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스쿠니 참배 이후 동북아…3각협력-한중 공조 혼재

美, 日 보통국가화에 공식 지지하기 어려워진 분위기
中과의 공조 가능성 더해져 입체적 질서 형성

지난 27일 서울 종로구 중학동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대한민국어버이연합 등 보수단체가 야스쿠니신사 참배로 논란을 일으킨 일본 아베 총리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선언하고 있다. 2013.12.27/뉴스1 © News1 정회성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최근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로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축으로 움직였던 동북아 지역 질서에서 변화 조짐이 일고 있다.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을 지지했던 미국조차 일본의 이번 행동에 눈감아주기 어려워진 측면에서 한미일 3각공조 움직임은 당분간 더뎌질 수 밖에 없어졌다.

아울러 아베 총리의 참배로 한중 간 공조 필요성은 자연스럽게 높아질 수 밖에 없어 '한미일 대(對) 중' 구도와 '한중 대(對) 일'의 구도가 혼재하는 양상을 당분간 이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아베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 직후 외교가 눈은 다름아닌 미국에 쏠렸다.

미국이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에 어느정도 수위의 반응을 보이느냐에 따라 기존 '한미일 대 중국'이라는 안보질서의 유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일각에서 '깊은 유감' 정도의 반응을 내놓을 것이란 관측을 깨고 미국은 "실망했다(disappointed)"는 외교 상의 표현치고는 매우 강한 유감의 뜻을 내놨다.

미국은 7년 전 고이즈미 당시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대해선 "일본 총리가 스스로 결정할 문제"라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미국이 7년만에 180도 달라진 입장을 내놓은 것은 중국에 맞선 한미일 3각 공조체제를 만들기 위해선 일본도 한국 등 주변국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는 일종의 '균형의 논리'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간 과거사 문제에 대한 한국 내 민감한 여론도 미국 입장에선 관리하기 까다로운 문제였지만, 일본의 선을 넘는 행동은 미국 입장에서도 용인할 수 없는 것이었다.

지난 10월 존 케리 미 국무장관과 척 헤이글 국방장관이 비종교시설인 지도리가후치(千鳥ケ淵) 전몰자 묘원을 찾은 것도 야스쿠니 신사 참배만은 참아달라는 미국 나름의 메시지였다.

아베 총리의 신사 참배는 물밑에서 조용하게 형성됐던 한일관계 개선 움직임에는 물론 미국에게도 찬물을 부은 것으로 평가된다.

정부 당국자는 "실망했다는 반응을 (미국이) 내놓은 것을 보고 다소 놀랐다"며 "한미일 3각 공조는 물론이고 미일 간 신뢰관계에 있어서도 미국이 적잖이 당황한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 당국자는 "한미일 3각 안보 협력에 대한 움직임 자체는 이어지겠지만, 당분간 이에 대한 목소리 자체는 잦아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미일 3각 동맹 필요성은 관련국들 간 공감대는 유지되겠지만, 실제적인 움직임에 탄력을 받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한미일 3각 공조 움직임이 지연되는 또 다른 배경은 일본의 군사대국화 움직임에 대한 한중 간 공조 가능성에 있다.

외교부 등 정부 당국은 일단 아베 총리의 신사참배 이후 높아진 한중 간 공조 강화 목소리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미중 간 동북아 패권 다툼 양상이 점차 뚜렷해지는 상황에서 중국과의 공조를 강화한다는 정부차원의 움직임이 직접적으로 노출될 가능성은 앞으로도 높지 않아 보인다.

다만 집단자위권 행사 추진 등 일본의 보통국가화 움직임에 대한 한국과 중국의 우려감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아베 총리의 이번 신사참배는 우려가 '기우'가 아니었음을 확인한 계기로 작용한 측면도 있다.

때문에 일본의 집단자위권 추구 등 보통국가화 움직임에 대한 향후 한중 간 공조는 그 실체를 직접 드러낸다기보다 필요시 암묵적으로 양국이 공동으로 대응해가는 전략적인 차원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지난 5월 한중정상회담 이후 '한중 부총리급 전략대화 채널' 등 양국 간 안보협력의 기본적인 틀은 이미 마련돼 있는 시점이라는 점은 이같은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한일관계가 쉽게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절대적인 상황에서 '한미일 대(對) 중국' 구도와 '한중 대(對) 일본'이라는 구도가 혼재하는 모순적 외교안보 지형이 만들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