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배송, 국민 안전 내팽개친 특혜"…약사회, 총력 저지 선포

"국회 입법권 무력화·사회적 합의 파기" 주장
권영희 회장 "비대위 꾸려 정부 폭주 막겠다"

권영희 대한약사회 회장.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정부가 모든 비대면 진료 환자를 대상으로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추진하는 가운데 대한약사회는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우며 총력 저지에 나섰다. 약사회는 약 배송이 환자 안전을 위협하고 국회의 입법권과 사회적 합의를 무시한 정책이라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9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민 건강권과 안전을 팽개치고 오직 영리 플랫폼의 이윤만을 위해 '의약품 배송 전면 확대'를 밀어붙이는 정부의 독단적 폭주를 규탄한다. 이를 결사 저지하기 위해 비상대책위원회 출범과 총력 투쟁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약사회는 특히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이 국회가 마련한 제한적 배송 원칙을 사실상 뒤집는 조치라고 꼬집었다. 앞서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약 배송은 섬·벽지 거주자, 거동이 불편한 노인, 중증 장애인 등 불가피한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허용됐다.

약사회는 이를 두고 국회와 보건 의료계, 시민사회가 환자 안전과 대면 진료 원칙을 고려해 마련한 사회적 합의라고 강조했다. 그런데 정부가 법 시행이 본격화되기도 전에 배송 범위를 대폭 넓히려 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약사회는 의약품 전달을 단순한 '배달 서비스'로 봐서는 안 된다고, 투약의 과정이며 엄중한 보건의료 영역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처방전 위·변조를 막을 공적 전자 처방 전달 시스템과 안전한 비대면 진료를 관리할 지원시스템도 아직 구축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약사회는 "취약지역을 위한 최소한의 공적 인프라조차 없는 상황에서 약 배송을 전면 확대하는 것은 국민 건강을 대책 없는 위험에 내던지는 것"이라며 "비대면 진료 도입 취지는 무시하고 국민 건강을 대책 없는 위험 속으로 내던지겠다는 무책임의 극치"라고 비판했다.

정부가 민간 비대면 진료 플랫폼에 특혜를 주기 위해 약 배송 확대를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최근 국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의 의약품 도매상 겸업을 제한하는 약사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직후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약사회는 "이번 조치는 정부의 보건의료 공공성 파기"라며 "비급여 약물 쇼핑몰로 전락한 민간 영리 플랫폼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보건의료 공공성과 정책적 신뢰를 내팽개치고 자본의 논리에 무릎 꿇었다"고 지적했다.

안전성 검증과 통계가 충분하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약사회는 정부가 비급여 처방과 조제약 배송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통계나 체계적인 평가 자료를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안전성 검증조차 전무한 상태에서 국민을 약 배송의 마루타로 내모는 무책임한 도박을 즉각 멈춰야 한다"면서 "약 배송 전면 확대가 불필요한 의료 이용과 의약품 소비를 늘려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약사회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약국 접근성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약 배송을 전면 허용하면 불필요한 의료쇼핑과 약물 남용이 걷잡을 수 없이 증가할 것"이라며 "이는 건강보험 재정 누수로 이어져 필수·중증 의료 기반을 흔들고 국민의 보험료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고 했다.

권 회장은 이날 9만 약사의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 정책을 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 회장은 "약 배송 전면 확대 시도를 당장 철회하고, 사회적 합의를 파기하는 플랫폼 특혜 행정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 정부는 보건의료 공공성 훼손을 반성하고 대면 중심의 원칙을 엄격히 준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약사회는 보건의료의 대면 원칙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하는 어떠한 시도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비대위를 중심으로 9만 약사의 모든 역량을 총동원해 정부의 일방통행식 정책 추진을 막겠다"고 예고했다.

ksj@news1.kr