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7개월 만의 한중 국방장관회담… '사드' 기존 입장 재확인(종합2보)

국방부 "北 핵위협에 '필수 불가결' 설명… 中 반박하지 않아"
이종섭 "북한 핵포기 역할" 당부에 웨이펑허 "문제 해결 협조"

이종섭 국방부 장관(왼쪽)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 2022.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싱가포르=뉴스1) 허고운 기자 = 우리나라와 중국의 국방당국 수장이 2년7개월 만에 만나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등 최근 안보 정세와 양국 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특히 양측은 '해묵은' 갈등 현안인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기지 문제에 대해선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19차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 참석차 싱가포르를 방문 중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은 이날 오후 2시(현지시간)부터 웨이펑허(魏鳳和) 중국 국방부장과의 한중 국방장관회담에 임했다.

한중 국방장관들의 대면 회담은 지난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계기 회담 이후 처음이다.

웨이 부장은 이 장관을 만나 "취임을 축하한다"며 먼저 말을 걸었고, 두 사람은 '팔꿈치 인사'를 했다.

국방부에 따르면 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최근 북한의 연이은 도발로 인해 한반도 안보 상황이 매우 우려스럽다"며 "한중이 공조해 '북한이 핵을 보유하는 비용보다 핵 포기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더 크다'는 걸 인식하도록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 과정에서 중국이 건설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자 웨이 부장은 "중국은 한반도 평화 유지와 한반도 비핵화란 목표를 일관되게 유지해왔다"며 "한중이 한반도 문제에 대한 이해를 공유하는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해 함께 협조해가자"고 설명했다고 한다.

한중 국방장관회담. 2022.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이와 관련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의 제7차 핵실험 준비 정황에 대해서도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중국 당국은 그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선 유엔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그 책임을 미국에 떠넘기는 모습을 보여 온 상황. 그러나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선 중국 측도 '다른 반응'을 보일 수 있단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일례로 장쥔(張軍) 유엔주재 중국대사는 9일(현지시간) 보도된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추가 핵실험 전망과 관련해 "비핵화는 중국의 핵심 목표 중 하나"라며 "우린 추가 핵실험을 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올해 한중 수교 30주년을 맞아 양국 간 '상호존중과 공동이익'의 원칙을 바탕으로 실질적이고 호혜적인 협력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국방부가 전했다.

웨이 부장 또한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양국 국방부 및 각 군 간 교류 확대를 통해 보다 발전된 관계를 지향해 나가기를 희망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관련 양측은 △한중 국방장관의 상호방문 추진에 합의하고, △차관급 국방전략대화를 포함한 양국 국방부 및 각 군 간 교류 또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활성화해나가기로 했다.

아울러 두 장관은 이미 운용 중인 양국 해·공군 간의 직통전화(핫라인)과 더불어 최근 추가 구축된 직통전화가 "양국 군의 우발적 충돌 방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그동안 한중 국방부 간 직통전화와 우리 해·공군 및 중국 북부전구 해·공군 간 직통전화 등 3개선이 운용돼왔으나, 최근 우리 해·공군과 중국 동부전구 해·공간 간 직통전화 등 2개선이 추가 개설됐다.

이종섭 국방부 장관(가운데). 2022.6.1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중 양측은 이날 회담에서 경북 소재 주한미군 사드 기지에 관한 입장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 장관은 사드에 대해 '북한의 핵위협이 고도화되는 과정에서 필수 불가결한 방어적 조치'라고 설명했다"며 "중국은 특별한 반박을 하지 않은 채 자국의 기존 입장을 얘기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미국에 이어 우리 정부도 자체 구상 마련에 들어간 인도·태평양 전략과 관한 설명에도 중국 측에선 일단 "경청하는 분위기였다"는 게 국방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중국 당국은 '주한미군 사드가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된다'며 2016년 그 배치 결정 당시부터 강하게 반발해왔다. 특히 중국 당국은 우리 측을 향해 '한한령'(限韓令·한류 금지령) 등 다양한 형태의 보복조치를 취했고, 그 여파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중국 당국은 미국의 이른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FOIP) 전략에 대해서도 중국 포위망 구축을 위한 것이라며 반발해왔다.

이 장관은 이날 회담에서 우리 정부의 인도·태평양 전략 목표가 '규칙에 기반을 둔 질서 구축'이라고 소개하며 항행·비행의 자유를 그 예로 들었고, "이 같은 목표가 중국의 이익에 저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은 우리 신(新)정부 출범 후 상견례란 측면이 있다"며 중국 측은 논쟁보다는 우리 정부의 방향·기조를 확인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부연했다.

두 장관은 선물을 교환한 뒤 당초 예정했던 회담시간(40분)을 훌쩍 넘긴 오후 3시15분쯤 회담장을 나왔다. 이 장관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결론적으로 굉장히 유익하고 양측이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날 중국 외에도 캐나다·뉴질랜드·싱가포르 국방장관과 각각 양자회담을 했다.

hg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