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수술 후 방사선치료, 피부암 위험 높이지 않았다"
서울성모병원 연구진, 약 3.8만 명 건강보험 분석
"방사선보다 점·전암병변·림프부종 등의 영향 커"
- 강승지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유방암 수술 후 받는 방사선치료가 장기적으로 피부암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국내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오히려 몸에 점이 있거나 피부암으로 진행할 수 있는 전암성 병변, 림프부종이 있는 경우 피부암 위험이 크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암병원 유방암센터의 윤창익 유방외과 교수 연구팀(진제현·김두레 교수)은 유방암 수술 후 받는 방사선치료가 피부암 발생 위험을 높이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 '영국암학회지'(브리티시 저널 오브 캔서·British Journal of Cancer)에 실었다고 22일 밝혔다.
유방암 수술 후에는 남아 있을 수 있는 암세포를 없애기 위해 방사선치료를 함께 하는 경우가 많지만, 환자와 보호자들은 방사선을 오래 쐬면 피부 세포가 손상을 받아 훗날 피부암으로 이어지는 건 아닌지 우려가 있어 왔다.
실제로 서양에서 진행된 기존 연구들에서는 방사선치료를 받은 유방암 환자의 피부암 위험이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12~57% 더 높다는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다만 이런 연구는 대부분 백인을 대상으로 했고,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인을 대상으로 한 대규모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이용해 2009~2012년 유방암 진단을 받은 만 20세 이상 환자 8만 3437명을 분석했다. 이 중 진단 후 1년 내 수술받은 5만 2510명을 추렸으며 기존 악성종양이나 수술 전 항암·표적·방사선치료를 받은 1만4553명은 제외했다.
최종 분석 대상은 3만7957명으로 확정됐으며, 이후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와 받지 않은 환자의 나이, 성별, 다른 치료 이력 등 조건을 최대한 비슷하게 맞추는 통계 기법을 적용해 방사선치료군과 비치료군 각각 9928명씩, 총 1만9856명을 비교했다.
방사선치료를 받은 환자군의 피부암 발생률은 0.97%, 받지 않은 환자군은 1.02%로 차이가 없었다. 흑색종과 기타 피부암으로 나눠봐도 방사선치료 여부에 따른 위험도 차이는 확인되지 않았다. 두 그룹 모두 평균 약 11년 반(138개월)에 걸쳐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였다.
대신 피부암 발생과 실제로 관련이 있는 요인들을 확인했다. 나이가 많을수록, 그리고 몸에 점이 있거나 광선각화증·보웬병 같은 피부의 전암병변 있는 경우, 또 팔다리가 붓는 림프부종이 있는 경우 피부암 위험이 뚜렷하게 커졌다.
특히 점이 있는 환자는 없는 환자보다 피부암 위험이 5.3배 높았고, 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피부병변이 있는 경우에는 무려 12.9배까지 위험이 뛰었다. 림프부종이 있는 환자도 없는 환자보다 위험이 약 2배 더 높았다.
연구팀은 서양 연구와 다른 결과의 원인으로 인종과 치료 기술의 차이를 제시했다. 백인은 동양인보다 멜라닌 색소가 적어 방사선에 취약할 수 있다. 또 기존 서구 연구보다 정밀한 3차원 입체조형 방사선치료(3D-CRT)가 활용돼 정상 피부 손상이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연구팀은 방사선 유발 피부암이 노출 후 20년 이상 지나 발생할 수 있어 11년 추적만으로 장기 안전성을 단정하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그런데 10년 이상 중기 추적에서는 방사선치료군과 비치료군 간 피부암 발생 위험에 유의한 차이가 없었다.
진제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건강보험 청구데이터를 통해 실제 치료를 받은 수만 명의 환자 결과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유방암 환자들이 피부암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내려놓고 편안한 마음으로 방사선 치료에 전념해 건강하게 완치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윤창익 교수는 "유방암 수술 후 방사선치료를 앞둔 환자와 가족들이 피부암에 대해 막연한 불안을 느끼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를 통해 요즘 사용하는 방사선치료 방식에서는 피부암 위험이 특별히 커지지 않는다는 근거를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점·전암성 피부병변·림프부종이 주요 위험인자로 드러난 만큼, 유방암 생존자 진료에서 방사선치료 여부보다는 이런 고위험 피부 상태를 체계적으로 선별·관리하는 전략이 중요한 것으로 평가된다"고 전했다.
한편, 유방암은 전 세계적으로 여성에서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이며 한국에서도 매년 3만 명의 여성에서 발생하고 있다. 유방암의 진단 및 치료가 진일보됐지만, 조기 검진 및 조기 발견이 생존율을 가장 높이는 제일 중요한 요인이다.
조기 검진 외에 유방암의 초기 증상으로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유방에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유방의 크기 또는 형태의 변화, 피부의 발적 혹은 함몰, 유두의 비정상적인 분비물 등이 있다. 이러한 증상이 나타나면 빠르게 전문 의료진을 찾아가 검사를 받는 게 중요하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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