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소수 부족' 우려에도 손 놓고 사태 키운 文정부 외교
'요소수 대란' 속 왕이 만난 정의용…30분간 한반도 얘기만
외교부 "中과 이미 계약한 요소 1만8700톤 수출절차 진행"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중국발 요소 수출 규제로 '97% 의존율'을 가진 우리나라에서 요소수 대란이 발생한 가운데 정부의 '뒷북 대응'이 구설에 올랐다.
중국은 지난달 11일 요소를 비롯해 29종 비료 품목에 대한 수출 검역 관리방식을 변경할 것임을 알린 바 있다.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가 발동된 것이다.
이에 따라 같은 달 15일부터는 요소와 칼륨비료, 인산비료, 질산칼슘 등은 반드시 출입국검험검역기관의 검역을 거치게 됐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안일함에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가에 따르면 외교부는 중국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 발동 6일 만인 지난 21일 중국 주재 공관을 통해 '요소 공급 부족 우려' 내용을 접수했다.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수행차 이탈리아 로마를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대신 참석한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과 한중 외교장관회담을 했다.
하지만 당시 정 장관은 한국전쟁(6·25전쟁) 종전선언을 비롯해 한반도 현안에 대한 문제를 논의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알려졌다. 요소수는 일절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외교부 당국자는 "다자회의 계기에 이뤄진 약식 회담으로 약 30여분 간 진행됐다"며 "회담 의제도 종전선언을 비롯한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이 중심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요소 문제는 당시 한중 간 경제부문을 중심으로 소통이 진행되고 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부연했다.
외교부의 설명처럼 현실적인 제약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요소수 사안이 아예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안일했던 게 아니냐는 평가가 제기된다. 당시 국내 업계에서 요소 물량 부족을 호소하던 시점이었던 점을 감안할 때 '아쉽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정 장관이 왕 부장을 만나던 날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도 싱하이밍 주한중국대사를 만났지만 요소수를 언급하지 않았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이에 대해 주한중국대사관 관계자는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지만 그렇다고 부정하지도 않았다.
정부가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건 사실상 지난 2일 국무조정실 주재 관계부처 상황점검회의에서다. 중국정부의 수출제한 조치가 내려진지 22일만이다.
이틀 뒤 청와대도 국가안전보장회의를 통해 요소수 문제를 처음 언급했다. 그러나 여론을 살필 수 있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이미 1일부터 관련 청원이 급증하고 있었다.
청와대는 대통령 참모가 참여하는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한 테스크포스(TF)팀을 5일부터 꾸려 운영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열고 "국민들께서는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기를 당부드린다"며 정부를 향해서는 "특정국가의 수입의존도가 과도하게 높은 품목에 대해서는 사전조사를 철저히 하고 면밀한 관리체계를 구축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외교부는 10일 중국 업체와 이미 수입 계약이 돼 있지만 '수출 제한 조치'로 국내로 들여오지 못하고 있었던 요소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중국 측으로부터 확인했다고 밝혔다. 국내 소요량의 약 3달치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외교부는 또한 중국 현지 공관은 우리 기업이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일부 물량의 검사가 완료됐다고 확인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한중관계를 감안해 한국을 대상으로 일종의 '유연성'을 발휘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하지만 반대로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함께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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