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최대 여행지 '필리핀' 치안 불안 위험 수위

납치, 살해 등 한국인 안전 위험 불구 여행객 해마다 늘어

26일(현지시간) 필리핀 경찰특공대원들이 숨진 동료 대원의 시신을 이송하고 있다.ⓒ News1 2015.01.26/뉴스1 ⓒ News1

(서울=뉴스1) 김승섭 기자 = 동남아시아 최대 여행지로 꼽히는 필리핀 지역의 치안이 극도로 불안해 지면서 거주교민은 물론, 한국인 여행객들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

외교부는 지난 25일 필리핀 민다나오 지역 전역에서 최근 피랍 및 강도 등 강력사건이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우리 국민에 대한 위해요인이 급증하고 있다고 판단, 특별여행경보(즉시대피)를 발령했지만 한국인을 상대로 한 강력범죄는 해당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필리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다.

27일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22일 필리핀 수도 마닐라 북부 산호안시에 있는 온라인 도박 사업장에서 괴한들에게 납치됐던 우리 국민 4명이 납치 나흘만인 26일 밤 11시 30분에야 수억원의 몸값을 지불하고 가까스로 풀려났다.

필리핀 경찰은 석방자들의 안전을 확인하고 납치범 검거에 나섰지만 아직 잡지는 못했으며 석방된 한국인들은 괴한들에게 구타 등 폭행을 당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민다나오 지역은 특별여행경보(흑색경보), 즉 여행금지 조치가 내려지기 이전 이미 적색경보(철수권고)가 내려진 지역으로 위험성이 높았지만 해당 지역은 황색경보(여행자제)지역이었다.

지난해 3월에는 치안이 그나마 괜찮다는 수도 마닐라(남색경보·여행유의)에서 한국인 여대생 납치살해사건이 발생했고, 범인 9명 가운데 2명은 신원이 확인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거되지 않고 있다.

지난 25일에는 필리핀 중부 바콜르드(황색경보)에서 어학연수 중이던 한국 대학생 1명이 현지 무장 괴한의 총격을 받아 중상을 입은 소식이 전해져 현지 국민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더불어 지난해에만 필리핀에서 10명의 한국인이 피습 등으로 사망했고, 2012년에는 12명이 사망했다. 2009년 이후 발생한 한국인 피살사건은 모두 40여건에 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26일에는 민다나오 지역에서 경찰과 모로이슬람해방전선(MILP), 방사모로자유전사단(BIFF) 등 이슬람 반군 진영 사이의 교전으로 72명이 사망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하기도 했다.

이 같은 사례와 수치 등은 장소를 불문하고 한국인들이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고 있으며 경찰과 반군 사이의 교전 등은 치안이 극도로 불안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때문에 여행사들조차 3단계 적색경보 발령 지역부터는 아예 여행상품을 팔지 않거나 상품기획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여행사들은 신혼여행지로 각광받고 있는 필리핀 세부에 대해서도 '한국 범죄율의 약 4배가 넘는 세부에서 외출시 가장 중요한 것은 개인 소지품을 안전하게 휴대하는 것'이라며 '한국인은 항상 고액 현금을 갖고 다닌다는 인식 때문에 소매치기의 목표가 되며 특히 개인은 더욱 위험하다'고 안내하고 있을 정도다.

또한 '필리핀은 개인 총기 소지가 가능하다'며 '소매치기를 당했을 때 범인을 쫓겠다고 절대 뒤따라가지 말라'고 당부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뉴스1과의 통화에서 "1(남색), 2(황색)단계 경보 지역에 대한 여행상품을 팔 때도 문제가 생길까 조심 또 조심하고 있는데 철수권고인 적색경보지역은 상당히 위험부담이 큰 곳"이라며 "때문에 3(적색), 4(흑색)단계 지역에 대한 여행상품은 아예 팔지 않고 있고, 상품기획은 생각하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여행사는 중간에서 항공권을 팔거나 호텔을 알선대행업을 하는 곳인데 이런 위험지역의 여행상품을 팔았다가 만약 문제가 생기면 여행사가 애로를 겪는다"며 "국민의 안전은 물론이고, 여행사 입장에서도 건드리지 않는 다는 것이 여행업계의 대세"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필리핀 여행객은 해마다 늘고 있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2012년 103만여 명이던 필리핀 관광객은 2013년 116만 5000여명으로 늘었고, 지난해 7월 기준 66만 2000여명을 기록했다.

공사 관계자는 "정확한 1년치 수치가 나와 봐야 알겠지만 단순히 7월까지 수치를 2로 곱하면 그 전해보다는 많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필리핀에 살고 있는 재외국민도 8만 8000여명으로 흑색경보 지역인 민다나오에만 5000여명의 한국인이 살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는 " 특별여행경보를 민다나오 지역에 내려 즉시대피를 권고했지만 강제성이 없어 난처한 상황"이라며 "여행금지령을 내렸기 때문에 해당 지역에 들어갈 수는 없지만 다른 지역을 여행하는 것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다만 외교부는 현재 사건사고가 빈발하는 필리핀에는 세부섬에 대사관 지방 사무소격인 분관을 여는 한편, 마닐라 경찰청에 우리 경찰을 파견해 한국인 사건사고를 전담하는 코리안 데스크를 한국인 대상 사고가 잦은 중부 도시 앙겔레스에도 새로 설치하기로 필리핀측과 합의했다.

필리핀 경찰도 경찰청에만 있던 코리안 데스크를 전국 10여 곳으로 확대 설치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cunja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