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김계관 방중.. 대화 분위기 띄우기

최룡해 방중 이어 북중관계 회복 시도
북미회담 제의 이어 구체적 비핵화 조치 의사 타진 가능성 주목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 (왼쪽) © AFP=News1 여인옥

북미관계와 핵 관련 협상을 총괄하는 북한의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이 중국을 방문할 것으로 17일 알려졌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회복하려는 시도로 해석되고 있는 한편 북한이 미국에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직후여서 북미대화 가능성에도 미묘한 파장을 줄 것으로 관측된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김 부상이 19일 베이징에서 장예쑤이(張業遂) 외교부 부부장을 만나 전략대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화 대변인은 "이번 전략대화 진행은 양국 사이의 밀접한 소통이 이뤄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쌍방은 양자 관계, 조선반도(한반도) 정세, 양측이 공동으로 관심을 둔 국제 및 지역 문제와 관련해 깊은 의견을 나누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최근 최룡해 북한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데서 이어지는 흐름으로 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룡해 총정치국장은 지난달 24일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을 예방한 자리에서 '6자회담 복귀' 가능성을 언급했다.

3차 핵실험 이후 핵보유국 지위를 주장하던 북한의 군부 실세가 시 주석을 방문한 자리에서 비핵화 논의의 틀인 6자회담 복귀를 주장한 것이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 등 주변국들이 북한의 전격적인 6자회담 복귀 언급을 두고서도 비교적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북한의 구체적인 비핵화조치가 선행되지 않으면 대화하기 어렵다는 입장 때문인 측면도 있지만, 최근 중국이 북한에 강경한 태도를 취한 데 대한 위기감에 따른 것이란 분석이 더 설득력을 얻었기 때문이다.

3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한반도 지역에서의 안보 위기감을 의도적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중국은 북핵문제와 관련 미국 입장에 호응해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그러면서 북중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이러한 난국을 타개하기 위해 북한이 최룡해 특사 파견이라는 강수를 두었고 이어 김계관 제1부상의 중국 방문이 이뤄진다는 해석이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최룡해가 방중한 이후 김계관의 방중도 이미 계획하고 있었을 것으로 본다"며 "북중관계가 회복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는 두고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핵협상을 총괄하는 김계관의 이번 방중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최근 북한이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제의한 직후라는 점이다.

북한은 전날 "핵없는 세계"를 주장하며 북미 고위급 회담을 전격 제의했다. 북한은 최근에만도 일본 이지마 이사오(飯島勳) 내각 관방참여를 평양으로 불러들이고, 남한에 대해서도 당국회담을 제의했다.

비핵화에 대한 진정성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한반도 정세를 대화국면으로 전환시키려는 의도가 점차 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곧바로 이어지는 김계관의 방중은 북핵문제를 다루는 실무 당국자가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시그널을 주변국에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충분히 담겨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미국이 북한의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가 먼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차원에서 김계관의 방중에서 이에 호응하는 듯한 제스처를 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북미회담 제의에서 비핵화가 '김정일의 유훈'이라고 까지 언급한 것은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강력한 의지를 밝힌 것"이라며 "김계관의 방중에서 비핵화 조치에 대한 의지를 중국을 통해 미국에 간접적으로 전달할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27일로 예정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중 대화가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번 대화가 북한의 다목적 포석하에서 진행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bin1981@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