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미' 박진 "北핵실험시 강력 유엔 제재…美와 독자 제재도 논의"
워싱턴특파원들과 간담회…"한미, 중·러 견인 위한 외교적 노력" 공감
"유연하고 열린 생각으로 北에 대화의 문 항상 열어둘 것"
- 김현 특파원
(워싱턴=뉴스1) 김현 특파원 = 미국을 방문 중인 박진 외교부장관은 14일(현지시간)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감행할 경우 한미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 요소를 담은 신규 결의안을 추진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워싱턴DC에서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가진 자리에서 전날(13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회담을 언급, "북핵 문제와 관련해 한미간 긴밀한 공조를 재확인했다. 북한의 7차 핵실험 가능성이 제기되고, 전술핵 사용마저 거론되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 문제가 한미 양국의 최우선 정책과제라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며 이렇게 밝혔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에게 "북핵 문제 해결에 있어 중국의 건설적 역할이 중요하며 중국과 함께 전략적으로 소통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면서 전날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이 룩셈부르크에서 만나 북핵 문제를 포함해 상호 관심사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가진 것을 상기시켰다.
앞서 미국은 지난달 26일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 등에 대응해 대북 추가 제재 결의안 채택을 추진했지만,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불발됐다.
이와 관련, 고위관계자는 "유엔 안보리 제재는 (표결에서) '13 대 2'로 부결됐지만, 이어서 열린 유엔총회에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유엔 차원의 제재가 필요하다는 의견들이 압도적으로 많이 나왔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포함한 추가 도발을 하게 되면 중국과 러시아도 반대할 명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외교장관은 "한미가 중국과 러시아를 견인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공동으로 기울이는 방향으로 나가자"는 대화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고위관계자는 중국과 전략적 소통에 대해 "여러 단계에서 저희들이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며 "인도·태평양 역내 문제와 북한 문제에 대해 한중간 인식의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좁히기 위해서 전략 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은 한국과 중국이 다 같이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이고, 그것을 위해서 건설적 역할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저희가 계속 중국에 보내고 있다"고 부연했다.
고위관계자는 또 독자 제재 추진과 관련해선 "(한미가) 여러 가지 방안들을 현재 검토해서 추진하는 것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또 블링컨 장관과 북한의 도발이 지속되는 것과 관련해 확장 억제의 중요성에 공감했다며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조기에 재가동하기로 합의한 사실과 블링컨 장관이 전날 공동기자회견에서 "수주 내에" EDSCG를 개최하자고 언급한 사실을 상기시켰다.
이와 함께 한미 외교장관은 "유연하고 열린 생각을 갖고 북한에 대해 대화의 문을 항상 열어둘 것임을 재확인했다"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박 장관은 또 블링컨 장관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등 북한 내 상황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면서 "한국과 미국은 북한의 코로나 대응을 적극적으로 돕고자 하는 진정성 있는 자세를 갖고 있다. 북한이 조속히 호응해오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위관계자는 국내 일각에서 북핵 대응 방안으로 제기되는 한국의 핵 자강론에 대해 "(북한) 군축이나 (한국의) 핵 자강론은 북한이 핵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며 "또 확장 억제라는 한미 동맹에 기반을 둔 정책과는 다른 얘기"라고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관계자는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위한 최상의 선택이라며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정책은 "북한의 도발을 억제하기 위한 억제력을 강화하면서 일관된 원칙에 입각한 대북 정책을 펴고, 북한이 대화와 실질적 비핵화에 나설 경우 언제든지 그런 대화를 위한 문이 열려 있다는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한미 외교장관은 전날 회담 후 공동기자회견에서 북한의 7차 핵실험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신속하고 단호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블링컨 장관은 장·단기 군사대비태세를 조정할 준비가 돼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위관계자는 "북한은 핵·미사일 개발과 도발을 통해 계속해 스스로를 고립시킬 것인지, 아니면 올바른 선택을 해서 비핵화의 길로 가면서 도발을 중단하고, 코로나 확산 문제를 해결해 갈 것인지, 그렇게 함으로써 북한 미래의 발전을 기할 것인지 갈림길에 서 있다"며 "한국과 미국이 공통된 목소리로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바란다는 메세지를 보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한반도 문제에 있어 한미일 공조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박 장관은 전했다.
