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영변 核 재가동 징후.. '6자회담 재개' 美 압박효과

(서울=뉴스1) 조영빈 기자 = 북한이 영변의 5MW급 가스흑연 원자로를 재가동했다는 관측이 나왔다.

명확한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소한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작업중에 있다는 징후를 보인 것이어서 북한의 의도에 관심이 쏠린다.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산하 한미연구소가 운영하는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는 지난달 31일 촬영한 상업용 위성사진을 통해 영변 핵시설에서 증기(steam)가 발생했다는 점을 발견하고, 영변의 5MW급 가스흑연 원자로가 가동된 것 같다고 1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와 관련 외교부는 "그와 관련한 정보는 우리 정부로서도 예의주시하고 있고 팔로우업(Follow-up)하고 있다"며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았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도 "(핵시설의 흰 증기는) 인공위성으로 사진을 찍은 것이기 때문에 아니 땐 굴뚝에 연기가 날 리 없다"며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하고 있을 가능에 무게를 실었다.

적어도 북한이 지난 4월 영변 5MW 흑연감속로를 재가동하겠다고 선언한 이후 최근까지 재가동 준비를 해 온 것으로 판단할 근거가 될 수 있는 것으로 일단은 영변 핵시설이 본격 재가동에 들어갔다기 보다 재가동에 앞서 '시운전' 성격의 가동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을 선언했을 당시 실질적인 재가동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게 관련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었다.

그 이전부터 북한이 영변 핵시설 재가동 준비에 들어갔을 경우도 완전히 배재킨 어렵지만, 5년 이상 멈춰있던 시설이 수개월만에 완전한 재가동 상태에 들어갔다고 보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지적이다. 때문에 북한이 오랫동안 멈춰있던 시설에 대한 점검 차원의 운전을 실시했을 가능성이 높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 활동을 재개한 주된 배경에는 미국 등 주변국들에 대해 6자회담 재개를 압박하려는 차원의 목적이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은 최근 주변국들에게 6자회담 등 북핵관련 대화 의지를 강하게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미 등 중국을 제외한 주요 당사국들은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 의지를 보이기 전까지 북핵대화는 어렵다는 입장으로 맞서고 있다.

따라서 이번에 영변 핵시설에서 나온 '흰 연기'는 이같은 미국 등의 동향에 대한 일종의 '협박'과 같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 교수는 "실제로 핵물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가동에 들어갔는지 여부까진 알 수 없지만, 영변 핵시설 활동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한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이 보인 징후가 압박이 될 수 있는 것은 북핵대화가 계속해서 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 북한에게 오히려 핵개발을 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적잖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영변 핵시설을 재가동했다는 신호를 주변국에 보내면서 선 비핵화 조치 요구에 오히려 역행하고 있는 것은 조건 없는 대화 재개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관철하려는 의도로도 해석되는 측면이 있다.

정부 당국의 한 관계자는 "이번 건은 하나의 신호를 미국에 준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입장에서 6자회담 재개의 진전이 없을 경우 때를 봐서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에 들어갔다고 공식선언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