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 키우던 40대 가장…6명에 새 생명 선물

기증자 박종희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기증자 박종희 씨.(한국장기조직기증원 제공)

(서울=뉴스1) 김정은 기자 = 아내와 일찍 사별한 뒤 딸을 키우며 어머니를 살뜰히 챙겨온 40대 가장이 뇌사 장기기증으로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지난 4일 조선대병원에서 박종희 씨(43)가 뇌사 장기기증으로 심장과 간, 양측 신장, 양측 안구를 기증해 6명의 생명을 살렸다고 17일 밝혔다.

박 씨는 지난달 23일 밤 평소처럼 어머니와 전화로 안부를 나눴다. 하지만 다음 날 오전 연락이 닿지 않았고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옮겨져 뇌출혈 수술을 받았지만 끝내 뇌사에 이르렀다.

유족에 따르면 박 씨는 평소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해 왔다. 약 10년 전 어머니가 사후 시신기증 의사를 밝혔을 당시에도 많은 사람을 돕는 좋은 일이라며 어머니의 뜻을 지지했다.

가족은 생전 박 씨가 기증의 의미에 공감하고 나눔을 중요하게 여겨온 점을 고려해 장기기증을 결정했다.

외동아들인 박 씨는 어릴 때부터 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스스로 식사를 챙기고 집안일을 도왔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는 20여년간 판매직에 종사했다.

아내와는 일찍 사별했으며 슬하에 딸 한 명을 뒀다. 바쁜 생활 속에서도 어머니에게 자주 안부를 묻고 쉬는 날이면 함께 시간을 보냈다. 어머니는 박 씨가 한 번도 속을 썩인 적 없는 착한 아들이었다고 기억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했던 박 씨는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왔다. 직장에서도 동료와 손님들을 살갑게 대하며 가족처럼 지냈다. 식사를 한 번 대접받으면 서너 번은 자신이 대접할 정도로 정이 많았다고 유족은 전했다.

박 씨의 어머니 노판임 씨는 "아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대신 가지고 있었는데 걱정하는 지인들의 전화가 많이 걸려 왔다"라며 "빈소에도 많은 친구와 직장 동료들이 찾아왔고 그 모습을 보면서 짧게 살았지만 잘 살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큰 위안이 됐다"고 밝혔다.

노 씨는 아들에게 "종희야 일찍 떠난 것은 무척 아쉽지만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라며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살아온 것처럼 그곳에서도 좋은 일만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라고 마지막 인사를 전했다.

이삼열 한국장기조직기증원 원장은 "어머니의 기증 의사를 지지했던 아들이 그 뜻을 몸소 실천하고 떠났다"라며 "슬픔 속에서도 큰 결단을 내려주신 유가족께 깊은 경의를 표하며 생명나눔 주간을 맞아 이런 뜻깊은 나눔이 더 많은 이들에게 울림을 전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말했다.

한편 올 상반기 인체조직기증자는 12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71명보다 74.6% 증가했다. 연간 인체조직기증자는 2023년 166명에서 2024년 145명으로 줄었다가 지난해 180명으로 반등했다.

1derland@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