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방일 왜 무산됐나…성과기대치↓·소마 '망언'·日언론
'가시적 성과 미흡'·'日총괄공사 망언'·'日언론플레이'
전문가 "시작부터 조건 내건 한일 모두 책임 측면도"
- 노민호 기자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계기 일본 방문이 무산됐다. 이를 두고 한일정상회담에서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 주한 일본대사관 관계자의 망언과 악화된 여론, 일본의 언론플레이 등이 대표적인 배경으로 거론된다.
◇日, 한일관계 개선 입구 '수출규제 철회' 수용 안한 듯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19일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 소식을 전하며 "양측 간 협의는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돼 상당한 이해의 접근이 있었다"면서도 "정상회담의 성과로 삼기에는 여전히 미흡하며 그 밖의 제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와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간 소극적인 면이 없지 않았던 한일 외교 당국간 물밑 접촉은 '도쿄올림픽 계기 문 대통령 방일 사안 논의'라는 의제를 두고 최근 활발히 이뤄져 왔다.
외교 소식통은 20일 "한일 모두 전반적으로 진지하게 협상에 임했고 기존 문제가 잘 해결돼야 한다는 공감대는 형성됐다"며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방일이 성사되기 위한 성과 도출 부분에서는 부족한 면이 있었다"고 전했다.
우리 정부는 본격적인 한일관계 개선을 위한 프로세스의 '입구'로 일본의 대한 수출규제 철회와 화이트리스트 복구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위안부·강제징용 등 과거사 문제와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문제를 두고서도 실질적 논의가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아울러 우리 정부는 일본 측에 '조건부 유예' 중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의 완전 복원, 수출규제에 대응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철회 등을 협상 카드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한일 외교 당국 간 '접점' 찾기는 일부 진전은 있었지만, 성과로는 미진했다. '지속적인 대화'에는 공감대를 형성했을지라도 일본 측이 그간 과거사 문제에 대해 '선 해법 마련'을 주장한 것을 이번에도 반복했을 가능성이 크고, 서로간의 입장 차를 좁히기에는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 일본연구센터장은 "우리가 말하는 성과 있는 정상회담에 대해 일본은 해법을 먼저 제시하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부분이 방일 무산의 주요인"이라며 "또한 우리가 방일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성과 내용은 처음부터 한일 간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낮은 것들이다. 일본도 우리도 시작부터 (올림픽을 계기로 한 만남을 두고) 조건을 제시하며 외교를 한 것 자체가 문제였던 것"이라고 말했다.
◇방일 반대 여론 들끓는데…기름부은 소마 공사 성적 발언
문 대통령의 방일에 반대하는 국민이 10명중 6명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고 일본의 '독도 도발' 등 악재가 지속된 가운데,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성적 발언이 문 대통령 방일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소마 공사는 최근 국내 언론사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우리 정부의 대일(對日) 외교를 폄훼했다. 특히 그는 "문 대통령이 '마스터베이션'(자위행위)을 하고 있다"며 외교관의 자질이 의심되는 발언을 내놨다.
소마 공사의 '망언'에 아이보시 고이치 주한대사는 이례적으로 대사 명의 보도자료를 통해 유감을 표하며 엄중 주의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소마 공사가 "문 대통령에 대한 발언은 아니었다"는 해명도 빼놓지 않았다.
하지만 소마 공사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치는 미진한 부분이 있었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지난 17일 아이보시 대사를 초치해 "가시적이고 응당한 조치"를 요구했다. 이를 두고 외교가 안팎에서는 사실상 '해임'이라는 단어만 사용하지 않았지, 해임 또는 그에 견줄만한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그러나 가토 가쓰노부 일본 관방장관은 19일 기자회견에서 소마 공사의 발언을 두고 '매우 부적절' '유감' 등을 언급했지만, 해임 등 일본 정부의 공식 조치에 대해서는 '모테기 도시미쓰 외무상이 적재적소 관점에서 판단할 것'이라고만 했다.
이러한 일본 정부의 '미온적' 대응에 결국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불참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밖에 없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조진구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소마 공사의 발언이 언론을 통해 처음 제기된 지난 16일까지만 해도 이번 사안이 문제가 되긴 하지만 문 대통령의 방일에 영향을 줄 결정적인 요인은 아니었다"며 "하지만 19일 가토 장관의 기자회견은 우리 정부의 적절한 조치 요구를 일본이 거부, 묵살한 것이다. 청와대도 이후 방일을 하지 않는 쪽으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플레이'도 한몫
외교 당국 간 논의 사항은 상대국의 입장을 고려해 언론에 유출하지 않는 게 외교상의 관례다. 그러나 일본 매체들은 정부 관계자들의 전언을 통해 한일 간 협의 내용 일부를 유출했다. 사실상 일본 정부의 '언론플레이'에 우리 정부가 성과를 계속 강조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 전개된 측면이 있다.
대표적으로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11일 일본 정부는 한국이 강제징용 등에 대해 구체적 방안을 제시할 계획이 없다면 정상회담을 짧게 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와 관련 교도통신과 지지통신도 같은 날 '1인당 15분 원칙'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우리 외교부는 같은 날 "양국 외교 당국간 협의 내용이 최근 일본 정부 당국자 등을 인용해 일본의 입장과 시각에서 일방적으로 언론에 유출되고 있는데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특히 "이런 상황에서는 양 정부간 협의가 지속되기 어렵다"며 "일본 측이 신중히 대응할 것을 촉구한다"고도 했다.
한편 일본 매체들은 이번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과 관련해 우리 측에 책임을 전가하는 취지의 주장을 내놨다.
마이니치신문은 이날 "한국 측이 일정시간 확보를 고집하고 실질적인 성과를 조건으로 걸어 장애물을 만들었다"고 했다. 또한 일본 외무성 간부이 "문 대통령이 일본에 오더라도 방문 선물은 준비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문 대통령이 일본에 양보를 압박하는 '벼랑 끝 외교'를 펼쳤지만 실패했다고 보도했고, NHK방송은 일본 측과의 사전 협의에서 실리를 얻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ntiger@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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