의 양상이 더욱 분명해질 가능성이 크다. '규범에 기초한 국제질서'와 같이 미중 모두에게 할 말을 할 수 있는 우리의 외교원칙을 더욱 분명하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라고 제언했다.
◇사드 '불씨' 여전…'한한령' 해제 등 中 태도 변화도 필요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았지만 이를 온전히 기념하지 못하는 이유는 중국에게도 있다는 지적이다. 그중에서도 주한미군의 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운용에 대한 중국 측의 '내정간섭' 수준의 태도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는 것이다.
왕이 위원은 지난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 한중 간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 발전을 위한 '5가지 요구사항'을 △독립자주 △선린우호 △개방공영 △평등존중 △다자주의로 제시했다. 향후 한중관계에서 우리 측이 '응당(應當·마땅히) 견지해야 할' 사항이라면서다.
이 중 '선린우호' 부분은 중국이 자국의 안보 위협 요소로 간주하고 있는 사드 배치·운용에 관한 발언이라는 게 외교가의 평가다.
특히 △한국에 사드를 추가 배치하지 않고, △한국이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에 편입되지 않으며, △한미일 군사동맹도 결성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사드 3불(不)'을 한중 간 '합의사항'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중국 정부는 지난 10일 사드 운용을 제한해야 한다는 의미의 '1한(限)'까지 요구조건으로 꺼내들었다.
이번 한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사드와 관련해 양측은 접점을 찾지 못했으며 '사드 불씨'는 여전하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더욱이 중국 당국은 지난 2017년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 조치로 취한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을 여전히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 이 조치가 '공식적인' 조치가 아니었기 때문에 이를 '해제'하는 제스처도 필요하지 않다는 취지다.
우리 측이 외교채널을 통해 한한령으로 위축된 중국 내 한국 문화콘텐츠 수출 재개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하고 있지만 중국은 '압박 카드'를 내려놓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한한령 전격 해제'와 같은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을 매우 낮게 보고 있어 향후 한중관계의 '걸림돌'로 계속해서 작용할 전망이다.
박 교수는 "미중패권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이 '한한령 해제'에 적극성을 띨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중국이 최소한으로라도 움직여야 우리도 유연성이 생기는 것인데 사드 사안은 여전히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향후 한중 30년, 반중·반한 감정 관리부터"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외교부에 '대중 적극외교'를 전개할 것을 주문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중 수교 30주년이라는 의미 있는 기념일을 맞았지만 한중은 관계 전환의 적절한 계기를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한중 양국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는 고조되고 있는 반중(反中)·반한(反韓) 정서라는 전문가의 제언도 나온다.
지난 6월 미국의 여론조사 업체인 퓨리서치가 19개국 성인 2만4525명을 대상으로 중국의 이미지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우리나라는 80%가 '중국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다'라고 답했다.
한한령 이후 고조된 반중 정서는 지난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불거진 '한복 공정' 논란 등으로 더욱 높아졌다는 관측이다. 또 '오징어게임'과 같은 우리 문화콘텐츠의 중국 내 불법 유통과 '묻지 마 표절'도 반중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작지 않은 요소다.
양갑용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향후 한중관계 30년의 제일 중요한 과제는 양국 국민들 간 형성된 반중·반한 정서 해소"라며 "과거 지리적 인접성과 문화적 유사성이 양국 통합의 긍정적 요소로 작용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고 짚었다.
양 위원은 또 "경제·사회 등 분야에서 협력 관계가 심화된다고 할지라도 양국 국민들의 마음이 돌아서면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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