고위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한일관계 개선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해 앞으로 과거사 문제나 현안 문제를 원만하게 풀어나가면서 새로운 미래 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그것을 위해 노력할 생각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오는 29∼30일 스페인에서 열리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 때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에 대해 한국과 일본 모두 참석 여부를 공식화하지 않은 상태라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이 관계자는 "다자 정상회의 계기에 만약 관련된 정상들이 모두 참석한다면 정상간 만남을 갖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특히 지금 한반도 안보 상황이 엄중하고, 거기에 대응하기 위해 한미일간 공조가 대단히 필요한 시점이기 때문에 그런 기회가 있으면 정상간 회동, 정책 공조를 다지는 것은 큰 의미가 있는 것"이라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고위관계자는 또 전날 박 장관이 한미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정상화를 언급한 것과 관련해 일본의 수출규제 등 다른 현안과 동시에 해결하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 "한일관계 개선과 함께 지소미아가 지금 종료통보가 유예돼 있기 때문에 앞으로 제대로 작동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일반론적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한일 간에 여러가지 현안이 있지만, 어느 것부터 먼저 풀 것인지는 일본과 협의를 거쳐 하나하나 차근차근 풀어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향후 한미 정상회담 개최와 관련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며 "적절한 시점에 윤 대통령의 방미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박 장관은 이번 방미에 대해 "시기와 내용 면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이번 방문의 목적은 지난 5월21일에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합의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의 후속 조치를 이행하고, (한미 동맹을) 안보의 영역을 넘어 경제와 기술동맹으로 진화하고 확대해 나가는 구체적인 내실을 기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블링컨 장관과의 2시간30분에 걸친 회담을 통해 한미 정상간 합의사항을 충실하고 속도감 있게 이행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블링컨 장관은 이 자리에서 "양 정상간 첫 만남을 통해 깊은 신뢰와 유대감을 형성했고 이것은 향후 한미동맹 발전에 큰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박 장관은 설명했다.
한미 외교장관은 한미가 명실상부한 글로벌 포괄적 전략동맹으로서 공급망과 원자력 협력 등 경제 안보 이슈 대응을 위한 공조 방안은 물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협력을 비롯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공조 강화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조속한 종결 및 평화 회복을 위한 공동의 노력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아울러 박 장관은 전날 제니퍼 그랜홈 미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데 이어 오는 15일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과 면담을 가질 예정인 것을 언급하면서 "외교장관 방미 일정 중 국무부와 에너지부, 상무부 장관을 두루 만나는 것은 그만큼 한미 동맹의 폭과 깊이가 확대·심화되고 있고, 안보동맹에서 경제·기술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의미부여했다.
박 장관은 전날 에드워드 마키 상원 외교위원회 동아태 소위원장을 만난 데 이어 이날 오전에 존 오소프, 크리스 쿤스 민주당 상원의원과 빌 해거티 공화당 상원의원과 조찬 협의를 했으며, 오후에는 그레고리 믹스 하원 외교위원장과 아미 베라 미 하원 동아태 소위원장, 마이크 맥콜 하원 외교위 공화당 간사 등과 면담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를 통해 미 의회 내에 한미 동맹의 중요성에 대한 초당적인 공감대를 강화하고, 특히 미국에 투자한 우리 기업들에 대한 지원, 전문직 비자 쿼터 확보, 무국적 입양아에 대한 시민권 부여를 위한 미 의회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지를 요청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신미국안보센터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등 미 싱크탱크 인사들과도 만나 한미동맹 발전방향과 한국의 글로벌 중추국가 역할에 대한 토의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번 방미의 중요한 성과는 향후 5년간 한미동맹의 미래 발전 방향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한 것"이라며 "우리 정부는 글로벌 중추 국가(GPS)로서 세계의 자유와 평화, 번영을 증진하기 위해 적극 노력해 나가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는데, 미국 측은 이러한 윤석열 정부의 의지를 적극 환영했다. 또 다양한 글로벌 도전 과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글로벌하고 포괄적인 한미 간의 전략 파트너십이 필수 불가결하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장관은 이번 방미를 통해 "갈수록 다양화되고 전문화되는 우리 외교를 조직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됐다"며 미 국무부가 오래전부터 해양국제환경과학국과 사이버디지털 정책국을 신설하는 등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 외교부 내에도 첨단과학과 신흥 기술, 사이버 안보 업무를 전담하는 가칭 과학기술사이버국의 신설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귀국 후에 관계부처와 협의해서 외교부가 21세기 도전에 선제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추진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고위당국자는 "과학기술사이버국 신설 문제는 갑자기 나온 게 아니다. 외교부 내에서도 나름대로 검토를 했었고, 윤석열 정부 들어 과학기술부와 이 문제에 관해서 사전에 협의를 했다"고 설명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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