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미사일지침 종료…사거리 1000㎞ 넘는 탄도미사일 개발 나서나

'현무4' 개량시 시간문제…北, 군사적 도발 명분 삼을 수도

'현무2' 탄도미사일 <자료사진> ⓒ AFP=뉴스1

(서울=뉴스1) 장용석 기자 = 지난주 열린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42년 간 유지돼왔던 한미미사일지침이 완전히 종료됨에 따라 각계에서 다양한 평가들이 나오고 있다. 특히 군 안팎에선 이번 결정을 통해 우리 군의 미사일전력을 한층 더 고도화할 수 있게 됐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1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 뒤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한국은 미국과의 협의를 거쳐 개정 미사일지침 종료를 발표하고, 양 정상은 이런 결정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기쁜 마음으로 미사일지침 종료 사실을 전한다"며 "한미동맹의 굳건함을 대외적으로 과시하는 상징적·실질적인 조치"라고 평가했다.

한미미사일지침은 우리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탄도미사일 기술을 이전받기 위해 1979년 처음 체결한 것으로서 당시엔 우리나라에서 개발하는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180㎞, 탄두중량을 500㎏으로 각각 제한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미사일지침은 이후 4차례 개정을 거쳐 '한국이 개발한 탄도미사일의 사거리를 최대 800㎞로 제한한다'는 규정만 남아 있었으나, 이마저도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의 이번 미국 방문을 수행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0일 워싱턴DC 현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외교안보팀은 문 대통령 임기가 끝나기 전에 '미사일지침 해제' 문제를 어떻게든 해결하겠다는 의지와 구상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한미미사일지침 해제에 따라 우리나라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ICBM에 탑재할 핵탄두 개발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점을 고려할 때, 사거리 1000~5000㎞급의 중거리탄도미사일(IR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개발 쪽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군 안팎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현무2' 탄도미사일 발사 (합동참모본부 제공) 2017.7.29/뉴스1

앞서 우리나라는 사거리 800㎞·탄두중량 2톤짜리 '현무4' 미사일 개발에 성공한 만큼 탄두중량을 이보다 줄인다면 사거리 1000㎞ 이상의 미사일을 만드는 건 "그야말로 시간문제일 뿐"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북한은 지난 3월25일 동해상으로 시험 발사한 단거리탄도미사일(신형 전술유도탄)의 비행거리가 600㎞, 탄두중량이 2.5톤이라고 주장, 우리 군의 '현무4'를 의식한 게 아니냐는 관측을 낳기도 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남북한이 일련의 미사일 개발을 통해 "군비 경쟁을 가속화하고 있다"(이상수 스웨덴 안보개발정책연구소(ISDP) 스톡홀름 코리아센터 센터장)는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일각에선 북한이 최근까지도 대외선전매체 등을 통해 우리 군의 각종 훈련과 신형무기 개발을 비난해왔다는 점에서 이번 한미미사일지침 종료를 "군사적 도발의 명분으로 삼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그러나 군사전문가들은 "미사일지침 종료 전에도 우리 군의 미사일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북한보다는 중국·러시아·일본 등 다른 주변국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미사일 개발 동향을 주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24일 YTN라디오에 출연, "(2007년 미사일지침 개정 때) 사거리를 800㎞로 제한했던 건 중국과 일본 때문이었다"면서 "강화도에서 중국 베이징까지가 900㎞, 경북 포항에서 일본 도쿄까지가 920㎞여서 (우리 미사일의 최대 사거리를) 800㎞로 설정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이 제한이 풀리면서 우리 미사일로 베이징·도쿄를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됐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와 관련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미미사일지침 해제에 관한 질문에 "한미관계는 한국이 알아서 할 일이고 우리가 얘기할 사안이 아니다"면서도 "중국의 국익을 상하게 한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일본 정부는 아직 한미미사일지침 종료와 관련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신 대표는 이번 문 대통령 방미에 앞서 지난달 바이든 대통령이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점을 들어 "그때 (한미미사일지침 종료 건이) 양해됐을 수 있다"고 말했다.

ys417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