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정부·국회 고위인사 총출동 중국에 새해인사 뒷말

지난 9일 인민일보 인터넷판 인민망에 게재된 정세균 국무총리 신년 인사 영상 일부.(인민망 홈페이지 게재 영상 갈무리)ⓒ 뉴스1

(서울=뉴스1) 노민호 기자 = 지난 설명절을 앞두고 정부·여당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나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에 새해 인사를 전한 사실을 두고 뒷말이 많다.

중국은 꿈쩍않는데 우리 인사들이 앞다투어 중국에 새해인사를 한 사실에 자존심이 상한다는 반응이 나온다. 또 신중치 못한 '외교전'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미중갈등 상황이지만 같이 음력설을 지내는 중국에 한중간 친분을 강조한 것이라는 반론도 있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를 비롯해 박병석 국회의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양승조 충남도지사, 도종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은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를 통해 중국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일제히 전했다.

이들은 중국을 "떼려야 뗄 수 없는 이웃" "우정"이라는 표현을 쓰며 '돈독한' 한중관계를 강조했다.

지난 2018년 문재인 대통령이 중국 관영 CCTV를 통해 새해 인사를 전한 바 있고, 이에 앞서 2015년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인민망으로 중국 누리꾼들과 소통한 적은 있었다. 하지만 이번처럼 정부·여당의 고위급들이 사실상 '총출동'한 것은 처음있는 일이다.

일각에서는 굳이 총리까지 나서 중국 국민들에게 새해 인사를 해야 했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를 비롯해 중국 고위급이 한국 사람들에게 새해 인사를 한 사례가 없다는 점을 언급하면서다.

바이든 행정부 초기 한미관계에 공을 들여야 할 시점에 한국의 중국 중시 외교는 지난달 26일 한중 정상통화에서도 감지됐다. 당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요청이 있었지만 통화 시점을 조정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많았다.

한국이 통화 연기를 선택했다면 미국과의 경쟁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중국 입장에서는 애가 탈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하지만 이번 한중 정상통화는 한미 정상통화보다 2주나 먼저 이뤄졌고 한국 스스로 '몸값'을 낮췄다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결국 중국 언론들의 '홍보전'에 이용당하는 상황을 빚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문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밝힌 '공산당 창당 100주년 축하' 부분을 유독 강조한 것이다.

일련의 상황은 한국이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초기 첫인상 설정에 있어 '악수'를 둔 것이라는 혹평이 나왔다. 상대방의 몇 개의 수를 앞서 예측해야 하는 외교전에서 한국 외교는 조금 더 세밀해 질 필요가 있다는 관측이다.

반면 한국의 '줄타기 외교'의 입지가 좁아드는 상황에서 양쪽 모두를 '강하게' 손을 잡는 외교전을 펼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하지만 이같은 전략도 미중간 대립과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는 도리어 양쪽 모두에게 진정성을 의심받는 '악수'를 부를 수 있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은 "전략적 모호성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며 "중요한 것은 한국은 미국과 동맹이고 중국은 북한과 동맹이다. 단 최근의 상황은 미국이 말로는 한국은 동맹이라고 하지만 마음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ntig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