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배부른 소리"… 軍 부조리 알리던 육대전 '역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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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스북 페이지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 뉴스1

(서울=뉴스1) 박재우 기자 = 장병들의 불만사항을 소셜미디어(SNS) 제보를 통해 공론화시켜 군내 부조리를 개선했다고 평가받는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육대전)' 페이스북 페이지가 최근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다.

무조건적인 병사들의 '불만사항'의 표출로 인해 군 기강 해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간 육대전은 격리 병사들에 대한 '부실 급식' 문제를 사진과 함께 게시된 것을 시작으로 병사들이 병영생활 중 겪은 각종 부조리를 외부에 직접 알리는 창구 역할을 해왔다. 이 때문에 육대전을 운영 중인 김주원 씨는 전문가 간담회, 민관군 합동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해 병영문화 혁신에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육대전에 무리한 제보가 올라오고 있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 지난 7일 육대전엔 작곡밥과 미나리, 제육볶음, 김치와 함께 에너지바와 음료가 놓여인 식판의 사진과 함께 '쇠도 씹어 먹을 나이의 장병 식사가 이렇게 부실해도 되느냐'는 글이 올라왔다. 그러면서 제보자는 "환자에게 저런 식사를 주는 게 너무하다 싶어 제보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진은 부실급식과는 거리가 멀어 보였고 이 때문에 누리꾼들은 '배부른 소리 하고 있다', '메뉴가 마음에 안 든다고 부실급식인거냐', '부실해 보이지 않는다'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울러 10일엔 유격장에서 흰밥과 오징어국, 깍두기 등 단촐한 급식을 제공받았다며 사진과 함께 부실급식이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번에는 사진 속 급식은 부실해 보였지만 자율배식이었고 배식이 끝난후 메뉴가 남아 추가로 더 먹을 수 있었다는 부대의 입장문이 나오자 여론이 뒤바뀌었다.

지난 5월에 게재된 부실급식 논란 게시글.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캡처.) 2021.5.19/뉴스1

이 같은 제보의 무조건적인 게시로 인해 군 내부에선 군 기강해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국방부가 일과중 휴대폰 사용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보가 쏟아진다면 간부들이 병사들 눈치만 볼 거란 얘기도 나오고 있다.

장병들의 인권 개선은 필요하지만 적절한 수준에서의 문제제기가 필요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군 관계자는 "훈련시에는 훈련이 힘들고 평시에는 작업이 힘들다고 제보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이러한 제보들 때문에 병사들이 군의 기능과 역할에 대해 오해를 하고 있을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러던 와중에 육대전이 송사에 휘말리는 사건도 발생했다. 육대전은 지난 8월 '국군정보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출장 뷔페를 불러 신임 국정원 요원을 포함, 200여 명이 모여 회식을 했다’는 취지의 제보를 올렸다. 이에 해당 소속 현직 대령 A씨는 관련해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운영자 김모씨를 고소했다.

법적소송 이후 육대전은 후원금을 받는 비영리단체로 운영하기로 밝혔다. 운영자 김 씨는 육대전에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개인적 운영의 한계를 실감했다"면서 "시간적인 여유와 금전적인 부분을 고려할 때 저의 역량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하였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도움을 구하고자 합니다"라고 썼다.

육대전이 후원자들로부터 후원을 받기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는 무차별적인 제보 위주의 게시가 아니라 좀 더 바람직한 장병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역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jaewoopark@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