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군대] "소원수리함이 비었다"…고발 창구된 軍 휴대전화
'효과 빠른' 휴대전화 제보…국민청원·SNS 활용
정식계통 없어 군내 혼선 우려…보안 문제도 제기
- 김정근 기자
(서울=뉴스1) 김정근 기자 = 군 복무 중 겪는 애로사항을 제보하는 '소원수리함'이 요즘엔 텅텅 비었다. 병사들이 군내 각종 문제를 자신의 휴대전화를 통해 곧바로 외부에 알리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논란이 된 '부실 급식'과 '열악한 격리시설' 문제도 병사들의 휴대전화를 통해 외부에 알려지게 됐다. 특히 휴대전화로 찍은 사진과 영상이 더해지며 파급력이 강했다.
지난주 페이스북 '육군훈련소 대신 전해드립니다' 페이지엔 현역 장병으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찍은 군 급식 사진이 연일 올라왔다. 이들이 올린 사진 속 급식은 한눈에 보기에도 질과 양이 부실했다.
추운 겨울 화장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폐막사에서 격리됐던 병사들은 자신들이 지낸 시설을 영상에 담아 언론에 제보했다. 병사들이 폭로한 격리시설은 보는 이로 하여금 안타까움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논란이 커지자 군 수뇌부가 직접 나섰다. 지난 24일 서욱 국방부 장관은 해군 제2함대 사령부를 찾아 격리장병에 제공되는 도시락과 격리시설 등을 점검하는 모습을 보였다. 각군 참모총장들도 일선부대를 직접 방문했다.
서 장관은 또 26일 '코로나19 대비 군 방역태세 강화를 위한 긴급주요지휘관 회의'를 열고 격리장병 생활여건 보장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 장관은 격리장병 도시락 배식 시 간부가 반드시 관리·감독할 것을 지시하고, 부대 내 갑작스러운 격리자 발생에 대비해 대체식 제공을 상시 준비할 것과 자율운영부식비를 추가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서 장관은 독립부대나 소 파견지 등 격리시설이 부족한 격오지 장병의 경우 해당 부대에 격리를 맡기는 것이 아닌 상급부대나 민간 격리시설로 이송하도록 조처했다.
이처럼 군 수뇌부가 발빠른 조치에 나서자 현역 병사들은 "SNS상에 올리면 7~8개월 걸리던 문제도 바로 해결된다"며 휴대전화를 통한 제보의 효용성을 반기고 있다.
사실 군은 소원수리함을 비롯해 '병영신문고'와 '병사의 소리' 그리고 '국방헬프콜센터 1303' 전화 상담을 통해 군내 민원을 제보받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신원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이러한 제도를 적극 활용하지 못하고 있는 병사가 있어 한계가 지적돼왔다.
게다가 병사 입장에선 부조리하다고 생각되는 일이라도 상부의 판단에 따라 묵살될 수 있고, 조치 속도가 느려 실질적인 문제 해결은 요원하다는 불만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휴대전화를 통한 제보는 '효과가 빠르고 확실하다'는 인식이 생기자 병사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인터넷상에 글을 올리고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거나, SNS상에 군 관련 커뮤니티에 군내 부조리를 제보하는 식이다.
병사들의 휴대전화 제보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군내 부당 처우가 공론화를 통해 빠르게 해결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나온다. 진급을 걱정해 사건·사고 보고 자체를 꺼리는 일부 지휘관들도 더 이상 '쉬쉬'하고 있을 수만은 없을 걸로 예상된다.
아울러 군내 가혹행위나 폭행 등의 문제도 상당수 줄어들 거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지난 2019년 병사들에 일과 후 휴대전화 사용을 허가하게 된 데엔 병사들의 군대 적응 문제가 주요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군내 정식계통 없이 외부에 바로 문제점을 제기하다보니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단 우려도 잇따른다. 사실관계와 맞지 않거나 오해 등으로 일어난 사건이 외부에 그대로 표출될 수도 있어 주의가 요구되기도 한다.
일례로 최근 한 부대에선 생일케이크 대신 천원짜리 빵으로 생일파티를 대신하는 모습이 노출돼 파문이 인 바 있다. 군 관계자는 "케이크 가게와의 계약이 지연돼 발생한 일"이라며 "케이크를 받지 못한 병사들에겐 계약 이후 케이크를 제공하겠다고 설명한 사실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러한 해명에도 군에 대한 불신이 더해져 '생일케이크 미제공'은 군의 전적인 잘못으로 해석됐다. 병사의 생활여건 개선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간부들의 입장에선 다소 힘이 빠질 수 있는 부분이다.
군 보안문제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로 꼽힌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영내에선 보안 앱 설치로 인해 사진·영상 촬영이 제한된다. 다만 SNS상에 사진을 올린 병사를 별도로 확인하지 않았기에 어떻게 촬영이 가능했을지는 "확인이 어렵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선 영외에 격리된 인원이 촬영했다거나, 보안 앱이 완벽히 작동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그러나 앞서 언급된 생일파티 사진과 같이 영내 생활관의 모습이 담긴 사진 등이 외부로 쉽게 유출되는 것을 두고 군 보안이 사실상 허술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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