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럽 재외 공관서도 요리사 '부당대우' 주장 제기
채용 석달만에 "거짓말 한다, 죄를 뉘우쳐라"며 결국 해고, 귀국
외교부 "양측 주장 차이 커...관련 사실 객관적 조사"
남유럽지역 주재 우리 공관에서 근무했다는 여성 요리사의 딸 A씨는 지난 16일 한 포털사이트 게시판에 자신의 어머니 B씨가 공관 근무 당시 당했다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글을 올렸다.
특히 B씨가 자신에게 보낸 이메일의 전문을 공개하며 B씨가 해당 공관으로 오기 전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공관에서 근무할때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B씨는 딸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지난 6월 19일 해당 공관에 부임해 근무를 시작했다"며 "급하다고 해서 한국에서 하던 일도 정리를 채 못하고 급하게 출국해 근무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첫날부터 공관장과 공관장 부인이 모든 출입구의 열쇠에 빗장까지 걸어 잠그며 10년을 일한 현지인 정원사와 눈인사도 못하게 했다"며 "시간이 갈수록 매끼 꾸중에 야단, 인격무시 등을 가하고 온갖 트집에 의심을 하며 날 거짓말하는 병에 걸린 요리사로 몰아갔다"고 주장했다.
B씨는 또 "두 분이 번갈아 내가 음식에 물을 타고 거짓말을 한다며 '죄를 뉘우치라, 용서를 빌기 전에는 주방에도 올라오지 말라'고 말하는 등 온갖 치욕적인 말을 하고 감시했다"며 "수시로 면담하며 공책에 맹세며 지킬 일, 고칠 일 등을 써야했다"고 토로했다.
B씨는 "결국 난 8월 초에 해고됐다"며 "공관장과 부인은 그 이후에도 날 배려한답시고 채용 두달째인19일까지 기간을 채우고 나가라며 모든 출입열쇠를 빼앗았고, 정문출입에도 보고를 해야하는 반감금 상태로 근처 슈퍼에서 빵을 사다가 끼니마저 겨우 때우며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B씨는 지난 21일 귀국해 현재 건강악화를 이유로 병원 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B씨는 "해당 공관은 외교사절을 손님으로 치르는 파티나 손님접대는 거의 없었음에도 두분으로부터 3끼 식사를 손님상에 낼 때처럼 하라는 지시를 받았다"며 "굳이 관저요리사가 필요없는 상황에서 사소한 비용까지 청구해 가며 온갖 비용을 지불하는 것은 국민의 혈세를 낭비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또 "차후에 알고보니 나는 그 공관장 부임 이후 6번째로 바뀐 요리사였다"며 이같은 일이 빈번함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홍익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그리스대사관 등 11개 재외 공관의 '외교네트워크 구축비'의 2010년~2012년 집행액에 대한 '2012년 외교부 내부 감사 지적사항'을 분석한 결과 "총 5만1445달러가 오만찬비(식사비), 행사비 등으로 사용됐고, 특히 이중 약 40%에 달하는 2만141달러가 식사비로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홍 의원은 "'외교네크워크 구축비'는 예산집행 기본지침에 따라 보안유지의 필요성이 있는 사업, 전체 비공개 또는 주요부분이 비공개 상태에 있는 정보 수집을 위한 활동, 비공개 교섭의 성격이 농후한 사업 등에 쓰여야 하는 예산"이라며 "과도한 밥값으로 부당하게 집행되고 있는 '외교네트워크 구축비' 예산 집행에 대한 철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앞서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재 공관에서 11개월간 일했다는 한 요리사는 지난 24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와 비슷한 대우를 받았음을 공개하며 "공관장 부인에게 홍두깨로 머리와 팔 등을 맞기도 했다"고 주장하는 등 재외 공관에서의 요리사 처우 문제가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외교부는 이와 관련, "해당 공관 사건과 관련해 이미 최대한 객관적으로 철저하게 조사를 마친 상태"라며 "조사 결과는 조만간 나오게 될 것이며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외교부 측은 다만 "문제가 된 각 공관장에 이번 사건과 관련한 해명을 들었는데 공관장측과 요리사의 주장에 상당한 차이가 있었다"며 "감사관을 현지에 파견해 조사를 진행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관저 요리사 제도를 전면적으로 검토해 미비점을 철저히 개선해 시행할 것"이라며 "재외 공관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도 진행 중에 있다"고 밝혔다.
재외 공관에 근무하는 요리사는 한식조리사 자격증을 소지한 사람만 임용이 가능하며 추가로 산업인력관리공단과 한식세계화재단이 실시하는 면접 및 실기 시험을 거쳐야 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외교부의 이른바 '셰프 풀'에 등록하게 되면 각 공관장은 이들에 대한 면접을 실시하며 최종적으로 각 공관별로 1명이 파견되게 된다.
seojib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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