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日집단자위권 지지에 韓 '입체 딜레마'

中 의식해 한미일 3각 공조 조심조심
안보전략상 이득과 국민여론도 간극

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학생들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일본 아베정권의 침략전쟁부정 및 군국주의부활기도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교과서 검정기준 수정, 평화헌법 개정, 자위권 행사 등 일본의 군국주의 부활시도를 규탄하고 있다. 2013.5.8/뉴스1 © News1 손형주 기자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움직임에 공식적으로 손을 들어주면서 우리의 외교안보 분야에서의 전략적 이해관계가 복잡다단한 도전에 직면하게 됐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에는 한·미·일 3각공조를 통해 결국은 북한, 나아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한국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미국 주도 미사일방어(MD) 편입 문제에서 처럼 미국과 중국 두 나라 사이에 낀 형국이다.

여기에 일본 집단적 자위권 행사가 일본의 군국주의화 등 한일 간 과거사문제와 무관치 않기 때문에 정부 입장에선 이 문제와 관련한 국내 여론도 충분히 감안해야 하는 부담도 갖고 있다.

단순히 일본의 군국주의화에 대한 우려 뿐 아니라, 미국과 중국 등 한반도 주변 초강대국들의 이해관계와도 얽혀 있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에 대한 우리 정부의 입장 자체가 명확하지 못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 美-中 사이에서 입장 곤혹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미국이 공개 지지한 데 따른 정부의 딜레마는 중국과의 입장차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미일 양국 간 '안전보장협의위윈회(2+2)'에서 양국이 '미일방위협력 지침' 개정에 합의한 소식을 전하며 "전세계를 향해 위험한 신호를 보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의 헌법해석 개정 노력 등에 대해 환영을 표시한 점에 대해 "미일동맹은 위험한 길로 갈수록 멀리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군사 부분에서의 미일 간 협력이 궁극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큰 흐름에서 비롯됐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반응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우리 정부는 "우리 정부가 일본의 집단적자위권 행사추진을 해라 말라 할 수 없는 문제다. 이와 관련한 일본 내부 동향을 지켜볼 것"이라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다른 국가 정책에 대해 간섭할 수 없다는 국제법적 논리을 바탕으로 깔고 있지만, 중국을 의식한 결과로 미일 간 군사동맹 강화 움직임에 조심스럽게 반응할 수 밖에 없는 우리의 현실을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는 정부가 미국의 MD 편입 권유에 모호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것과도 비슷한 맥락이다.

◇ 안보전략-국민여론 간극

"일본과의 관계설정에서 안보와 국민정서는 따로 가지 않는다. 일본 집단적 자위권 추구에 어떻게 대응할지의 문제도 이런 측면을 충분히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정부의 한 관계자가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를 미국이 공식 지지한 것과 관련, 우리 정부가 취해야 할 입장을 두고 한 말이다.

지난해 6월 정부는 일본과 군사정보보호협정 체결을 시도했다. 그러나 과거사에 대해 반성도 하지 않고 있는 일본과 군사협정을 체결한다는 국내 여론의 뭇매를 맞고 결국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행사 역시 북중 대(對) 한미일 간 군사적 대립구도 측면에서만 본다면, 우리에게도 필요한 측면이 있다.

정부 관계자들도 "일본이 집단적 자위권을 가질 경우 유사시 군사보급이 원활해 지는 등의 장점이 있다"고 설명한다.

문제는 한일간 군사정보보호협정 무기한 연기 사례에서 보듯 미일 간 군사동맹 강화를 안보전략 관점에서만 보고 찬성하는 것은 국민 정서와 상당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이다.

더욱이 최근 일본이 과거 침략사를 부정하거나 군대위안부 문제 등에서 오히려 퇴행적 언행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 추구가 군국주의로의 회귀로 받아들여지는 측면도 무시할 수 없다.

집단적 자위권에 어떤 내용이 들어갈지 구체화되지 않은만큼 일본 내부 동향을 주시하며 대응할 것이라는 게 정부 입장이지만, 일본이 군사 대국화를 지향하고 있는 흐름 자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정부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은 계속 제기될 가능성이 높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관련 "집단적 자위권에 어떤 내용을 넣을 것인지는 1차적으로 일본 정부의 결정에 달린 것"이라며 "우리는 이를 주시하면서 우려되는 부분에 대한 우리 입장을 전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