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전 딱 8개만 보면 안다"…AI가 콩팥 손상 위험 잡아낸다

기존 검사 활용…고위험군 선별해 수술 전후 선제적 관리

수술 전 환자의 단 8가지 정보만으로 수술 후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을 미리 잡아내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18만 명 넘는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이 AI는 중등도 이상 급성 신장 손상 위험을 90% 이상 수준으로 구분해 냈다. ⓒ 뉴스1 윤주희 디자이너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수술 전 환자의 단 8가지 정보만으로 수술 후 콩팥 기능이 급격히 떨어질 위험을 미리 잡아내는 인공지능(AI)이 개발됐다. 18만 명 넘는 환자 데이터를 학습한 이 AI는 중등도 이상 급성 신장 손상 위험을 90% 이상 수준으로 구분해 냈다.

세브란스병원은 이주한 이식외과 교수, 김형우 신장내과 교수와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의 유승찬·김선지 교수 연구팀이 전신마취 수술 환자의 데이터를 분석해 수술 전 8가지 정보만으로 수술 후 급성 신장 손상 위험을 예측하는 AI 모델을 개발했다고 6일 밝혔다.

급성 신장 손상은 수술 후 신장 기능이 갑자기 떨어지는 합병증이다. 급성 신장 손상이 발생하면 사망 위험이 증가하고 입원 기간이 길어질 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신장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

수술 과정에서는 출혈, 저혈압, 수액 변화, 감염, 약물 사용 등 콩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요인이 한꺼번에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전 누가 급성 신장 손상 고위험군인지 미리 파악하고 혈압·수액 상태 등을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그동안 수술 후 급성 신장 손상을 예측하는 모델이 개발됐지만 수술 중·후 정보가 필요하거나 심장 수술 등 특정 수술 환자에만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때문에 수술 전 단계에서 다양한 수술 환자의 급성 신장 손상 위험도를 미리 파악해 실제 진료에 활용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우선 연구팀은 지난 2006~2022년 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에서 전신마취로 1시간 이상 수술을 받은 성인 환자 18만 4560명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예측 모델을 구축했다.

먼저 환자의 수술 전·중·후 정보를 모두 활용하는 AI 모델과 수술 전 정보만을 사용하는 모델의 예측 성능을 비교해 예측에 가장 중요하게 활용된 수술 전 정보 8가지만을 이용하는 간소화 모델을 개발했다.

간소화 모델에는 수술 전 신장 기능, 전신 상태, 영양·빈혈 상태 등 통상적으로 확인하는 8가지 임상 정보와 검사 결과를 이용했다. 모두 수술 전 통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로, 급성 신장 손상 위험 예측을 위해 별도의 특수검사를 추가할 필요가 없다.

연구팀은 타 병원 성인 환자 5만 2480명을 대상으로 간소화 모델을 외부 검증했다. 그 결과 수술 전 8가지 정보만으로 모든 단계의 급성 신장 손상 예측 AUROC는 0.809, 중등도 이상은 0.908을 기록했다. AUROC는 1에 가까울수록 위험 환자를 잘 구분하는 지표로, 예측 성능이 높다.

수술 중·후 정보까지 모두 사용한 복잡한 모델의 AUROC가 각각 0.845와 0.932였던 점을 고려하면 수술 전 8가지 정보만으로도 복잡한 모델에 근접한 예측 성능을 유지한 것이다. 또한 모델이 예측한 위험도와 실제 급성 신장 손상 발생률도 높은 일치도를 보였다.

연구팀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모델이 예측한 급성 신장 손상 위험도에 따라 20% 초과를 고위험군, 5~20%를 중간 위험군, 5% 미만을 저위험군으로 구분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이를 통해 수술 전 고위험 환자를 미리 선별하고 수술 전후 혈압과 수액 상태를 더욱 면밀히 관리하거나 신장에 부담을 줄 수 있는 약물 사용을 피하는 등 예방적 관리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의 이주한 이식외과 교수, 김형우 신장내과 교수와 의과대학 의생명시스템정보학교실의 유승찬·김선지 교수.(세브란스병원 제공)

이 교수는 "AI 예측 모델은 실제 진료 현장에서 쉽게 사용할 수 있으면서도 충분한 예측력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개발한 AI 모델이 고위험 환자 선별과 관리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 교수는 "향후 전자의무기록과 연동해 수술 전 단계에서 환자의 급성 신장 손상 위험도가 자동으로 제시될 수 있도록 하고, 이런 위험도 기반 관리가 실제 합병증 감소로 이어지는지를 전향적 연구를 통해 검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연구는 복지부 주관 세브란스병원 연구중심병원 연구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외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국제외과학회지'(International Journal of Surgery)에 게재됐다.

ksj@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