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종전선언' 대화 제의 시기 재는 정부…향후 절차·변수는?
北 전원회의 대외 메시지 관건…상황 따라 인도적 지원 병행할 듯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정부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 추진을 위한 대북 대화 제의 시기를 숙고 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주 북한이 개최할 노동당 전원회의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이 '유화적' 대외메시지를 발신할 경우 정부가 '종전선언 계획표'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7일 복수의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북한의 대화 의지가 직·간접적으로 확인될 경우, 일단은 종전선언을 매개로 대북 대화 제의를 할 것으로 전해졌다.
공개 또는 비공개로 할지, 고위급 또는 실무급인지 등 구체적 형식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대화의 장이 마련된다면 한미간 조율 작업을 통해 도출한 '종전선언 문안'을 북한에 설명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미 간 종전선언 문구를 조율하는 과정에서 북측과 소통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접촉 방식이나 시점 등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은 없지만 논의 내용 일부가 북한에 전달될 가능성이 제기돼 왔다.
다만 일련의 절차가 선행됐다 하더라도 아직 종전선언에 대한 공식 대북제의가 이뤄진 것은 아니다. 우리 정부는 가지고 있는 '종전선언 카드'를 최적의 시점에 북한에 제의한다는 계획이다.
최적의 시점을 가늠할 계기는 북한이 올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도 계획을 논의할 당 전원회의가 될 전망이다. 지난 2019년 전례에 비춰 3~4일에 걸친 비교적 큰 규모의 회의가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우리 정부는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우호 메시지를 발신하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종전선언 추진과 관련국들 호응에 대한 '열쇠'는 사실상 북한이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27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대외 정책 방향에 대한 구상을 밝힐 것으로 예상하며 "북한이 대화와 협력의 길로 나서는 선택을 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상황에 따라서는 한미 간 일찌감치 공감대를 형성한 대북 인도적 지원도 병행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는 그간 북미 대화 재개와 대북 인도적 지원은 별개라는 입장 아래, 보건과 감염병 방역, 식수·위생 등에 대해 적극적 의지를 피력해 왔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의 대화 제의와 북한의 호응, 그리고 인도적 지원이 일종의 '세트'로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북한이 대화에 응한다면 우리는 종전선언 문구 뿐만 아니라 미국이 생각하고 있는 '대북 인센티브'에 대해 북측에 일정 수준 알려줄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은 바이든 행정부가 여러 차례 대화 제의를 했지만 이에 호응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전원회의 이후 우리 측이 제의한 대화의 장에 북한이 나오면 우리가 미국이 고려하고 있는 '대북 정책 철회'와 관련된 사안을 북측에 넌지시 알려줄 수도 있다. 그러나 관련 내용은 외부로는 공개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일각에서는 '변수'는 여전하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한다.
북한이 만약 전원회의에서 핵·미사일 모라토리엄(시험유예) 철폐를 시사하는 발언을 내놓던가 또는 자력갱생을 기반으로 미국 등 국제사회 대북제재 국면의 '정면 돌파'를 또 언급할 경우, 우리 정부의 종전선언 구상은 시도 조차 못 해보고 불씨가 꺼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내년 2월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미국 주도의 '외교적 보이콧' 등 미중패권 경쟁의 신경전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여전한 가운데, 북측의 강경 메시지는 우리 정부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종전선언 동력을 잃게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북 전문가는 "남북미 또는 남북미중 종전선언을 추진하려면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여야 하는데 북한이 미국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 얘기를 아예 못 꺼낼 상황이 전개되는 것"이라고 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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