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평화공세, 5년 공전한 6자회담 재시동 걸까

북한, 대남평화공세 진정성 강조하며 6자 불신감 해소 노력
美 행정부, 張처형 후 대북 접근 더욱 조심스러워져 예단 불허
남북관계 일시 개선이 북미 대화 진전시키기 어려워

29일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글린 데이비스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와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회담을 갖고 있다. 2014.1.29/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새해 들어 북한이 대남 평화공세 등 주변국과의 관계개선에 적극 나서고 있어 그 의도와 배경, 파급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각에서 5년째 공전 중인 6자회담의 재개 신호가 켜지는 게 아니냐는 시각이 제기되기도 하지만,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주변국의 불신감이 더욱 커지고 있어 실질적인 회담 재개 과정에 이르기까진 적잖은 난관이 있을 것이란 관측이 더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해 6자회담 당사국의 정부 당국자들은 한국과 미국, 중국을 중심으로 수차례 서로 교차 방문하는 등 6자회담 재개와 관련한 서로의 분위기와 조건을 논의했다. 한미간 결론은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 없는 회담 재개는 없다'로 귀착된 것으로 보인다.

중재자 역할을 자임한 중국이 미국을 향해 회담 재개를 설득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2·29 북미합의 이후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3차 핵실험을 감행한 북한과 무작정 대화할 수 없다는 게 우리 정부 관계자들이 전하고 있는 지난해까지의 대체적인 분위기였다.

이런 흐름에서 올들어 분명해지고 있는 북한의 이산가족상봉 제안 등 대남 평화공세와 6자회담 이슈 띄우기는 북한이 먼저 회담 재개 의지를 한반도 주변국들에게 던지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산가족상봉의 경우 6자회담 재개를 향해 북한이 내딛은 첫 걸음이 아니겠냐고 보는 시각에도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이산가족상봉은 그동안 3년 넘게 단 한 차례도 열리지 못하고 있어, 벌써부터 남북관계 개선에 필요한 최소한의 과정으로 인식되고 있다. 또 남북관계 개선이 없는 상황에서 북미 간 의미있는 대화가 이뤄지기 어렵다는 점을 북한도 인지하고 있다면, 이산가족상봉은 사실상 북한이 6자회담 재개를 준비하자는 메시지를 주변국에 던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러시아의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지난 21일(현지시간) "현 북한 지도부는 어떤 전제조건도 없이 6자회담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한반도사무특별대표 역시 최근 미측 수석대표인 글린 데이비스 대북정책특별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6자회담 재개를 서둘러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북한 외교관들이 최근 전달하고 있는 북측의 입장은 비교적 구체적이어서 북한의 평화공세가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짐작케한다.

신선호 유엔주재 북한대사는 지난 24일(현지시간) 유엔본부에서 자청한 기자회견을 통해 "설명절부터 서해 5개 섬을 포함해 모든 적대행위를 전면 중지하자는 제안의 실천적 행동을 먼저 보여주겠다"며 최근의 평화공세가 위장공세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신선호 주유엔 북한 대사© AFP=News1 이지예 기자

이어 지재룡 주중 북한대사는 29일 "6자회담 재개를 지지한다. 우리가 6자회담이라는 쪽배에 먼저 타고 자리를 잡았으니, 나머지 참가국들이 빨리타서 이 쪽배가 출항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결국 대남 평화공세의 진정성을 재차 강조함으로써 북측 입장에서 6자회담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는 주변국들의 불신감을 해소하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북한의 이같은 노력이 박근혜 정부와 오바마 미 행정부의 기존 대북정책으로부터 얼마만큼 전환적 태도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최근 장성택 처형 사건 이후 북한 내부 불안정성이 증대하고 있어, 북한의 움직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이 미 행정부 내에서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기도 한다.

정부 산하 연구기관의 한 전문가는 "장성택 처형으로 인해 미 행정부의 북한에 대한 불신감은 더욱 커진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 전문가는 "미국은 이미 북한이 먼저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대화하지 않겠다는 대북정책의 원칙을 굳혔다"면서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이 대북정책에서 유화적 태도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점차 동북아시아 지역에 대해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구체적 정책을 펼쳐 가겠지만, 이것이 대북 유화책이 아니라 강경책이 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

최근 한국을 방문한 데이비스 대표가 우리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조태용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나 "비핵화와 관련해 북한은 아직 아무런 변화된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결국 한미 군사훈련중단 등 대북 적대행위부터 멈추라는 북한의 입장과는 달리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한미의 입장이 여전히 대립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 소식통은 "미국 내 분위기가 북한이 핵개발을 지속하는 한 협상하지 않겠다는 기류로 쏠렸다"며 "남북관계의 일시적 개선이 북미 간 대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