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P-1 비만치료제, 심혈관·신장 효과 확인…"처방 관리해야"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이 열렸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 제공)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체중 감량을 넘어 심혈관·신장질환 위험을 낮추는 효과를 보이면서 비만 치료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국내에서는 비급여 중심의 처방으로 안전성 모니터링과 환자 접근성에 한계가 있는 만큼 단순한 규제 강화보다 처방 단계에서 적정성을 관리하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대한비만학회와 10일 서울대학교 암연구소 이건희홀에서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바람직한 처방 환경 모색' 심포지엄을 열고 GLP-1 치료제의 임상적 가치와 국내 처방 환경을 논의했다.

박정환 한양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GLP-1 비만치료제의 임상적 가치-비만 치료 패러다임의 변화'를 주제로 발표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위고비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와 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는 대규모 임상시험에서 체중 감량뿐 아니라 심혈관계 질환 위험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제2형 당뇨병과 만성콩팥병 환자 3533명을 대상으로 한 FLOW 연구에서는 세마글루타이드 투여군의 주요 신장질환 사건 위험이 위약군보다 24% 낮았으며, 심혈관 원인 사망 위험도 29% 감소했다.

청소년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한 STEP TEENS 연구에서도 세마글루타이드를 68주간 투여한 환자의 73%가 체중의 5% 이상을 감량했다. BMI와 허리둘레뿐 아니라 당화혈색소와 혈중 지질 수치 등 심혈관·대사질환 위험인자도 개선됐다.

박 교수는 다만 "GLP-1 비만치료제 대부분이 비급여로 사용돼 실사용 데이터 기반 안전성 모니터링에 한계가 있다"며 "동일 성분의 GLP-1 당뇨병 치료제도 급여 기준이 제한적이어서 환자 치료에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상열 경희대학교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는 국내 GLP-1 치료제 관리체계의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국내 GLP-1 비만치료제 DUR 점검 완료 건수는 2024년 12월 2만1457건에서 2026년 5월 33만7026건으로 약 15.7배 증가했다. 그러나 현재 데이터만으로는 누구에게, 어떤 임상적 근거로 처방됐는지 확인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남용 방지를 위해 허가사항 미충족 처방, 안전성 취약군 처방, 진료정보가 불충분한 처방, 무처방·불법유통 등 유형별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유통이나 진료 채널을 제한하는 방식만으로는 실제 비만 여부와 허가사항 충족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한계가 있다며, 처방 단계에서 임상적 적정성을 기록·평가하는 관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DUR 연계·고필요군 급여 등 단계적 관리체계 제안

구체적으로 △DUR 연계 적정처방 지원 △고필요군 중심의 단계적 급여 도입 △검증된 비대면·하이브리드 진료 지원 등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비만치료제 오남용 문제의 해법은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관리의 설계에 있다"며 "앞으로는 '막는 규제'에서 '관리하는 규제'로 전환해 환자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치료를 받게 됐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종합토론에는 신현영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조은영 한국YWCA연합회 회장, 최지현 한겨레 기자, 정호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관리과장이 참여했다.

신 교수는 약물치료와 함께 생활 습관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고, 조 회장은 비만치료제 오남용의 책임을 소비자에게만 돌리기보다 안전성과 접근성의 형평성을 고려한 의료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최 기자는 고도 비만 환자와 제2형 당뇨병 및 기저질환자 등을 우선하는 '핀셋 급여'를 통해 치료 접근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편 한국의학바이오기자협회는 의학·바이오 분야의 전문성을 높이고 관련 산업과 정책에 대한 올바른 정보 전달을 위해 학술·정책 토론회와 심포지엄 등을 개최하고 있다. 의료·바이오 현안을 전문가와 언론이 함께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하고, 국민의 건강과 산업 발전에 필요한 정보를 공유하는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